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캐스트 공개로 뮤지컬 애호가들의 호응과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그런데 티켓 가격이 공개되자 갑작스럽게 불매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기존 15만원이 상한선이었던 대극장 뮤지컬의 VIP석 티켓가격을 만원이나 인상시켰기 때문.
대형 뮤지컬이 공개되며 티켓 가격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뮤지컬 ‘웃는 남자’의 초연 당시 주중과 주말공연의 티켓 가격에 차등을 두며, VIP석 15만원 시대를 연 이후, 어느새 VIP석 15만원은 자연스러운 가격이 되었다.
당시에도 불만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불매운동까지 일어나진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티켓가격 인상에 이렇게까지 대대적인 불매운동까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불매운동에 참여한 한 관객은 코로나 이후 최대의 호황기를 맞은 뮤지컬 업계가 그동안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객석을 지켜온 관객들에게 일방적인 횡포로 ‘보답’을 했다며 지적했다. 올 상반기 1800억 매출을 달성한 뮤지컬 시장 규모는, 성수기인 연말이 되면 4500억 규모로 상승하여 역대 최고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대로 뮤지컬 제작사들은 오랜 불황과 치솟는 물가로 티켓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반응이다. 일례로 이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올리는 쇼노트는 2020년 45억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021년에는 227억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도 천만원 가량의 흑자를 내 겨우 적자를 면한 상황이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마치 서로 닿을 수 없는 평행선 같은 모습이다. 몽포커스는 이런 간극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관객들이 생각하는 티켓 가격의 적정선과, 현재 티켓가격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지난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몽포커스의 팔로워를 중심으로 앙케이트를 실시했다. 앙케이트는 총 3회에 걸쳐 3036명이 참여했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대극장 티켓 가격. 이왕이면 현상유지. 하지만 원하는 자리라면 조금 더 낼 수도?
첫번째로 대극장 뮤지컬 VIP석 티켓의 적정가격에 대한 질문에 현재 티켓가격이 포함된 13만원 이상 15만원 미만이 총 677표를 기록하며 가장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에 비해 15만원 이상은 43표에 불과했다.
재밌는 것은 브로드웨이처럼 원하는 자리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프리미엄티켓에 대해 8프로에 가까운 81명이 선택했는데, 프리미엄 티켓은 브로드웨이에서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방식으로 인기에 따라 비싼 가격이 책정되는 대신 관객은 좋은 자리를 구입할 수 있고, 이 수익은 기획사가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브로드웨이의 많은 뮤지컬 제작사가 더 높은 수익을 이룰 수 있었다.
소극장 티켓가격은 이대로가 좋아.
그 다음 앙케이트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소극장 뮤지컬의 R석 티켓 가격이다. 현재 대부분 공연 티켓의 정상가가 66,000원 선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은, 재관람이 많은 문화인 것을 고려하여 재관람 할인(20% 할인)을 기준으로 질문하였다.
이번에도 역시나 현재의 티켓 가격인 4만원 이상 5만원 미만이 530표로 가장 많은 득표를 기록했다. 그러나 5만원 미만 6만원도 121표라는 적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브로드웨이식의 프리미엄 티켓에 대해서는 고작 36명의 사람만이 선택했다.
대극장에서 8퍼센트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꺼이 더 많은 금액을 내겠다고 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번 앙케이트에서 그 정확한 이유를 유추하기는 어렵지만 대극장 공연이 자리에 따라 시야의 차이가 큰 것에 비해, 소극장은 더 여유롭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했다.
넓은 VIP(R석)영역과 암표상 방치가 큰 문제.
몇몇은 스타배우가 독식하는 뮤지컬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를 꼽기도
그렇다면 관객들은 현재 뮤지컬 티켓값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느끼고 있을까.
62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현재 VIP석(R석)의 영이 너무 넓은 것을 꼽았다. 대극장의 경우 시야방해가 발생하는 사이드와 맨 뒷자리 몇줄을 제외한 1층 대부분의 자리가 VIP석으로 지정되고 있고, 2층 앞자리까지 VIP석으로 지정되어 VIP석의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는 소극장 공연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장 뒤쪽의 자리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자리가 가장 높은 등급인 R석으로 지정되어 있다.
두번째로는 암표상을 방치하고 있는 것을 꼽았다. 예매사이트 등에서 암표상을 방치하다 보니 좋은 자리를 잡기 어렵고, 이는 결국 관객의 불만으로 이어진 것이다. 암표상에 대해서는 기타 답변을 통하여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응답자들 중 일부는 암표는 물론 대리티켓팅 등 매크로 프로그램을 방치하는 것이 그 문제라고 꼽았다. 업자들이 티켓으로 취하는 불법이득에 대한 부담을 제작사와 관객이 지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 외에 허를 찌르는 답변도 있었는데, 배우들의 높은 개런티와 기형적인 수익구조를 원인으로 꼽은 답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객석이 한정적인 공연의 특성상 매출은 제한 되어있는데, 회당 수천만원으로 알려져 있는 스타배우들의 몸값은 계속해서 치솟으니 이를 지불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티켓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극단적인 경우 재관람을 제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와 제작비를 따라잡기 위해 티켓값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높은 티켓가격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 아닐까.
관객들 역시 무작정 낮은 티켓가격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은 자신이 지불한 금액만큼의 만족감을 원하는 것이다. 같은 금액을 지불하지만 전혀 다른 만족감을 얻는다면 누구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브로드웨이처럼 로터리티켓이나 다양한 할인이 꼭 정답일 수는 없지만, 좌석등급을 세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앞서 정말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암표상을 근절하는 것 역시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