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신작 소개 시리즈 1편] 2022년 하반기 새로운 대극장 라이센스 2편이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바로 뮤지컬 ‘물랑루즈’와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바로 그 작품이다. 올 겨울과 가을 한국에서 첫 무대를 선 보이는 두 작품은 영화를 원작으로 하며 브로드웨이에서 2-3년 전에 먼저 올라왔다.
문화포커스에서는 ‘먼저 보고 왔습니다’ 코너를 통해 두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물랑루즈’를 관람한 에디터P와 객원 에디터L (이하 게스트L)이 작품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눴다.
에디터P
– 한국 거주 중인 한국인
–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물랑루즈’ 1회 관람
– 인터뷰를 위해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 사전 시청
객원 에디터L (게스트L)
– 해외 거주 중인 한국계 미국인
–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물랑루즈’ 3회 관람
– 2020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리뷰 관람
익숙한 넘버와 새로 만나는 팝송의 오묘한 조화
뮤지컬 영화와 뮤지컬이기에 OST와 뮤지컬 넘버들에 대한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대화한 주제였다.
에디터P: 기존 물랑루즈가 80-90년대 음악들을 사용했다면 뮤지컬 버전은 90-00년대 음악들을 사용해서 새로 꾸려보았죠.
게스트L: OST로 먼저 공연을 접하고 팝송 메들리가 무대에 구현된 모습이 사실 잘 상상이 안 됐어요. 그런데 OST를 미리 들어보지 않는 것도 이 공연을 즐기는 재미난 방법 같아요. 의외성이 있다고 할까요? 좋아하면 안될거 같은데 그 의외성이 너무 재미나요. 왠지 고상하게 이야기하면서 ‘왜 저런 노래를 썼냐?’며 비판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좋더라구요. 길티 플레져 같달까요? 그리고 영화 버전이든 뮤지컬 버전이든 둘 다 노래가 상황에 적절하게 배치 되어 이질적인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브로드웨이에서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팝송이 나올때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아델의 ‘Rolling in the Deep’과 레이디 가가의 ‘Bad Romance’를 한 뮤지컬에서 만난다는게 쉽게 상상이 될까? OST만 들었을 때 ‘이런 희한한 선곡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공연으로 보니 그 모든 노래들이 공연에 잘 버무려져 있어서 놀라웠다.
공연을 보기 전 음악으로만 들을때 가장 이질감이 느껴졌던 OST 넘버 – 공연에서 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c) 물랑루즈 브로드웨이 유튜브
에디터P: 한편으로 기존 영화와 영화 OST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기존 노래가 빠지고 대체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엔더테이너의 애환을 잘 표현했던 프레디 머큐리의 ‘Show must go on’ 같은 넘버들이 삭제 되었죠.
게스트L: 대학시절 룸메이트들이 물랑루즈를 정말 사랑해서 늘 틀어 놓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그 노래들이 정말 익숙해요. 그런데 그 익숙함보다는 의외성이 더 좋았어요. 공연 자체가 정신없이 사람을 휘두르다 보니까, 어떤 넘버가 빠졌는지도 잘 인지가 안 되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유명한 넘버들은 다 들어갔으니깐요.
에디터P: 다른 면에서 번안이 어떨지 잘 상상이 안 되네요.
게스트L: 팝송을 한국어로 번안하면 세상 이상 하잖아요. 팝송을 가사로 생각하고 볼 사람이 없을 것 같고, 이 작품 자체가 쇼 뮤지컬이고 플롯에 가사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데 굳이 번안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긴 해요. 팝을 뮤지컬 발성으로 부르는 것에 대한 오그라듬이 기본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데, 거기에 한국어 번안까지 더하면 이질감이 엄청 심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작품 OST의 매력은 익숙함에서 오는 반가움에서 있는데 말이죠. 여러 의미로 저도 기대되네요.
뮤지컬 ‘보디가드’ 번안에도 사람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뮤지컬 ‘물랑루즈’는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포인트다.
이 작품의 목적은 뚜렷하거든요. ‘즐기자’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는데, 영화와 뮤지컬의 스토리는 거의 유사했지만 캐릭터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에디터P: 기존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가져오기는 했지만 캐릭터는 살짝 변화가 있었는데 특히 여주인공인 사틴이 많이 변한거 같아요.
게스트L: 맞아요, 뮤지컬 사틴은 비욘세의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첫 넘버에 비욘세의 노래 ‘Single Ladies’가 있기도 했구요.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사틴은 깨질 것 같은 여자였는데, 뮤지컬 버전에서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죠. 갑자기 죽는 게 이해가 안되기는 해요. (웃음)
에디터P: 이건 연출의 의도 때문일까요, 아니면 브로드웨이에서 사틴 역을 맡았던 Karen Olivo의 개성 때문이었을까요?
게스트L: 배우에 따라 느낌이 다소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연출 자체가 그런 깨질 것 같은 여자 사틴을 배제한 느낌이긴 했어요. 아무래도 영화에서 니콜 키드먼의 인상이 워낙 강해서 최대한 배제하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첫 등장 씬 넘버에 비욘세의 Single Ladies를 포함한 것도 그렇고, Sparkling Diamond의 볼드한 연출을 생각하면 영화와 다른 사틴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네요. 한국에서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게 되면 어떨지 매우 궁금하네요.
에디터P: 아무래도 크리스티안 캐릭터도 조금 다른 느낌이었죠?
