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토니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들을 되짚어본다. 토니상은 단순한 시상식을 넘어 배우와 제작진, 관객 모두에게 한 해의 극장 역사를 보여주는 축제이자 드라마 그 자체다. 예상치 못한 승리와 감동적인 수상 소감, 무대를 빛낸 뜨거운 에너지가 지금도 생생하다.

2000년, 제니퍼 에일( Jennifer Ehle)은 연극 <The Real Thing>으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자신의 어머니 로즈메리 해리스(Rosemary Harris)와 토니상 최초의 모녀 맞대결을 펼쳤다. 이 역사적인 순간은 토니상에서 가족 간의 특별한 경쟁과 사랑을 엿볼 수 있게 한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같은 해 뮤지컬 <아이다(Aida)>의 히더 헤들리(Heather Headley)는 “디즈니와 평생 일하겠다”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 큰 주목을 받았다.
2001년에는 <프로듀서스(The Producers)>가 12개 부문 수상으로 토니상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우며 무대를 휩쓸었다. 주연 배우 네이선 레인(Nathan Lane)은 무대 위에서 매튜 브로더릭(Matthew Broderick)과 함께 상을 받으며 “이 상은 우리 둘을 위한 것이다. 그 없이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진심을 전해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쇼의 창작자 멜 브룩스(Mel Brooks)는 재치 있는 위트로 동료 후보들을 격려하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2002년, 엘레인 스트리치(Elaine Stritch)는 <Elaine Stritch at Liberty>로 수상하며 “좋은 소식은 멋진 수상 소감을 준비했다는 것, 나쁜 소식은 45년간이나 준비해왔다는 것”이라며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서튼 포스터(Sutton Foster)는 첫 토니 수상에 감격하며 고등학교 연극 선생님과 경쟁작에 출연한 동생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 가족애를 드러냈다.
2003년에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Hairspray)>가 8개 부문을 휩쓸며 대성공을 거뒀다. 주연 마리사 자렛 위노커(Marissa Jaret Winokur)는 “키 147cm의 통통한 뉴욕 소녀도 브로드웨이 주연 배우가 될 수 있고 토니상을 탈 수 있다면 뭐든 가능하다”고 희망찬 메시지를 남겼다. 작곡팀 마크 샤이먼(Marc Shaiman)과 스콧 위트먼(Scott Wittman)은 무대에서 사랑을 과감하게 표현하며 화제를 모았다.
2004년, <에비뉴 큐(Avenue Q)>가 대세로 예상됐던 <위키드(Wicked)>를 제치고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위키드>의 이디나 멘젤(Idina Menzel)과 크리스틴 체노웨스(Kristin Chenoweth)가 함께 부른 ‘Defying Gravity’ 무대는 이날 밤 가장 감동적이고 강렬한 장면으로 남았다. 이디나는 눈물을 흘리며 가족에게 “드림걸스, 애니 등 모든 걸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05년, 59회 토니상은 여러 작품들이 고루 수상하며 다양한 색채를 보여줬다. <스팸어랏(Spamalot)>, <의혹(Doubt)>, <라 카지 오 플로스(La Cage aux Folles)>, <글렌개리 글렌 로스(Glengarry Glen Ross)> 등이 첫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스윗 차리티(Sweet Charity)> 후보였던 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Christina Applegate)는 사전 시카고 공연 중 입은 발 부상을 재치 있게 풍자하며 무대에 올라 ‘If My Friends Could See Me Now’를 완벽하게 소화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2006년은 영국 작품들의 약진이 돋보인 해였다. 앨런 베넷(Alan Bennett)의 <The History Boys>는 6개 부문을 석권하며 최우수 연극상을 차지했고, 미국 작품 <저지 보이즈(Jersey Boys)>는 최우수 뮤지컬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 당시 관객들은 미국과 영국의 팽팽한 경쟁 구도를 즐기며 극장가의 활기를 만끽했다.
2007년,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은 도발적인 넘버 ‘Totally F**ked’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리아 미쉘(Lea Michele)을 필두로 출연진들은 당대 최고의 안무와 연출로 청소년의 혼란과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2008년 패티 루폰(Patti LuPone)은 29년 만에 다시 토니상을 수상하며 오케스트라에게 “조용히 해! 29년 만이다!”라며 소리쳐 전설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린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는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s)>로 4관왕을 차지했고, 랩으로 섞은 감사 인사로 새 시대의 브로드웨이를 상징했다.
2009년에는 <록 오브 에이지즈(Rock of Ages)> 공연 도중 브렛 마이클스(Bret Michaels)가 무대 장치에 부딪혀 부상을 입었지만, 닐 패트릭 해리스(Neil Patrick Harris)의 재치 있는 멘트로 긴장이 풀리고 현장 분위기가 유쾌하게 전환됐다.
2010년, 리아 미쉘은 <Funny Girl> 오디션 무대를 토니상에서 공개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2011년 <북 오브 모르몬(The Book of Mormon)>은 9관왕에 오르며 뮤지컬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마크 라일런스(Mark Rylance)는 수상 소감 대신 시를 낭독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2012년 <뉴스즈(Newsies)>는 고난도 안무와 열정적인 공연으로 최우수 안무상을 차지하며 무대를 장악했다. 출연진들은 역동적인 움직임과 뛰어난 체력으로 공연의 완성도를 극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