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설화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창작 초연 뮤지컬 <홍련>이 지난 7월 30일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막을 올렸다. 전석 매진을 기록한 프리뷰 공연에서 기립박수와 눈물을 동시에 이끌어낸 이 작품은, 본 공연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의 깊은 만남을 예고하고 있다.
뮤지컬 <홍련>은 ‘장화홍련전’과 ‘바리데기’라는 한국 고전 설화를 모티프로 삼아,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독창적인 재판극을 완성해냈다. 작품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남동생에게 해를 입힌 죄로 저승에 끌려온 ‘홍련’이, 망자의 길을 인도하는 ‘바리’를 만나며 점차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고 삶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담는다. ‘재판’이라는 구조 안에 죄와 용서, 분노와 이해, 삶과 죽음의 질문이 촘촘히 얽혀 있어 단순한 설화 재현을 넘어선 감정의 서사를 구현한다.

무대는 어둠 속 웅크린 홍련의 실루엣으로 조용히 시작된다. 극이 전개되며, 록 사운드와 국악의 리듬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음악은 극 전체의 정서를 끌고 간다. 국악 기반의 타악 리듬 위로 강렬한 기타와 드럼이 얹히고, 여기에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이 더해져 무대를 압도한다. 음악감독 김태희와 연출가 민성재는 전통 설화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면서도, 동시대적 감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극 중 홍련 역을 맡은 배우 한재아, 김이후, 홍나현은 죄의식과 억울함, 분노와 슬픔이 뒤엉킨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초반에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차가운 태도를 보이다가도, 점차 숨겨진 상처가 드러나며 무너져 내리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묵직한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그녀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끝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도록’ 돕는 바리 역의 이아름솔, 김경민, 이지연 역시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단순한 저승사자가 아닌, 한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존재로 바리를 풀어낸 배우들의 연기는 따뜻함과 신비로움을 동시에 품는다.
강림차사와 월직·일직차사 등 조연 캐릭터들도 극의 긴장과 이완을 절묘하게 조율한다.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고, 때로는 차갑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이들은 ‘사후 세계’라는 초현실적 공간을 한층 설득력 있게 구현하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받친다.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렇게 울게 될 줄 몰랐다”, “죽음 이후에도 삶을 돌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공연”, “음악과 연기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등 SNS와 커뮤니티에는 호평이 이어졌고, 벌써부터 재관람을 예고하는 관객들도 많다. 특히 공연 중 등장하는 넘버 ‘그날의 비’, ‘가만히 들려줘’는 극이 끝난 후에도 귀에 맴돌며 여운을 남긴다는 반응이다.
제작사 ㈜마틴엔터테인먼트는 “<홍련>은 단순히 슬픈 이야기나 고전 재현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아픔과도 맞닿아 있다”며 “모든 홍련과 바리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더 정성껏 공연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뮤지컬 <홍련>은 오는 10월 20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8월 5일부터는 2차 티켓 오픈이 예정되어 있으며,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가능하다. 오후 1시에는 토핑 회원을, 오후 2시부터는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예매가 진행된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공연장을 찾으려는 관객들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