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낸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로 돌아왔다.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가족을 잃은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다웃파이어’라는 가정부로 변신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웃음과 감동, 그리고 따뜻한 가족애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다.

이번 재연은 초연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연출과 서사 모두에 변화를 주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다니엘 역을 맡은 배우들의 시너지다. 초연의 다웃파이어였던 정성화가 다시 돌아와 ‘원조’다운 내공을 보여주고, 새롭게 합류한 정상훈과 황정민이 각기 다른 해석으로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다니엘 역은 단순히 분장 코미디에 머물지 않는다. 루프 스테이션 연주, 각종 성대모사, 순간순간의 애드리브가 어우러진 고난도 역할로, 배우의 유연한 감각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정성화는 특유의 타이밍 감각으로 객석의 호흡을 이끌었고, 관객의 반응에 따라 리듬을 조절하며 공연을 살아있는 코미디로 완성했다.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 사이사이에도 아버지로서의 진심이 묻어나, 관객들은 자연스레 ‘웃다 울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무대 역시 한층 세련되게 변했다. 이번 시즌의 연출은 ‘현대적인 가족극’이라는 방향성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 세트 전환이 이전보다 빠르고 다채로워졌으며, 영상과 조명이 적극적으로 사용돼 다니엘의 ‘이중생활’을 유려하게 표현한다. 특히 클라이맥스 장면은 과거의 TV 쇼 대신 ‘SNS 라이브 방송’으로 연출되어, 오늘날의 소통 방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사랑의 표현 방식은 달라져도, 마음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시대적 메시지가 그 속에 담겨 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힘은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양한 형태의 사랑으로 확장한다는 점에 있다. 다니엘과 미란다는 이혼을 택했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손을 잡는다. 프랭크와 안드레는 서로를 사랑하는 동성 커플로 등장해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다. 작품은 ‘가족이란 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돌보며 자라나는 관계’라는 사실을 유머와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이번 재연에서는 세 자녀의 성장도 인상 깊다. 초연에 이어 리디아를 맡은 김태희는 더욱 성숙한 눈빛으로 돌아왔다. 중학생이던 리디아가 고등학생이 되어 맞이한 사춘기의 혼란,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 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크리스 역의 최지훈은 〈레미제라블〉, 〈킹키부츠〉 등에서 다져온 감각으로 능글맞고 유쾌한 매력을 발산했고, 막내 나탈리 역의 차유은은 〈애니〉에서 보여준 순수한 에너지와 사랑스러움을 그대로 가져와 객석의 미소를 자아냈다. 세 아이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가족의 에너지는 다니엘이 다시 삶을 이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공연은 웃음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난다. 다웃파이어의 분장은 처음엔 위장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이 다니엘의 진심이자 사랑의 언어가 된다. 아이들을 위해 스스로를 숨기고, 다시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은 코믹하지만 동시에 눈물겹다. “가족이란 함께 성장하는 존재”라는 메시지는 결코 진부하지 않다. 그것은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연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초연보다 한층 유쾌하고, 동시에 더 따뜻하다. 기술적으로는 진화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사람과 사랑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다웃파이어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인사는 그래서 더욱 오래 남는다.
한편,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오는 12월 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