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신작 소개 시리즈 2편] 2022년 하반기 새로운 대극장 라이센스 2편이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바로 뮤지컬 ‘물랑루즈’와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바로 그 작품이다. 올 겨울과 가을 한국에서 첫 무대를 선 보이는 두 작품은 영화를 원작으로 하며 브로드웨이에서 2-3년 전에 먼저 올라왔다.
문화포커스에서는 ‘먼저 보고 왔습니다’ 코너를 통해 두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리뷰 공연을 관람한 객원 에디터L (이하 게스트L)과 작품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눴다.
에디터P
– 한국 거주 중인 한국인
–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물랑루즈’ 1회 관람
– 인터뷰를 위해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전 시청
객원 에디터L (게스트L)
– 해외 거주 중인 한국계 미국인
–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물랑루즈’ 3회 관람
– 2020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리뷰 관람
코메디 영화 원작 뮤지컬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관한 대담은, 원작 영화를 본 에디터P가 뮤지컬을 본 객원 에디터L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1편의 뮤지컬 ‘물랑루즈’는 뮤지컬 영화를 뮤지컬로 제작한 반면,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코메디 영화를 뮤지컬화 시킨 작품이다.
에디터P: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언제 보셨나요?
게스트L: 저는 2020년 봄에 브로드웨이에서 봤는데 코로나 때문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연기 되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올해 다시 올라왔던거 같은데, 1달만 공연 했고, 그 이후에는 영국 맨체스터에서만 올라와요.
에디터P: 저는 이번에 인터뷰를 위해서 ‘미세스 다웃파이어’ 영화를 처음 봤는데, 재미난 코메디 영화였어요.
게스트L: 로빈 윌리엄스가 빛나는 작품이었죠. 어릴 때 봤던 것 같은데, 너무 어릴 때라 줄거리가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네요.
영국 작가 앤 파인 소설 원작의 코메디 가족 영화로, 참신한 소재와 로빈 윌리엄스의 코메디 연기가 빛나는 작품이다. 로빈 윌리엄스는 이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주인공 다니엘로 시작해 다니엘로 끝난다
에디터P: 다니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 다니엘은 다양한 성대모사가 가능한 재능꾼이었죠. 뮤지컬에서는 이런 다니엘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게스트L: 다양한 노래와 춤으로 최대한 표현해내요. 랩부터 탭댄스까지. 다니엘의 역량이 정말 중요한 작품이에요.
미국에서 연기했던 배우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여러 작품에서 본 주인공이에요. 전에 뮤지컬 ‘채플린’이라는 작품에서도 주인공을 맡았는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보면서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걸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이 배우 아니면 할 수 없을 거 같은 작품이었어요.
한 마디로 말해서 다니엘은 ‘배우에게 가성비 나빠요’. 정말 힘든 역이거든요. 그리고 반대로 말하면 배우에게 거는 의존도가 너무 큰 작품이에요.
에디터P: 그런 의미에서 임창정/정성화 배우를 캐스팅한 제작사의 선택이 탁월해 보이는 것 같아요. 코메디 장르와 영화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던 정성화/임창정 배우야 말로 원작 다니엘과 유사점이 많아 보이거든요. 그래서 반대로 양준모 배우의 다니엘도 기대가 됩니다. 이런 종류의 캐릭터는 처음 맡아보는데 어떤 결과물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요?
게스트L: 정성화 배우나 임창정 배우 모두 끈기와 집요함이 있어서 너무 잘 할 것 같아요. 양준모 배우는 이런 종류의 배역이 처음이기 때문에 기대 되구요.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변장하는 바디 수트가 엄청 무겁다고 하던데, 그 수트를 장착하고 춤추고 별 짓 다하거든요. 힙합 댄스에, 랩도 하고. 세 분 배우들 모두 파이팅 입니다. (웃음)
약간은 짖궂은 말투로 화이팅을 외치는 객원 에디터L의 말을 들으며, 다니엘 배우들이 정말 고생하며 준비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에게 가성비 나쁜 배역이라니, 캐릭터에 이런 수식어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다.
현대화의 양날의 검
뮤지컬 ‘물랑루즈’와 달리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대사로 이루어진 기존의 영화 장면들을 뮤지컬화 해야 한다는 큰 과업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에디터P: 영화의 뮤지컬화라는 관점에서 이 작품을 보면 어떨까요?
게스트L: 영화를 뮤지컬로 잘 옮겼고 재미는 있었는데 특별한 것은 없었던거 같아요. 영화를 무대로 옮기면 의례 기대되는 것들이요.
에디터P: 구체적으로 어떤점이요?
게스트L: 영화를 뮤지컬로 잘 옮기긴 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무대로 옮겼으면 나름대로 비교가 되는 ‘정점’, 그런 것들을 관객들은 기대할텐데, 뮤지컬만의 특별함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다른 뮤지컬 대비해서 화려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영화를 뮤지컬로 잘 옮기는 것은 성공하였지만, 뮤지컬만의 차별화나 타 뮤지컬 대비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객원 에디터L의 리뷰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아쉬움이 있었는지에 대해 여러가지 관점으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에디터P: 굉장히 옛날 영화인데, 그 때문에 생기는 괴리감은 없었을까요?
