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를 뮤지컬로 만드는 아이디어는 얼핏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솔직히 맥스 마틴의 노래로 ‘로미오와 줄리엣’ 속편을 만든 것도 처음엔 그랬다. 이미 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공포 영화에 화려한 뮤지컬 넘버와 재즈 스텝을 더하면, 전혀 새로운 웨스트엔드 히트작이 될 수도 있다.

다음은 뮤지컬화하면 딱일 것 같은 다섯 편의 공포 영화다.
The Shining
이미 오페라로도 제작되었고 뉴욕에서는 패러디도 있었지만, 우리는 진짜 뮤지컬 무대를 보고 싶다. 잭 토렌스가 ‘라이온 킹’의 ‘Be Prepared’처럼 위협적이고 강렬한 쇼 넘버를 부르며 오버룩 호텔 복도를 배회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소름 돋는다.
그의 대표 넘버 ‘All Work and No Play’에서는 도끼를 든 채 탭댄스를 추며 점차 미쳐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웬디는 ‘Don’t Hurt Danny’라는 마음 아픈 발라드를 통해 아들을 보호하려 애쓰는 모성애를 표현하고, 복도에서 유령 자매들이 오싹한 하모니를 들려주는 ‘Come Play With Us’ 듀엣도 빼놓을 수 없다.
The Craft
90년대 록 주크박스 뮤지컬로 만들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영화는 없을 것이다. 이미 영화 자체가 90년대 반항적 분위기를 뿜어내는데, 그런 사운드트랙에 그런지 음악을 얹으면 찰떡이다.
주인공 사라는 니르바나의 ‘Come As You Are’를 부르며 마법의 힘을 깨닫고, 낸시는 홀의 ‘Violet’을 통해 코트니 러브의 강렬함을 드러낸다. 커버넌이 점점 어둠에 빠져들면서 사운드가든의 ‘Black Hole Sun’이 흐르고, 마지막 결투에서는 펄잼의 ‘Alive’가 폭발한다. 마녀와 반항, 그런지 록의 완벽한 조합이다. 비공식 공연도 있고, 브로드웨이 각색이 논의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A Nightmare on Elm Street
프레디 크루거야말로 뮤지컬을 위해 태어난 캐릭터다. ‘스트레인저 씽스: 더 퍼스트 섀도우’가 이미 일부 선보인 바 있지만, 프레디의 독특한 유머 감각을 살린 다크 코미디 넘버가 몇 곡 더 추가될 수 있다.
그의 줄무늬 스웨터를 입고 ‘Dreamland Blues’를 부르며 안전하다고 믿는 십대들을 조롱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각 희생자는 악몽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를 부르며 서서히 파멸에 이르고, 무대는 초현실적이고 악몽 같은 분위기로 꾸며진다. 마지막은 낸시와 프레디의 치열한 대결로,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진 대서사시가 펼쳐질 것이다.
The Exorcist
가장 무서운 영화 중 하나인 ‘엑소시스트’가 뮤지컬로 변신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 메린 신부는 ‘The Devil Inside’라는 슬프고 무거운 발라드를 부르며 마지막 퇴마를 준비한다.
악마에 사로잡힌 리건은 그녀의 본모습과 악마의 음성이 교차하는 기묘하고 왜곡된 노래를 선보이고, 악마는 거의 오페라틱한 넘버로 그 무시무시한 대사를 뿜어낼 것이다. 이미 연극 버전과 비공식 패러디도 존재하는 만큼, 뮤지컬 버전에 대한 관심이 높다.
Hereditary
비극적 가족 드라마와 긴장이 가득한 ‘헤레디터리’는 뮤지컬로 재탄생하기에 어쩐지 자연스러운 작품이다. 토니 콜렛이 연기한 애니는 ‘Everything Falls Apart’ 같은 가슴 아픈 솔로 넘버로 슬픔과 상실을 노래할 수 있다.
공연 전반에 걸쳐 의문의 사이비 집단 합창단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미쳐가며 괴기스럽고 소름 돋는 가사를 폭발시키는 풀 캐스트 넘버가 펼쳐진다.
이처럼 공포 영화 고전들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키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기존의 공포는 유지하되, 감성적이고 오싹한 노래들이 더해져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웃기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어쩌면 머지않아 ‘프레디 크루거: 더 뮤지컬’이 샤프츠버리 애비뉴를 점령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