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스타’ 알리사 밀라노, 브로드웨이 데뷔로 증명한 연극 DNA
– Who’s the Boss? 출신 배우들, 알고 보니 모두 무대가 원석이었다

2024년 9월 16일, 1990년대 미국 시트콤의 아이콘이자 배우 알리사 밀라노(Alyssa Milano)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Chicago)’의 주인공 록시 하트 역으로 데뷔한다.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밀라노에게 이번 무대는 단순한 도전이 아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연극 무대에 오른 그는, ‘Who’s the Boss?’의 ‘사만다 미첼리’로 사랑받기 전부터 연기 내공을 쌓아온 인물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녀가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면서 ‘Who’s the Boss?’의 주요 배우들 모두 무대 경험자였다는 점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시트콤이 아니라, 연극계의 숨은 원석들이 한자리에 모인 무대였던 셈이다. 밀라노의 데뷔를 기념하며, Who’s the Boss? 주요 출연진들의 무대 이력을 재조명해봤다.
Alyssa Milano, 30년 전 연극 DNA 다시 깨우다

7세에 뮤지컬 애니 전국 투어로 연극 무대에 입문한 밀라노는, 시트콤 데뷔 전에도 이미 연극 Tender Offer와 All Night Long으로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활동했다. 그녀는 “무대는 작은 공간에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미니멀한 무대 구성의 시카고는 그녀의 취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이번 브로드웨이 데뷔는 단순한 화제성 이벤트가 아니라, 오랜 시간 갈고닦은 내공을 다시 꺼내는 복귀 무대에 가깝다.
Tony Danza, 복서에서 브로드웨이 스타로

알리사 밀라노의 극 중 아버지였던 토니 댄자(Tony Danza)는 원래 중량급 권투선수였다. 하지만 1978년 드라마 ‘택시(Taxi)’로 연기에 입문한 그는, ‘Who’s the Boss?’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됐다.
하지만 그가 진정한 배우로 인정받은 순간은 무대 위였다. 아서 밀러의 ‘다리 위의 풍경(A View From the Bridge)’과 오닐의 더 아이스맨 커멧(The Iceman Cometh) 같은 고전 연극부터, 뮤지컬 허니문 인 베가스까지 섭렵했다. 현재도 카페 칼라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카바레 쇼를 진행 중이다. 이번 알리사 밀라노의 브로드웨이 데뷔 무대에 깜짝 방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Judith Light, “진짜 무대는 퇴근 후 시작된다”

극 중 ‘안젤라 바워’ 역으로 커리어우먼의 전형을 보여준 주디스 라이트(Judith Light)는 사실 무대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인형의 집(A Doll’s House)’과 Herzl에 출연했으며, 이후 TV 드라마 One Life to Live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무대는 그녀에게 늘 돌아갈 집이었다. 2011년 연극 Lombardi로 토니상 후보에 올랐고, Other Desert Cities와 The Assembled Parties로는 2년 연속 토니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LGBTQ+ 인권 및 HIV/AIDS 운동 공로로 토니상 특별 공로상인 ‘이자벨 스티븐슨 상’을 수상했다.
Katherine Helmond, 브로드웨이 원로의 품격

극 중 ‘모나 로빈슨’ 역으로 뻔뻔하고 매력적인 조모 역할을 맡았던 캐서린 헬몬드(Katherine Helmond)는 사실 극장계에서 잔뼈 굵은 배우였다. 1955년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로 데뷔한 그녀는, 존 과레의 The House of Blue Leaves에서의 연기로 Clarence Derwent Award를 수상했고, The Great God Brown으로는 토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TV에서는 Soap의 제시카 테이트로 대중에게 각인됐지만, 무대는 그녀의 원래 자리였다. 2001년에는 The Vagina Monologues에도 출연하며 마지막까지 연극적 감수성을 유지했다.
‘Who’s the Boss?’는 단지 가벼운 가족 코미디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출연진 면면을 보면, 그 무대는 오히려 연극계의 ‘잠룡’들이 한데 모인 무대였다. 알리사 밀라노의 브로드웨이 입성은 예외가 아니라 ‘귀환’이며, 그 자체로 ‘Who’s the Boss?’라는 작품의 무게감을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