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왔다. 수선화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3월, 전국 곳곳의 공연장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무대를 장식하기 시작한다. 올봄 극장가는 영화 원작 뮤지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흥겨운 투어 공연, 애니메이션의 무대화 등 다채로운 장르의 신작들이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기후 위기의 유머화, <Weather Girl>

캘리포니아의 기상 캐스터 스테이시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산불 예보와 개인적 위기 사이에서 분투하는 하루를 그린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발견이 그녀의 삶을 뒤흔든다.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별 다섯 개 평점을 기록했던 이 작품은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종말 예보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을 줄이야”라는 평가가 그 모든 것을 말해준다.
희극으로 다시 태어난 뱀파이어 전설, <Dracula, A Comedy of Terrors>

클래식 호러 소설을 90분간의 스피디한 코미디로 재탄생시킨 이 작품은, 장르를 넘나드는 기발함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은 제임스 데일리, 다이앤 필킹턴, 그리고 ‘왓슨스테이지 어워드’ 수상자 찰리 스템프가 출연해 극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공포와 웃음이 공존하는 이 독특한 드라큘라 해석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안길 예정이다.
1950년대 볼티모어의 청춘 반항기, <Cry-Baby the Musical>

존 워터스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사회의 규범에 맞서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그려낸 뮤지컬이다. 영화 특유의 펑키한 분위기와 유머가 살아있는 무대판에서는, 아르콜라 극장 예술 감독 메흐멧 얼겐이 연출을 맡아 신선한 에너지와 감각적인 연출을 더한다. 1950년대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크라이 베이비’라 불리는 반항아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장통을 리듬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풀어내며, 관객들에게 통쾌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자연과 상상의 결합, <이웃집 토토로>의 웨스트엔드 진출

스튜디오 지브리의 명작 애니메이션이 대형 퍼펫과 섬세한 무대 기술로 재탄생한다. 바비칸 극장에서의 대성공 이후 웨스트엔드 진출이 확정되며 더욱 큰 무대에서 관객을 맞이하게 된 이 작품은, 팬들 사이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기대작이다. 코로나 이후 등장한 신작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를 무대 위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사운드트랙으로 무장한 희망의 이야기, <Wild Rose>

2018년 제시 버클리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가 이번에는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내슈빌의 컨트리 스타를 꿈꾸는 글래스고우 출신의 자유로운 영혼 로즈-린의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강렬한 음악과 감정이 녹아든 연기로 관객의 심장을 두드린다. 연출은 <Harry Potter and the Cursed Child>의 존 티퍼니가 맡아, 섬세한 감정선과 역동적인 무대를 더할 예정이다.
정치와 축구, 그리고 정체성의 드라마, <Dear England>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변화 과정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축구 이상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시즌에는 2024년 UEFA 유로 대회의 실화를 포함해 더욱 현재에 가까운 서사로 무장했다. 제임스 그레이엄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유머가 어우러져, 스포츠와 정치, 공동체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다시 한번 돌아왔다.
전설이 전국으로 – <Tina – The Tina Turner Musical>의 첫 투어

웨스트엔드의 오랜 흥행작이 드디어 전국 투어에 나선다. 티나 터너의 인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주크박스 뮤지컬은, 그녀의 히트곡과 함께 삶의 고난과 극복을 그린다. 웨스트엔드에서는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알드위치 극장에서 공연된 작품이라는 기록도 함께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공을 발판 삼아, 더욱 많은 관객에게 영감을 전달할 예정이다.
뮤지컬계의 새로운 실험, <Alfred Hitchcock Presents – The Musical>

히치콕의 고전 TV 시리즈가 뮤지컬로 탈바꿈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예상 밖의 원작을 기묘하고 매혹적인 무대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스티븐 러트백의 오리지널 스코어와 함께 긴장감과 유머를 조화시킨다. 독특한 콘셉트와 대담한 시도로, 클래식 팬은 물론 뮤지컬 애호가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또 하나의 히치콕 변주, <North by Northwest>

엠마 라이스가 각색한 히치콕의 1959년 영화는, 냉전 시대의 음모에 휘말린 한 남자의 스릴 넘치는 여정을 그린다. 영화와는 또 다른 무대 위 시각 언어와 리듬을 통해, 관객은 한층 더 입체적인 서스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전국 순회로 시작해 런던으로 향하는 이 여정 자체가, 극의 서사와 흡사하다.
18세기 베네치아의 파격, <Stiletto>

카스트라티 현상을 중심으로 18세기 베네치아 상류 사회를 그려낸 이 뮤지컬은, 흔히 다뤄지지 않는 주제를 담대하게 무대로 끌어올린다. <뮬란>의 매튜 와일더가 음악과 가사를, <이지 버츄>의 팀 루스컴이 극본을 맡아 고전과 현대적 감수성을 절묘하게 결합시킨다. 시각적으로도 풍요로운 무대를 기대할 수 있다.
스크린에서 무대로 돌아온 일상과 유머, <Kim’s Convenience>

캐나다의 대표적 한인 이민자 가족 코미디가 무대화되어 돌아왔다.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제임스 이가 다시 주인공으로 나서며 오랜 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가족과 공동체, 문화 충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2025년 3월은 단순히 봄의 시작이 아니다. 전국 극장에서 동시에 시작되는 이 새로운 공연들의 물결은, 관객들에게 계절의 변화뿐 아니라 극장의 생동감, 예술의 재창조를 함께 선사한다. 웨스트엔드에서 지역 소극장까지,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은 다시 한 번 “왜 극장에 가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이유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