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런던 무대, 웨스트엔드부터 소극장 신작까지 ‘연극’의 계절 도래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런던 무대가 다시 한번 연극 중심의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과 함께 돌아오는 웨스트엔드 리바이벌부터, 소극장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참신한 신작까지, 10월은 ‘연극’이 주인공이다. 오랜 고전의 재발견과 감동적인 신작들이 어우러지는 이번 달 주요 작품들을 살펴본다.

션 오케이시의 불후의 명작, <Juno and the Paycock> (State of Chassis)

1924년 초연 이래 아일랜드 연극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션 오케이시의 <Juno and the Paycock>이 개막 100주년을 맞아 웨스트엔드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10월 3일 개막하는 이번 프로덕션은 토니상 감독 매튜 워처스가 연출을 맡았으며,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마크 라일런스와 J. 스미스-캐머론이 주연을 맡아 무대를 빛낸다. 특히 아일랜드 출신 신예 크리스 월리도 출연하며, 청소년 시절 맡았던 역할을 넘어 성숙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월리는 “이 작품은 역경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가족의 이야기로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준다”고 말했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비극적 희극(tragicomedy)이라는 점에서 고전 예술의 본질을 보여준다.

현실 속 트라우마를 다룬 신작 <Brace Brace>

로열코트 극장 스튜디오에서 10월 9일 초연되는 <Brace Brace>는 작가이자 배우 출신 올리 포스리스가 어린 시절 경험한 비행기 납치 미수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 사건을 두고 각기 다른 해석을 하는 두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다. 올리 포스리스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주연 배우로는 뮤지컬계에서 활약하는 크레이그 엘스, 2023년 올리비에상 수상자 안자나 바산, 그리고 인기 드라마 ‘테드 라소’의 필 던스터가 캐스팅되어 기대를 모은다. 포스리스는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대와 가족을 그린 서사시, <The Lehman Trilogy>

2022년 토니상을 휩쓴 대작 <The Lehman Trilogy>가 10월 9일 다시 웨스트엔드 길리안 린 극장에 돌아온다. 18세기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매번 새로운 출연진과 함께 관객을 만나는 ‘계속되는 기적’으로 불린다. 이번 시즌에는 존 헤퍼난, 하워드 W. 오버숀, 아론 크론이 출연한다. 각 시대를 관통하는 가족사와 사회상을 한 무대에서 드라마틱하게 엮어내며, 샘 멘데스의 대담한 연출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극작가 벤 파워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변신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뜨거운 인간 드라마, <Dead Man Walking>

10월 10일 도남 웨어하우스에서 초연되는 <Dead Man Walking>은 펜실베이니아 주의 무죄 판결 전 사형수 닉 야리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스카 수상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가 런던 무대에 데뷔하며 주연을 맡아 눈길을 끈다. 극작가 린지 페렌티노는 “이 작품은 관객이 배우와 거의 접촉할 정도로 가까운 공간에서 공연된다”며 무대의 밀착감과 긴장감을 강조했다. 감독 저스틴 마틴의 연출 아래 관객은 극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될 전망이다.

시대를 넘나드는 풍자극, <Dr. Strangelove>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4년 동명 영화가 10월 29일 노엘 코워드 극장에 무대로 돌아온다. 원작 영화보다 한 명 더 많은 4역을 맡은 스티브 쿠건이 주연을 맡았으며, 암반도 이안누치와 숀 폴리가 공동 각색 및 연출을 맡았다. 냉전시대 핵전쟁 위기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군산복합체와 공공기관 내 인간 행태를 풍자하며, 깊은 웃음 속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폴리는 “지적이 우울할 수 있어도 정신은 날아오를 수 있는 작품”이라며 희극적 가치도 강조했다.

10월 런던 연극계의 ‘풍성한 가을’

이번 달 런던은 연극 팬들에게 풍성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명배우들이 참여한 대작부터, 소극장 무대에서 조용히 그러나 강렬한 인상을 남길 신작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이 관객과 만난다. 특히 실화에 기반한 휴먼 드라마, 사회적 이슈를 담은 신작, 그리고 고전 명작의 현대적 재해석이 조화를 이루는 점이 돋보인다.

웨스트엔드의 중심에서부터 소규모 극장까지, 10월 런던 무대는 ‘연극’을 다시 한 번 문화의 심장부로 끌어올린다. 관객들은 각양각색의 이야기와 캐릭터, 그리고 연출을 통해 인간 내면과 사회를 성찰할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