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4일, 런던 연극계의 가장 중요한 시상식 중 하나인 올리비에 어워드 후보 발표가 공개되었다. 한 해 동안 웨스트엔드와 오프웨스트엔드를 빛낸 수많은 작품들 중 어떤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또 누가 뜻밖의 소외를 겪었을까? 기대 이상의 기쁨부터 예기치 못한 충격까지, 이번 노미네이션 발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였다.

감동의 순간 – ‘지명’이라는 이름의 박수
무엇보다도 이번 노미네이션의 하이라이트는 <Fiddler on the Roof>의 대기록이다. 무려 13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Hamilton>과 공동 최다 지명작 타이틀을 획득했다. 특히 모든 연기 부문에서 후보로 지명되며, 이 야외 공연은 런던 연극계의 또 다른 전환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에서 컬트적 인기를 끌던 뮤지컬 <Titanique>도 웨스트엔드 진출 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로렌 드류와 레이튼 윌리엄스가 나란히 지명되며 이 작품의 활약을 증명했다.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공연들이 보다 진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과 나란히 지명된 점은, 연극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해에는 특히 오프웨스트엔드 출신 작품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부시 극장에서 시작해 웨스트엔드로 옮겨간 베네딕트 롬베의 <Shifters>와 사우스워크 플레이하우스에서 초연된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은 각각 최우수 신작 희곡 및 신작 뮤지컬 부문에서 이름을 올렸다. 이는 런던 연극 생태계 전반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헤더 아게퐁과 로지 시히의 이름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시히는 <Machinal>을 통해 연극계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Fiddler>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리브 앤드루시어 또한 신예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뮤지컬 <The Devil Wears Prada>에서 강렬한 무대를 선보인 에이미 디 바르톨로메오가 이 작품의 유일한 지명자로 호명된 점 역시 인상 깊다.
새로운 뮤지컬 중 가장 많은 부문에 지명된 작품은 <Natasha, Pierre and the Great Comet of 1812>였다. 추미사 돈포드-메이와 제이미 머스카토의 강렬한 투톱 연기는 각각 주연 배우 부문으로 분류되어 나란히 주목받았다. 특히 머스카토는 조연과 주연 사이 경계에 위치한 역할이었지만, 이번에 주연 부문으로 정식 인정받았다.
흥미로운 사례로는 로몰라 가라이의 동일 부문 두 작품 지명이 있다. <Giant>와 <The Years> 모두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 그녀는, 한 부문에서 두 번 이름을 올리는 보기 드문 기록을 남겼다.
충격과 의외의 소외 – 예상 밖의 빈손들
예상과 가장 동떨어진 사례 중 하나는 바로 <Kiss Me, Kate>의 전면 탈락이다. 런던 바비칸 극장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이 공연은 한 부문에서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충격을 안겼다. 특히 화려한 안무로 주목받았던 만큼, 퍼포먼스 부문에서조차 무시된 점은 의외다.
브로드웨이에서 흥행을 이끈 작품들이 런던에서는 고전한 점도 인상적이다. 토니 어워드에서 12개 부문에 지명되며 기대를 모았던 <Mean Girls>는 이번 올리비에에서 톰 잰더의 남우조연상 단독 지명에 그쳤다. 토니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지명을 기록했던 <Slave Play>는 단 한 부문에도 지명되지 못했다.
<Starlight Express>는 WhatsOnStage 어워드에서 7관왕을 차지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이번 올리비에에서는 조명과 의상 부문, 총 3개 지명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배우 부문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아쉬운 작품은 내셔널 씨어터의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이다. 관객 반응과 언론 평가 모두 우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두 부문만 지명, 눅티 가트와의 연기력에 대한 인정을 기대했던 팬들로서는 낙담할 수밖에 없다.
레베카 프레크널은 최근 올리비에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연출가지만, 이번에 그녀의 <Cat on a Hot Tin Roof>는 단 한 부문도 지명되지 못했다. 데이지 에드가-존스 주연으로 크리스마스 시즌 알메이다 극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기대와 달리 전면 배제되었다.
예측을 뒤엎은 한 해
올해의 올리비에 어워드 노미네이션은 단순한 결과 발표를 넘어, 런던 연극계의 변화 흐름과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했다. 오프웨스트엔드의 성장, 신예 배우들의 부상, 그리고 대형 브로드웨이 이식 작품의 주춤한 성적은 모두 향후 제작 및 프로그래밍에 중요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예상 밖이었던 이번 발표는, 다시 한 번 런던 연극계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예측 불가한 공간인지를 확인시켜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