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직접 관람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 파이어>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의 얼굴에 웃음을 머금게 하고, 마지막에는 따뜻한 눈물을 안겨주는 특별한 작품이었다. 이 뮤지컬은 1993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미세스 다웃 파이어>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처럼, 뮤지컬 역시 이혼한 아빠 다니엘이 자녀들과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가정부 미세스 다웃 파이어’로 변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무책임하고 철없는 남편이었던 다니엘이 있다. 그는 갑작스럽게 가족과 떨어지게 되자,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고 싶어한다. 결국, 여성으로 변장한 가정부로 위장 취업을 시도하고,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겪으며 조금씩 아빠로서, 한 사람으로서 성장해 간다. 이 과정은 매우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그 안에는 가족의 의미, 이혼 가정의 현실, 그리고 부모의 사랑에 대한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번 웨스트엔드 공연에서 주인공 다니엘을 연기한 배우는 가브리엘 빅(Gabriel Vick)이었다. 그는 2012년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페윌리(Feuilly)’ 역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뮤지컬 <미스 아토믹 밤(Miss Atomic Bomb)>의 공동 작가이자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영국 배우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유쾌한 개그 감각과 감정 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다니엘과 미세스 다웃 파이어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빠른 의상 변화와 목소리 변화, 몸짓과 말투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내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무대는 빠르게 전환되며 다니엘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감정 변화를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집, 방송국, 법정, 요리 교실 등 다양한 장소가 무대 위에서 실감 나게 펼쳐지고, 변화무쌍한 연출은 어린이 관객에게도 충분히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다가온다. 배우들의 에너지도 무대를 가득 채운다. 때로는 빠르게 바뀌는 장면 속에서도 정확한 발성과 안무를 잃지 않으며, 각각의 넘버(뮤지컬 곡)를 힘 있게 전달한다. 관객들은 웃음과 감탄을 넘나들며 몰입할 수밖에 없다.
<미세스 다웃 파이어>는 단순한 가족 코미디가 아니다. 이혼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그 안에서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사랑스럽게 담아낸다. 공연 중반부, 다니엘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큰 감동을 준다. 반면, 미세스 다웃 파이어로 분한 다니엘이 방송국에서 요리 방송을 진행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은 관객을 웃음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번 작품은 이미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으로 무대에 오른 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에서도 재연 무대를 통해 관객과 다시 만나게 된다. 첫 공연 때도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더욱 탄탄한 연기와 연출로 무장해, 이전보다 한층 깊이 있고 풍성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실제 웨스트엔드 무대의 감동과 에너지를 고스란히 가져와, 한국 관객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세스 다웃 파이어>는 가족 모두가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장면에서 실컷 웃을 수 있고, 어른들은 그 안에 담긴 부모의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다니엘이 겪는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 파이어>는 단순한 여장 코미디가 아닌,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물하는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