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의 토니상(Tony Awards)이 있다면, 차세대 스타들의 등용문이자 ‘뮤지컬 유망주의 성지’로 불리는 지미 어워즈(Jimmy Awards)가 있다. 매년 미국 전역의 고등학생 뮤지컬 인재들이 참가해 뜨거운 경연을 펼치는 이 대회는, 어느덧 16회를 맞이하며 뮤지컬 업계에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2025년 6월 23일, 뉴욕 브로드웨이의 민스코프 극장(Minskoff Theatre)에서 열린 올해 지미 어워즈에는 55개 도시에서 선발된 110명의 고등학생들이 모여 열띤 무대를 선보였다. 이 중 일부는 머지않아 브로드웨이의 조명을 받게 될 것이고, 몇몇은 이미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이들 중, ‘지미 어워즈 출신’은 누구일까?
“밀리에서 밀리로” – 줄리아 크니텔 (2009)
줄리아 크니텔(Julia Knitel)은 2009년 제1회 지미 어워즈에 뉴저지 페어 론 고등학교에서 <쏘럴리 모던 밀리>의 주인공 밀리 딜마운트 역으로 참가했다. 당시 그녀는 종합본선에 참가한 후 단 2주 만에 <바이 바이 버디>로 브로드웨이 데뷔를 이뤘다.
그 후 그녀는 <뷰티풀: 캐롤 킹 뮤지컬>에서 브로드웨이와 투어 무대를 넘나들며 주인공을 맡았고, 최근에는 <Dead Outlaw>로 토니상 후보에도 올랐다. 놀랍게도 그 시작점은 고등학생 시절 부른 “Gimme Gimme”였다.
“코딩하는 퍼세포네” – 말라 루이상 (2015)
말라 루이상(Marla Louissaint)은 2015년 지미 어워즈에서 <캐롤라인, 오어 체인지>의 캐롤라인 역으로 최우수 여배우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뷰티풀>, <하데스타운> 투어를 거쳐, 현재는 브로드웨이 <하데스타운>에서 페이트 역으로 활약 중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녀가 동시에 포덤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며 학위를 취득했다는 사실. 그녀가 대회에서 부른 “I’m Here”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그녀의 삶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무대에서 기다렸던 건…” – 라이언 맥카탄 (2011)
<헤더스>의 J.D., <위키드>의 피예로, <겨울왕국>의 한스까지. 지금의 라이언 맥카탄(Ryan McCartan)을 만든 무대는 2011년 지미 어워즈였다. 미네소타 출신인 그는 <비즈니스 성공의 길>에서 J. 피어폰트 핀치 역으로 최우수 남우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그의 경연곡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Someone to Fall Back On”. 브로드웨이의 ‘프린스’가 되기 전, 그가 보여준 진심 어린 무대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그녀는 17살에 이미 김이었다” – 에바 노블자다 (2013)
토니상 2회 노미니, 그래미 수상자, <그레이트 개츠비>의 데이지, <하데스타운>의 유리디케… 이 모든 수식어의 주인공 에바 노블자다(Eva Noblezada)도 지미 어워즈 출신이다.
2013년, 그녀는 노스캐롤라이나의 고등학교에서 <풋루스>의 아리엘 무어 역으로 참가했다. 그해 경연에서 부른 “With You”(뮤지컬 <고스트> 중)는 심사위원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이듬해 <미스 사이공>의 김 역으로 런던 웨스트엔드에 데뷔했다. 이후 브로드웨이까지 정복한 그녀는 이제 ‘여성 해멜릿’이라 불리는 샐리 보울즈 역으로 <카바레> 무대에 선다.
“베티붑은 어디서 왔을까?” – 재스민 에이미 로저스 (2017)
올해 <BOOP!>으로 토니상 후보에 오른 재스민 에이미 로저스(Jasmine Amy Rogers)는 2017년 지미 어워즈의 결선 진출자였다. 당시 텍사스에서 <인트 더 우즈>의 마녀 역으로 출전해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다.
그녀는 이후 <퀸카로 살아남는 법> 투어에서 그레첸 역, <젤리의 마지막 잼>, <워커의 노래>, <비커밍 낸시> 등 다채로운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했다. 고등학생 시절 부른 “Easy As Life”는 그녀의 내면 깊은 연기력을 보여준 결정적 장면으로 남아 있다.
“무대 위에서 세상과 연결된다” – 카일 셀리그 (2010)
<민 걸스>의 애런, <모르몬의 책>의 엘더 프라이스, 그리고 최근 <Water for Elephants>까지. 카일 셀리그(Kyle Selig)는 2010년 지미 어워즈에서 캘리포니아 대표로 출전해 “The Streets of Dublin”을 부르며 최우수 남우상을 수상했다.
카네기 멜론을 졸업한 그는 현재 스티븐 손드하임 헌정 콘서트 <Old Friends>에서 레전드들과 나란히 무대에 서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의 무대는 그의 미래를 이미 예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대 뒤 숨은 히어로” – 조시 스트로블 (2016)
조시 스트로블(Josh Strobl)은 2016년 <헤어스프레이>의 링크 라킨 역으로 지미 어워즈 최우수 남우상을 수상한 후,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유니버설 스윙’으로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최근에는 <아웃사이더즈>에서 포니보이와 조니 두 역할을 동시에 커버하는 대역 배우로 활동 중이다. 관객들이 그를 무대에서 매번 만나진 못하지만, 그의 “Maria”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지금도 많은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지미 어워즈는 ‘미래’ 그 자체
지미 어워즈는 단순한 고등학생 경연이 아니다. 매년 1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열정을 불태우는 이 대회는, 공연예술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첫 번째 장이다. 누군가는 이 무대를 발판 삼아 대학 진학을 꿈꾸고, 또 누군가는 진짜 스타가 되어 브로드웨이를 지배한다.
올해 역시 그 가능성은 무대 위에서 빛났다. 다음 토니상 수상자가 어쩌면 바로 이번 지미 무대에 섰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 순간을 함께 목격했다.
무대가 곧 미래인 지미 어워즈. 당신이 응원하는 다음 뮤지컬 스타는, 지금 고등학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