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K의 한마디 | 영리한 연출, 영리한 음악.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던 혁명가 장보고
유료 쇼케이스는 자신감이었다. 토크쇼 형식을 차용해 프리다의 일생을 풀어냈던 추정화연출은 이번엔 콘서트의 형식을 빌려 장보고의 일생과 그가 이루지 못했던 꿈을 풀어냈다.
이름도 없는 천민으로 태어나 아시아 최고의 허브항구를 만들었던 거상이자 장수로, 신라 최고의 귀족의 자리에 올랐던 장보고의 일생은 힙합과 국악, 60년대 팝과 로큰롤로 말그대로 신명나게 펼쳐진다. 비보잉, 풍물놀이, 북청사자 놀음까지. 쏟아지는 볼거리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배우들은 관객을 오션스의 콘서트를 즐기러 온 팬으로 탈바꿈 시킨다.
격정적인 장보고의 삶을 따라 숨가쁘게 진행되는 무대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건 국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 60년대 비치보이스나 잭슨5를 떠올리게 하는 아메리칸 팝 스타일의 음악. 흥덕왕이 나올 때 펼쳐지는 엘비스 프레슬리 스타일의 로큰롤. 빠르게 쏟아내는 랩까지.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호응을 하게 만드는 음악은 공연장을 빠져나온 뒤에도 입안에 남아 흥얼거리게 만든다
더불어 LED 무대 연출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될 듯하다. 이미 벽과 바닥을 가득 채운 LED를 활용한 연출로 화제를 모았던 데스노트가 있지만, 오션스는 좀 더 변주를 주어 15개의 LED 기둥과 직사각형의 회전 무대로 다양하게 변화한다. 15개의 LED 기둥은 일렬로 늘어섰을 때에는 하나의 배경처럼 사용되었다가, 배치를 바꾸어 건물이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관객들에게 9세기 아시아의 역사배경을 설명해 주는 자료화면으로도 쓰인다. LED로 영상을 활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객석까지 넘실대는 조명은 장보고와 함께 바다 위를 항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선시대 전기수를 모티브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5명의 오션스 멤버들은 각각 소년과 청년, 그리고 장년의 장보고와 장보고의 친구 정연, 그리고 멀티를 연기하며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과 열연은 쇼케이스라는 생각을 잊게 해준 일등공신이었다. 공연의 특성상 배우들은 이야기에서 빠져나와 오션스 멤버로 관객과 소통하는데, 오션스 멤버와 극중 인물로 분하며 순간적으로 몰입하는 모습은 감탄스러울 정도.
오랜만에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던 관객과 호흡하는 뮤지컬 오션스. 극장을 나오며 어서 빨리 오션스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만일 가능하다면 오션스가 전해줄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신명나게 한 판 놀아보고 싶은 분
– 콘서트와 뮤지컬을 둘다 즐기고 싶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