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런던 팔라디움 극장 앞이 매일 밤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웨스트엔드 뮤지컬 <에비타> 주연 배우 레이첼 제글러가 무대 밖 팔라디움 발코니에서 직접 관객과 만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이 연출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Don’t Cry For Me Argentina” 넘버를 배우가 극장 외부에서 부르는 독특한 시도다. 금발 가발과 하얀 드레스를 착용한 제글러는 영상 촬영팀과 함께 무대 밖으로 나와 발코니에 서서 노래를 선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뮤지컬 팬들은 “극장 안팎에서 동시에 공연을 보는 신선한 경험”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장면은 공연장 내부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 중계되며, 극장 안 관객과 외부의 행인 모두에게 펼쳐진다. 공연이 시작되는 밤 9시경 팔라디움 앞은 자연스레 모여든 관객과 구경꾼들로 활기를 띤다. 매트니 공연이 있는 날에는 오후 4시경에도 발코니 장면을 만날 수 있어 더욱 다양한 관객이 이 특별한 순간을 즐기고 있다.
이번 연출은 제이미 로이드 연출가가 주도했으며, 작년 톰 프랜시스가 연출해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스트랜드 거리 행진’ 연출과 유사한 무대 밖 연출 기법이 적용됐다. 공연계에서는 “뮤지컬의 전통적 무대 경계를 확장했다”는 평가와 함께 호기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엇갈린다. “대중과의 소통을 극대화한 혁신적 시도”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공연 하이라이트가 실내 무대가 아닌 외부에서 펼쳐져 정작 티켓을 구매한 관객들의 몰입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제이미 로이드 연출가는 “에바 페론이 국민에게 직접 말을 거는 장면인 만큼, 실제 발코니에서 공연하는 것이 극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연출은 극 중 페론 대통령 당선 직후 에바가 발코니에서 국민을 향해 부르는 노래와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 발코니 공연은 레이첼 제글러의 웨스트엔드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실내 무대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펼쳐지는 이 퍼포먼스는 배우에게도 큰 도전이지만, 제글러는 탁월하게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역 배우 벨라 브라운 역시 앞으로 발코니 무대를 소화할 예정으로 알려져,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에비타>의 발코니 장면은 공연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런던 팔라디움의 새로운 명물이 될 태세다. 팔라디움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런 혁신적 시도를 통해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며 공연의 즐거움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에비타>는 오는 9월 6일까지 팔라디움에서 공연된다. 레이첼 제글러의 발코니 장면을 포함한 이번 재연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웨스트엔드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