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드웨이 뮤지컬 Wicked가 마침내 대형 스크린에 데뷔할 준비를 마쳤다. 팬들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이처럼 무대에서 탄생한 감동이 극장을 넘어 영화관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어떨까? 다행히도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수많은 걸작 뮤지컬이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지금 당장’ 스크린으로 옮겨지길 바라는 다섯 작품을 소개한다.
Hadestown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고전 신화가 최근 콘텐츠 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KAOS에서 Jeff Goldblum이 하데스를 연기하는가 하면, Percy Jackson 같은 작품이 끊임없이 리부트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Anaïs Mitchell의 뮤지컬 Hadestown은 영화화에 안성맞춤이다.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뉴올리언스풍의 재즈와 포크 음악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감각적인 미장센과 강렬한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시대를 초월하는 주제의식으로 가득하다. 현재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이니, 극장에서 볼 수 있을 때 놓치지 말자.
Operation Mincemeat
“잠깐만, 그거 콜린 퍼스 나왔던 영화 아니야?”라는 반응이 먼저 떠오른다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21년 개봉한 영화 Operation Mincemeat과 이 뮤지컬은 전혀 다른 결이다. 뮤지컬 Operation Mincemeat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을 속이기 위한 기상천외한 첩보 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다만 진지함보다는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전개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독특한 캐릭터, 유쾌한 유머, 그리고 브리티시 감성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스크린으로 옮겨지면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을 ‘글로벌 코미디 캡퍼’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최근 브로드웨이 공연 티켓이 판매를 시작한 만큼, 전성기는 이제부터다.
Natasha, Pierre and the Great Comet of 1812
클래식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War and Peace는 다소 부담스러운 제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Dave Malloy가 만든 이 뮤지컬은 다르다. 러시아 귀족 사회의 음모, 사랑, 전쟁, 배신, 내면의 성장 이야기를 실험적인 음악과 파격적인 무대 구성으로 풀어낸 Natasha, Pierre and the Great Comet of 1812는,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한 편의 세련된 챔버 뮤지컬로 완성될 수 있다. Peter Dinklage가 주연한 Cyrano처럼 내밀하고 감성적인 접근이 가능하며, 독창적인 음악은 관객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조만간 영국 초연을 앞두고 있는 이 작품의 진가를 미리 확인해보자.
Spring Awakening

Frank Wedekind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한 이 뮤지컬은 억압된 19세기 독일 청소년들의 갈등과 성장을 대담하게 조명하며, 초연 당시부터 파격적인 소재와 감각적인 음악으로 주목받았다. 최근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에서의 리바이벌 공연, 그리고 캐스트 재결합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Charlotte Wakefield, Jamie Muscato, Jack Wolfe 등이 보여준 강렬한 무대는 영화에서도 동일한 무게감으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Mama”, “Totally Fucked”, “Song of Purple Summer” 등 중독성 강한 넘버들은 인디 감성의 뮤직 드라마로서 영화 팬층까지 흡수할 잠재력을 갖췄다.
Hamilton
Lin-Manuel Miranda의 Hamilton은 이미 ‘뮤지컬 그 이상’의 문화적 상징이다. Disney Plus에서 방영된 공연 실황만으로도 전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이를 둘러싼 판권 경쟁은 헐리우드에서도 이례적인 규모였다. 그만큼 정식 영화화에 대한 기대는 이미 수년째 높아져 있다. 뮤지컬 무대가 아닌 실제 전쟁터, 궁정, 거리에서 펼쳐지는 Hamilton은 역사 서사와 현대적 비트를 융합한 전례 없는 대작이 될 것이다. 미국 건국사를 다시 조명하며, 지금 이 시대의 관객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 영화화가 실현된다면 아마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스케일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