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심청가’ 예능보유자 장문희의 완창 무대
– 전주대사습놀이 최연소, 최고 점수 장원 대기록의 보유자
■ 극적인 비극성이 농축되어 있는 동초제 ‘심청가’
– 애원성 강한 소리, 오로지 공력으로 선보이는 판소리의 정수
■ 고수 김규형·조용수의 장단, 국악방송 유영대 사장의 해설 더해져
국립극장은 <완창판소리-장문희의 심청가>를 9월 17일(토) 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전주대사습놀이 최연소, 최고 점수 장원이라는 화제의 기록을 보유한 장문희 명창이 타고난 목구성과 탄탄한 소리 내공을 바탕으로, 약 5시간에 걸쳐 동초제 ‘심청가’를 들려준다.
장문희는 7세에 판소리에 입문한 후 20대에 이미 내로라하는 판소리 대회에서 1등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역사와 권위를 인정받는 전주대사습놀이에서 1995년 학생부 장원, 1998년 일반부 장원을 받은 데 이어 2004년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명창부에 출전해 장원(대통령상)까지 거머쥐었다. 당시 30년 대회 역사상 최연소 장원으로, 심사위원 전원에게 만점을 받아 큰 화제를 모은 그는 평단으로부터 “100년에 한 번 나올 소리꾼” “금년 전주대사습이 낳은 대어” 등의 찬사를 받으며 젊은 나이에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현재는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수석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전국의 여러 무대에서 판소리 다섯 바탕을 완창하고, 판소리 음반도 꾸준히 발표하는 등 끊임없이 소리를 연마하고 있다. 2021년 5월에는 문화재 전승 기여도와 기량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심청가’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완창판소리 9월 무대에서 장문희 명창이 들려줄 소리는 동초제 ‘심청가’다. 동초제는 동초 김연수 명창이 여러 바디(명창이 스승으로부터 전승한 판소리 한바탕 전체를 음악적으로 다듬어 놓은 소리의 본)를 참고해 새롭게 정립한 판소리 다섯 바탕이다. 국립창극단 초대 단장을 지낼 정도로 창극에도 열정적이었던 김연수 명창이 정리한 만큼, 극적인 구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심청가’는 비장한 내용이 많아 웬만큼 소리에 능숙하지 않고서는 전 바탕을 제대로 끌고 나가기 힘든 작품이다.
장문희는 조선 후기 빼어난 솜씨로 큰 인기를 얻었던 8명창 중 한 명인 이날치의 후손이자 동초제 계승자인 이일주 명창을 사사하며 동초제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흥보가’ 네 바탕을 모두 배웠다. 본래 동초제는 정확한 사설 구사와 발림(창자가 신체를 활용한 몸짓·표정, 부채로 극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동작)을 통한 극적 표현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이일주 명창은 사설과 극적 요소가 이미 노래에 녹아 있어 무엇보다 소리와 성음 그 자체로 소리꾼의 예술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장문희는 이모이자 스승인 이일주 명창의 가르침을 본받아, 오로지 자신의 공력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전하겠다는 포부로 매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 공연은 극적 비극성이 농축되어 있는 동초제 ‘심청가’를 장문희 명창 특유의 깨끗하면서도 애원성 강한 소리로 감상할 기회다. 장문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바탕을 완창하며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 나가야 청중에게도 감동을 전할 수 있다”라며 “모든 대목이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심봉사가 물에 빠져 죽은 심청의 묘비를 찾아 딸을 그리워하며 통곡하는 ‘타루비’ 대목이 남다르게 와 닿는다”라고 밝혔다. 고수로는 광주시립창극단 예술감독 김규형, 국립창극단 기악부장 조용수가 함께하며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이 해설과 사회를 맡는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 시작된 이래, 판소리 한바탕 전체를 감상하며 그 가치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최장수 완창 무대다. 2022년 하반기에도 전통에 대한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고 있는 최고의 소리꾼이 매달 이 무대를 통해 귀명창과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