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무게를 성찰하게 만드는 창작 뮤지컬 <시지프스>가 제18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통해 관객들과 처음 만난다. 7월 6일(토)과 7일(일), 대구 대덕문화전당에서 펼쳐질 이 작품은 DIMF의 창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뮤지컬 <시지프스>는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과 그리스 신화의 인물 ‘시지프스’의 서사를 새롭게 엮어낸 실험적이고도 서정적인 작품이다.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론적 고민과, 반복되는 운명 속에서도 삶을 선택하는 인간의 의지를 담아낸 이 뮤지컬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극은 희망이 무너진 어느 무대 위, 버려진 네 명의 배우들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들은 『이방인』 속 주인공 뫼르소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재현하며, 동시에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뫼르소가 죽음을 앞두고도 삶의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들도 삶의 끝에서 다시 삶을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시지프스처럼 끝없이 돌을 굴리는 운명 속에서도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는다.
무대는 한 편의 철학적 에세이처럼 구성되어 있지만, 지루함보다는 몰입과 여운을 남긴다. 이는 탁월한 연출과 음악, 무대미술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블루레인’, ‘프리다’ 등을 통해 감성적이면서도 강렬한 무대를 선보여 온 추정화 연출과, 뮤지컬 음악계에서 섬세한 감각으로 주목받는 허수현 작곡가가 다시 한번 손을 맞췄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5인조 라이브 밴드의 생생한 연주가 더해져 감정의 진폭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DIMF를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구성이다.
무대 디자인 또한 작품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큰 몫을 한다. 태양의 이글거리는 에너지와 인간 내면의 갈등을 형상화한 태양막, 상하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한 상징을 만들어내는 타워형 계단, 그리고 배우들이 직접 찾아내야만 의미가 드러나는 무대 곳곳의 숨겨진 오브제들까지, 시지프스의 세계는 단순히 ‘보는 공연’을 넘어 ‘경험하는 무대’로 관객을 초대한다.
또한, 7월 6일 오후 3시 공연에는 관객들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특별한 소통의 시간을 선사한다. 공연 전 온라인을 통해 미리 질문을 접수한 관객들은, 공연 종료 후 무대 위에서 배우 및 제작진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 시간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인플루언서로 알려진 황조교가 사회를 맡아,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는 동시에 관객의 관점을 더욱 풍부하게 확장시킬 예정이다.
창작 뮤지컬 <시지프스>는 단순한 고전의 재해석에 그치지 않는다. 삶과 죽음, 무의미와 희망 사이를 오가며 ‘존재’라는 화두를 던지는 이 작품은, 무대 위에서 철학과 예술, 감정이 유기적으로 얽힌 하나의 서사로 펼쳐진다. 초연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높은 완성도와 실험정신을 겸비한 이 공연은, DIMF를 찾는 관객들에게 또 하나의 인상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