게스트L: 그 시절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약간의 현대화가 있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최첨단 전자기기가 나온다던가 재치있는 현대식 훈육이 들어가는게 바로 그거죠. 그런데 이 현대화가 양날의 검이었던 것 같아요.
에디터P: 어떤 의미에서 양날의 검이었을까요?
게스트L: 이 뮤지컬은 관람 타겟을 그 당시 영화를 즐기셨던 노인분들로 잡고, 노인들이 가족과 함께 볼만한 작품으로 만든 것 같아요. 배경을 현대로 옮겼지만 뮤지컬의 타겟과 진행은 옛날 방식을 취하고 있거든요. 나는 이런 사람이고 나는 이렇게 말한다는 식의 ‘I am Song’이 있다던가, 스토리 전개와 전혀 상관 없는, 순전히 재미와 춤을 위해 넣는 ‘Showstopper’ 같은거요. 요새는 노래를 하며 플롯과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이 뮤지컬은 좀 옛날 뮤지컬 같다는 거죠.
에디터P: 뮤지컬 방식 자체가 좀 올드하다는 이야기네요.
게스트L: 네 맞아요. 비슷한 시기에 올라왔던 뮤지컬 ‘투씨’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더라구요. 플롯도 크게 다른게 없거든요, 뮤지컬 ‘투씨’도 남자 주인공이 여장을 하고 나오구요. 그렇지만 그 작품은 좀 더 요즘 뮤지컬 같아요. 춤/노래와 함께 이야기가 전환 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저는 요새 뮤지컬에 익숙해져서 참을성이 없는데, 예전의 뮤지컬 전개 방식은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노래를 부르지만 아무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이건 노래고 노래다의 느낌 말이에요.
뮤지컬 ‘투씨’는 2019년 토니 어워즈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다. 1980년대 영화를 잘 현대화하여 올렸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에디터P: 그래서 정체성이 애매하다고 느껴진 거군요.
게스트L: 네, 레트로도 현대도 아닌 애매함. 이질적인 부분들이 많았어요. 또 다른 부분을 꼽자면 게이 부부가 여자 아이를 입양하는 부분이 있는데, 요새는 아이 입양이 그렇게 쉽지 않거든요. 특히 남자가 여자 아이 입양이 어려울텐데… 그런 부분이 이질감있게 느껴지더라구요.
에디터P: 옛날 영화다 보니까 요새 보기에 불편한 대사들이 좀 있었어요. 헤드 프로듀서와의 불편한 성적 농담 같은거요. 그런데 이런 부분을 잘 바꿨다는 후기를 봤어요.
게스트L: 저는 오히려 너무 PC(Politically Correct: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신념, 또는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적 운동)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한 농담을 빼는 것은 좋았는데, 굳이 헤드 프로듀서를 여자로 바꿀 필요는 없어 보였거든요.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 싶어요.
1980년대말~1990년대 초 작품을 뮤지컬화 시키면서 시간의 간극을 줄이고자 했던 시도가 오히려 모순을 만들어낸 것 같다. 한국판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밸런스를 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킬링 넘버는 없지만 좋은 노래들
에디터P: 넘버는 어땠을까요?
게스트L: 넘버가 좋긴한데, 아쉽게도 귀에 남는 넘버가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율동에 가까운 군무들도 재미났고 노래들이 전체적으로 좋았어요.
미국적인 작품의 한국화
에디터P: 샌프란시스코 배경의 굉장히 미국스러운 작품이라 어떻게 한국화 될지 궁금해요.
게스트L: 미국인들이 영국 억양을 가진 사람이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베트맨의 알프레도나 메리 포핀스 등이 바로 그런 창조물이죠. 작품이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미국적인 정서가 있는데, 그게 잘 전달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영어의 액센트로 말장난을 하는게 많은데, 어떤 식의 번안이 있을지 궁금해요. 다니엘과 변신한 다웃파이어의 액센트가 다르거든요. 다니엘은 미국, 다웃파이어는 스코티시 액센트에요.
에디터P: 한국에서는 말투나 사투리 같은 느낌을 주려나요? (웃음)
게스트L: 그리고 다니엘이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명 미국 셰프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 부분을 완전히 한국식으로 바꿀지도 궁금하네요.
현지화 시킬 부분은 현지화 시키겠지만 미국적인 정서를 그대로 가져갈 것은 가져가는게 더 좋을 것 같다. 다만 액센트 부분은 불가피하게 현지화 시켜야 할텐데 어떤 결과물을 가지고 올지 한국에서의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개막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인터뷰를 나누다 보니, 하반기에 올라올 기대작 라이선스 뮤지컬 ‘물랑루즈’와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더 빨리 만나보고 싶어진다. 다음에는 오디션이 진행 중인 신작 뮤지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