게스트L: 브로드웨이 초연은 아론 트베잇이 연기했죠! (에디터P: 너무 멋졌어요) 아무래도 아론 자체가 순한 인상은 아니잖아요. 이안 맥그리거의 크리스티안과 다른 느낌이죠. 이안의 크리스티안은 순한 사슴 느낌이었다면, 아론의 크리스티안은 좀 더 날선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공작을 향한 질투에 칼을 품은 날카로움이 있어서 더 스릴했던 것 같아요.
에디터P: 공작은 훨씬 느끼해졌죠?
게스트L: 공작 역할을 했던 배우를 브로드웨이에서 여러 번 봤었는데, 절대 그런 연기 스타일이 아닌 배우였어요. 닥터 지바고에 잘 어울리던 배우였거든요! 아마도 이 작품의 디렉션이었던 것 같아요.
에디터P: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 (드랙 아티스트인 베이비 돌) 하기도 했고, 니니라는 동료 캐릭터가 밋밋해졌어요. 그런데 시대가 변해서일까요? 그런 자잘한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그대로인 점이 이 작품을 올드하다 여기게 합니다.
게스트L: 저는 스토리로 이 작품을 즐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의 목적은 뚜렷하거든요. ‘즐기자’ . 그리고 그 목적을 정말 투명하게 구성해냈어요. 베이비 돌도 꼭 필요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있기 때문에 더 재미나죠.
에디터P는 2022년에 보기에 너무 올드한 주제와 주인공이라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게스트L이 말한 이 작품의 ‘즐기자’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던 관극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쇼 뮤지컬은 쇼 뮤지컬대로 즐기면 되지 않을까?
과한 노출 vs. 포장 없는 날 것 그대로의 B급 로맨스
정적인 세트 사용 vs. 관객 혼을 쏙 빼놓는 연출
많은 사람들이 물랑루즈에서 가장 기대할 항목은 무대/의상/군무일 것이다. 유교걸인 에디터P와 미국인인 게스트L의 의견이 다소 갈렸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더 재미있었다.
에디터P: 영화 ‘물랑루즈’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화려한 의상과 무대 그리고 군무인데요, 뮤지컬 ‘물랑루즈’도 최대한 그런 면모를 가져오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첫 시작씬과 무대는 영화를 눈 앞의 현실로 구현해낸 느낌이었구요. 메인 무대와 돌출 무대 사이에 테이블을 놓은 캉캉석은 좋은 아이디어 같았어요. 한국 공연에서도 이 좌석이 있으면 좋겠어요.
게스트L: 캉캉석에 직접 앉았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등장 인물의 뒷모습만 많이 보게 되려나 걱정했는데, 그런 상황이 거의 없었구요. 처음 군무할 때 치렁치렁한 의상이 많아서 그 의상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게 재미나더라구요.
에디터P: 그런데 저는 첫 등장의 캉캉댄스 의상이 조금 충격적이었어요. 영화보다 노출이 많아, 우리나라에서 올릴 때 너무 선정적이어 보이지 않을까요? 보통 국내에서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많이 튜닝하던데 이것도 변형하려나 싶네요.
게스트L: 저는 오히려 그런 대놓고 야한 것이 몸 파는 여자에 대한 환상을 없애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극 자체도 B급 로맨스 느낌이 들구요.
에디터P: 무대 이야기도 안 할 수 없는데요, 영화의 세트를 많이 구현해낸 것 같아요. 사틴의 방도 거의 똑같아요. 그런데 영화와 똑같이 구현하기는 했는데, 영화에서 느껴지던 블링블링한 느낌은 없었던거 같아요. 조명에서 구현할 수 있었을거 같은데 그런게 잘 안 되어 있더라구요. 특히 스파클링 다이아몬드는 기대가 컸었는데 가운데 크게 박혀 있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다소 촌스러워 보였어요.
게스트L: 저는 그런 무대의 B급 같은 싼티가 역으로 좋았던거 같아요. 영화는 너무 섬세하고 화려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는 듯한 연출이라 지금 보니 오히려 불편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때랑 지금이랑 성매매를 보는 시선도 다르니까요.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몸파는 여자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느낌은 없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전체적인 여성 캐릭터 의상도 더 싼티나고 키치한게 MSG를 친 것 같아요.
에디터P: 세트가 거의 고정 되어있고 대도구 이동도 거의 없어서 정적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게스트L: 화려하고 정신이 없다 보니 고정된 무대의 지루함을 못 느꼈던거 같아요. 현장에 가서 봐야 느낄 수 있는 정신 없음이 있잖아요.
에디터P: 맞아요, 혼을 쏙 빼는 느낌이죠. 저도 리뷰를 남겨야지 하면서 공연을 쪼개서 보다 보니 눈에 들어왔던 거지, 공연의 흐름에 몸을 담으면 좀 더 다른 느낌일 거 같긴 해요.
게스트L: 쇼 뮤지컬의 특징일 수도 있겠는데, 이런 작품에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으면 그것도 연출 실력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뒤에서 보는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에디터P: 군무와 춤이 많이 나오는데 매우 흡족스러웠어요. 물랑루즈 영화도 군무가 백미인데 잘 살린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어떤 좋은 댄서들이 이 무대를 채워줄지 기대가 됩니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것은 아닐까 생각한 에디터P와 과한 의상과 무대가 오히려 날것 그대로의 물랑루즈를 보여주는게 아닌가라고 말하는 게스트L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쪽이던 간에 보는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 화려한 쇼 뮤지컬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이견이 없는 작품인 듯하다.
2022년 연말, 어떤 모습으로 뮤지컬 ‘물랑루즈’가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다음 편에서는 영화와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