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Michael Ochs Archives/Getty Images)
브로드웨이에서의 캐스팅 발표는 일상이지만, 때때로 그것은 문화적 지각변동처럼 다가온다. 바로 이번이 그런 순간이다. 키아누 리브스와 알렉스 윈터, ‘빌 앤 테드’ 시리즈의 전설적 콤비가 새뮤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연기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Whoa.” 그 자체였다.
이 이례적이고도 기막힌 프로젝트는 2025년 가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린다.
“슬픈 키아누”의 브로드웨이 데뷔

인터넷 밈을 떠나, 키아누 리브스는 고독과 상실을 머금은 얼굴로 수많은 팬들의 감정을 건드려왔다. 그는 <매트릭스>와 <존 윅> 같은 액션 블록버스터의 주역이지만, 화면 속 그는 늘 어딘가 먼 데를 바라보는 듯한 쓸쓸함을 풍긴다. 바로 그 정서가 <고도를 기다리며>의 황량하고 존재론적인 세계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놀라운 점은 이 프로젝트가 리브스 본인의 제안이었다는 것. 1994년 캐나다 위니펙에서 <햄릿>을 선택하며 영화 <스피드2>를 거절한 그답다. 셰익스피어에 도전한 전력이 있는 그는 이번에도 브로드웨이 데뷔를 예술적 야심으로 채운다. 베케트를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쇼비즈 관행에서 한 발짝 물러난 배우임을 증명한다.
빌 앤 테드의 실존주의 어드벤처

“이게 <빌 앤 테드 4>인가요?”란 농담이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는 단순한 유머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빌 앤 테드의 위대한 모험> 시리즈는 이미 초현실과 철학적 농담을 자유자재로 넘나든 바 있다. 특히 <빌 앤 테드의 황당한 여행>에서는 ‘죽음’과 체스를 두고 저승을 여행하는 설정까지 포함되며, 기존 코믹 슬래커에서 실존적 코믹 히어로로 진화했다.
이런 이력이 <고도를 기다리며>의 세계와 완전히 다른 것만은 아니다. 베케트의 인물들은 대사 중간중간 “무슨 말이야?”, “아직도 이해 못했어?”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어쩌면 슬래커들의 톤으로 그 대사를 들을 때, 우리는 베케트가 진짜 전하려 했던 허무와 유머를 더 깊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이미 로이드, 규칙을 깨는 연출가

(Photo: Joan Marcus)
베케트 재단은 그간 무대 위 ‘변형’에 극도로 민감했다. 모자 하나 바꾸기도 어렵고, 음악을 삽입하거나 여성 캐스팅은 거의 불가에 가깝다. 하지만 이번 연출을 맡은 제이미 로이드는 그런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익숙한 인물이다.
<선셋 대로>의 파격적인 재해석으로 런던과 브로드웨이를 들썩이게 만든 그는 이번에도 절제된 흑백 미장센, 실험적 무대언어로 고전을 새롭게 조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가 <고도>에서 어떤 시도를 할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이 기묘한 캐스팅 자체가 이미 새로운 무언가를 예고한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진짜 친구의 케미

<고도를 기다리며>는 단순한 철학극이 아니다. 결국, 이 작품은 함께 시간을 견디는 두 인물의 우정과 공생에 대한 이야기다.
리브스와 윈터는 단지 영화 속 파트너가 아니라 실제로도 수십 년 우정을 쌓아온 친구다. 같은 시기에 연기 데뷔를 했고, 음악을 사랑하며 바이크도 함께 탔다. 그들의 깊이 있는 관계는 무대 위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유대를 더욱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풀어낼 가능성이 크다.
이전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이 역할을 맡았던 이안 맥켈런과 패트릭 스튜어트가 전통과 중량감을 더했다면, 리브스와 윈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들 것이다.
“가장 대중적인 접근이 가장 혁신적일 수 있다”
고전을 향한 접근이 꼭 무거울 필요는 없다. 관객들은 <빌 앤 테드>를 사랑했고, 그 캐릭터를 기억한다. 만약 이 친숙함이 베케트의 세계에 대한 장벽을 허문다면, 이것은 단순한 스타 캐스팅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그들의 케미가 살아 있는 무대 위 <고도를 기다리며>가 예상대로 ‘가장 엉뚱한 캐스팅이 가장 탁월한 선택’이 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다시 한 번 이렇게 외치게 될 것이다.
Wh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