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5 시즌, 특수효과 대격돌… 무대 위 SF 블록버스터 시대 열리나
2024-25 브로드웨이 시즌이 단순한 공연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체험형 엔터테인먼트’로 진화하고 있다. 조명, 프로젝션, 영상합성, 실시간 변환 기술 등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무대 특수효과들이 관객의 시각을 사로잡으며, “이게 연극이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2025년 봄 브로드웨이 상륙이 예정된 <Stranger Things: The First Shadow>. 넷플릭스 히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프리퀄 격인 이 작품은, 기존 무대 연극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린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환상적 장면들은 그 자체로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스펙터클을 자랑하며, 런던 공연 당시 관객의 55%가 ‘첫 연극 관람객’이었을 정도로 대중적인 흡입력을 보였다.

(Photo: Manuel Harlan)
무대 위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연극인가, 어트랙션인가
<Stranger Things>의 극본을 맡은 케이트 트레프리(Kate Trefry)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작가진 출신으로, 브로드웨이의 물리적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마치 영화를 쓰듯” 대본을 집필하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전한다. 그 결과,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Stephen Daldry)와 무대 디자이너 미리엄 부에터(Miriam Buether), 그리고 환상 및 특수효과 전문가들이 모여 무대 위 기이한 세계를 현실로 구현해냈다.
영국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코미디 연극’ 부문 수상을 거머쥔 이 작품은, “플레이(play)”라는 단어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규모와 완성도를 자랑한다. 뮤지컬도 아니고, 전통적인 연극도 아니다. 음악과 춤 대신, 연속되는 시각적 쇼크와 몰입형 무대 연출이 중심이 되는 ‘라이브 체험형 극장 이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언맨’도 등장? 영상 기술의 진화
이 외에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출연하는 <McNeal>은 그의 디지털 아바타(Metahuman)를 실시간으로 무대에 등장시킬 예정이며, <Maybe Happy Ending>에서는 로봇 간 사랑 이야기를 담은 극에 최첨단 영상 기술이 결합된다.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화제를 모았던 제이미 로이드 연출의 <Sunset Boulevard>, 사라 스누크가 26개 캐릭터를 혼자 연기하는 <The Picture of Dorian Gray> 역시 영상과 라이브 연기가 정교하게 융합된 새로운 형식의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에서 시작된 ‘영상 기반 무대 서사’의 연장선에 있다. 이 작품이 도입한 고난도 트릭, 조명 전환, 무대 구조의 유기적 활용은 마치 놀이공원 ‘어트랙션’과 같은 감각을 제공했고, 그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특히 <Back to the Future: The Musical>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드로리언’의 재현 장면은 매 회 공연마다 객석을 뒤흔든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무대의 시대
아이러니하게도, 극장(Cinema)에서는 CGI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공룡, 슈퍼히어로, 시간여행—all too familiar. 이제는 관객도 CG의 환상에 쉽게 감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라이브’에서 일어나는 실시간의 마법, 물리적 공간을 눈앞에서 조작하는 트릭과 연출은 여전히 우리의 뇌를 ‘속이고’, 감탄하게 만든다.
특히 이처럼 고난도 기술이 결합된 비(非)뮤지컬 대작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곧 “뮤지컬만이 브로드웨이의 대세”라는 공식을 다시 쓰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화려한 음악 없이도 관객의 눈과 귀, 그리고 심장을 압도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