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의 실험, 아시아의 도전, 그리고 뮤지컬의 미래
2025년 가을 브로드웨이에서 주목할 두 번째 키워드는 ‘경계 허물기’다. 국적, 장르, 시대를 가로지르는 파격과 실험이 돋보이는 신작들이 무대에 오르며, 기존의 브로드웨이 공식에 균열을 낸다. 뮤지컬과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이 펼쳐진다.
《Left on Tenth》, 다시 사랑을 믿게 만드는 이야기

줄리아나 마굴리스와 피터 갤러거가 함께하는 감성극 《Left on Tenth》는 영화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저자 델리아 에프론이 암 투병 중 새롭게 시작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삶과 죽음, 관계와 희망을 다룬다. 10월 23일 개막.
젠Z 셰익스피어, 《Romeo + Juliet》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Romeo + Juliet》은 젊은 관객을 겨냥한 야심찬 리바이벌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하트스토퍼>의 킷 코너, 그리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레이첼 제글러가 로미오와 줄리엣 역을 맡았고, 음악은 팝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가 맡았다. 10월 24일 개막.
재즈의 거장을 노래하다, 《A Wonderful World》
루이 암스트롱의 인생을 주크박스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낸 《A Wonderful World》는 그의 삶을 네 명의 아내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토니상 수상자 제임스 먼로 아이글하트가 암스트롱 역을 맡았으며, 11월 11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한국 뮤지컬의 자존심, 《Maybe Happy Ending》

2016년 서울에서 초연된 창작 뮤지컬 《Maybe Happy Ending》이 마침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다. 감정이 프로그래밍된 두 로봇의 로맨스를 통해 외로움, 소통, 연결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대런 크리스와 헬렌 제이 션이 주연, 연출은 마이클 아든. 11월 12일 개막.
《Tammy Faye》, 엘튼 존의 귀환
뮤지컬 《Billy Elliot》에 이어 엘튼 존이 음악을 맡은 또 하나의 화제작 《Tammy Faye》는 미국의 기독교 방송 스타 타미 페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무대로 옮겼다. 뮤지컬과 정치 풍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작품은 11월 14일 개막한다.
《Swept Away》, 진짜 생존극의 등장

1884년 난파 사건을 바탕으로 한 《Swept Away》는 포크 록 밴드 에이벳 브라더스의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된 생존극이다. 선과 죽음, 형제애와 죄책감을 탐구하는 이 작품은 존 갤러거 주니어, 스타크 샌즈가 출연한다. 11월 19일 개막.
영화에서 뮤지컬로, 《Death Becomes Her》
죽음을 초월해 미모를 추구하는 두 여성의 블랙 코미디 《Death Becomes Her》가 뮤지컬로 돌아온다. 메건 힐티, 제니퍼 시마드, 미셸 윌리엄스가 각각 주연을 맡는다. 독특한 미장센과 어두운 유머가 조화를 이룬다. 11월 21일 개막.
종교와 가족, 그 틈에서 피어난 《Cult of Love》
넷플릭스 <러시안 돌>의 공동 제작자 레슬리 헤들랜드의 브로드웨이 데뷔작 《Cult of Love》는 종교적 가치와 현대인의 자아 사이의 충돌을 다룬다. 크리스마스 연휴, 종교적 가족 구성원들이 벌이는 대립은 웃음 속에서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 12월 12일 개막.
오드라 맥도널드, 뮤지컬 《Gypsy》로 돌아오다

뮤지컬 역사상 가장 강렬한 여성 캐릭터 ‘로즈’를 오드라 맥도널드가 연기한다. 《Gypsy》는 제작자들이 모두 물러난 뒤 처음으로 재해석되는 리바이벌로, 조지 C. 울프의 연출 아래 새로운 미학과 감정을 부여받는다. 12월 19일 개막.
브로드웨이의 2025년 가을은 단순한 시즌이 아니라 ‘장르의 진화’ 그 자체다. 전설의 귀환, 스타의 도전, 젊은 창작자의 실험이 모두 같은 무대 위에서 어우러지는 이 순간, 브로드웨이의 진짜 힘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