스타의 귀환, 고전의 재해석, 그리고 새로운 목소리
가을은 뉴욕 브로드웨이의 진짜 개막 시즌이다. 여름의 관광객 중심 라인업이 지나고, 본격적인 극장 시즌이 열리는 9월부터 12월까지는 매해 가장 풍성한 신작과 리바이벌이 쏟아진다. 2025년 가을, 브로드웨이는 무려 16편의 신작 및 귀환작으로 숨 가쁜 라인업을 선보인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첫 무대 데뷔부터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 그리고 시대를 대변하는 새로운 목소리까지—올해 브로드웨이의 가을은 단연 ‘풍년’이다.
패티 루폰과 미아 패로우의 만남, 《The Roommate》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작품은 배우 패티 루폰과 미아 패로우의 무대 첫 맞대결로 화제를 모은 《The Roommate》다. 미국 중서부의 한 집, 그리고 거기서 뜻하지 않게 동거하게 된 중년 여성 두 명의 이야기. 겉보기에 유쾌한 코미디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감정의 균열과 내면의 외로움은 <브레이킹 배드>를 연상케 한다. 9월 12일 개막 예정으로, 두 배우의 밀도 있는 연기가 빚어낼 여성 서사의 새로운 결을 기대해볼 만하다.
버터워스와 샘 멘데스가 다시 뭉쳤다, 《The Hills of California》

2018년 토니상을 휩쓴 《The Ferryman》의 전설적인 콤비, 작가 제즈 버터워스와 연출가 샘 멘데스가 다시 힘을 합쳤다. 《The Hills of California》는 1950년대 영국 북부의 해변 마을을 배경으로 세 자매와 통제적인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가족사를 그린 작품이다. 삶의 조건과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짚어낸다는 점에서, 브로드웨이 연극계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리비에 수상 배우 로라 도넬리는 이번에 두 캐릭터를 오가며 또 한 번 연기력을 입증할 예정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첫 브로드웨이 연극 《McNeal》
아이언맨이 무대에 선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브로드웨이 첫 연극으로 선택한 《McNeal》은 테크놀로지 시대의 인간성과 창작자의 고뇌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퓰리처 수상 작가 아야드 악타르의 신작으로, AI 시대의 창작 윤리와 진정성이라는 뜨거운 화두를 던진다. 개막은 9월 30일, 그의 첫 무대 연기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가 모인다.
정체성과 유머, 그리고 셀프 패러디 《Yellow Face》
199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일어난 실제 ‘옐로우 페이스’ 캐스팅 논란을 자신의 시선으로 풀어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자전적 코미디 《Yellow Face》가 돌아온다. 이 작품은 미국 내 아시아계 배우 대표성 문제를 풍자하며, 취소 문화와 정체성 논쟁까지 끌어들인다. 드라마 <로스트>로 친숙한 대니얼 대 킴이 주연을 맡아, 작품의 실존적 주인공이자 저자 본인을 연기한다. 개막은 10월 10일.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 《Our Town》

케니 레온이 연출을 맡은 《Our Town》은 브로드웨이 고전 중의 고전이다. 팬데믹 이후 더욱 큰 울림을 지닌 이 작품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간다. 짐 파슨스, 케이티 홈즈, 조이 도이치가 출연해 세대 간의 조화로운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10월 10일 개막.
니콜 셰르징거의 강렬한 무대 복귀, 《Sunset Boulevard》
전설적인 뮤지컬 《Sunset Boulevard》가 제이미 로이드 연출로 되살아난다. 니콜 셰르징거는 무성영화 시대의 잊힌 여배우 노마 데스몬드 역을 맡아, 브로드웨이에서 새로운 존재감을 각인시킬 예정이다. 기존의 화려함은 걷어내고, 감정의 깊이와 침묵의 여운으로 무대를 채운다는 평이다. 10월 20일 프리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