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개최된 제7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입상한 이시형(고려대)이 프레스 인터뷰를 가졌다.
시즌 초에 부상으로 힘들어했던 이시형에게 부상에 대해 물어보자 오진이 있었다는 놀라운 말이 되돌아왔다. “처음엔 염증이란 진단을 받았는데 사실은 인대 파열이었어요. 점점 좋아지지는 않고 오히려 훈련을 하다보니까 더 악화가 되면서 가면 갈수록 더 부담이 심해져서 다 내려놓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며 “그렇게 편하게 마음을 놓고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끝까지 잘 끝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고 솔직하게 소감을 밝혔다.
부담을 내려놓은 덕분일까. 지난 랭킹대회까지 부상으로 인해 고전했던 이시형은 이번 대회에서 극적으로 역전하며 7년째 지켜 온 국가대표 맏형의 자리를 이어 나가게 되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자 이시형은 이번에도 역시나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 대회가 제일 큰 대회이기도 하고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대회다 보니까 부담감도 많았고. 그리고 국가대표가 돼야 한국에서 이제 선수 생활하기가 더 좋은 환경이기도 하니까 정말 절실한 상황이었었는데 랭킹 선수권이 끝나서 한 달 동안은 그냥 지옥 속에 살았죠. 굉장히 힘들었고, 내가 못 했던 것뿐만 아니라 부상을 당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기량을 못 보여드린 거니까. 그게 굉장히 힘들었어요.”라며 “대회 끝나고도 한 달 만에 바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덜 아프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마무리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면서 보냈고요. 그리고 하루하루 저한테 주어졌던 것들, 그리고 항상 익숙했던 것들에 대해서 감사함을 많이 느끼면서 한 달 동안 훈련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출전하게 된 세계선수권에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지난 시즌에는 참여하지 못했기에, 이번 시즌이 2년 만에 참여하게 되는 세계선수권대회. 이에 대해 물어보자 이시형은 “세계선수권대회가 피겨 대회 중에 제일 큰 대회고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시즌 초에 준비하면서 목표로 했지만 부상과 안 좋은 컨디션으로 세계선수권 출전을 엄청 염두에 두거나 바라고 있지 않았고요.”라고 대답하며 “출전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더 보여드리는 연기를 하면 출전을 하든 못하든 만족스럽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을 했어서 그렇게 임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도 보고 이제 세계선수권도 출전할 수 있게 돼서 이제 후회 없는 경기를 하도록 열심히 훈련하겠습니다.”라고 그다운 포부를 밝혔다.
어느새 국가대표 맏형이 된 지 2년, 23세라는 피겨 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가 된 이시형에게 앞으로의 진로를 물어보는 질문도 있었다. 특히나 한 기자는 이시형과 함께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피겨스케이팅 선배인 이준형과 김진서가 이제는 각각 뮤지컬 배우와 코치라는 전혀 다른 진로를 정해 활약 중인 것이 혹시 힌트가 되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이시형은 “사실 그럴 나이인데 약간 외면을 해왔어요.”라며 “제가 스케이트를 너무 좋아하니까 스케이트를 탈 수만 있다면 그냥 행복하고 그냥 그렇게 했었는데 이번에 부상을 겪으면서 좀 생각하는 관점을 달리 가지게 됐어요. 물론 스케이트가 제 인생이지만 길게 보면은 4분의 1 또는 5분의 1도 안 되는 시간이잖아요. 선수 생활이. 정말 내가 사랑하고 좋아했던 거 계속 탈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근데 이제 그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해서 그냥 탈 수 있는 나이는 아니구나라고 이번에 많이 이제 깨달았어요. 이제 (이점을) 염두하면서 이번 시즌이, 다음 시즌이, 다다음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고 계속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만하게 되는 날에도 이제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사뭇 진중하게 대답하는 모습에서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달 개최예정인 2024년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대회에 참가할 후배들에게도 따뜻한 코멘트를 남겼다. “저는 유스올림픽을 못 나갔는데, 저도 나가고 싶었었거든요. 왜냐하면 올림픽이라는 대회이고, 그리고 물론 엄청 권위는 있지만 그렇다고 진짜 올림픽처럼 어른들의 진중하고 거의 인생사가 달린 것 같은 느낌은 아니다 보니까. 경쟁이긴 하지만 다 함께 즐기면서 이루어가는 대회라고 생각해서 저는 굉장히 나가는 선수들이 부럽고 했어요. 저도 올림픽을 나갔다 와 보니까 대회도 중요한데 약간 즐기지 못한 게 후회가 남아요. 그렇다고 대회 전날에 놀아라 이런 건 아니지만 그 대회 자체를 즐기지 못한 것에 후회가 많이 남아서 나간 선수들이 대회도 대회지만 자기 할 것 집중을 잘하고 그 대회를, 다시는 오지 않은 시기를 좀 즐기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중에 그 추억으로 또 살아나거든요. 그렇게 잘하든 못하든 즐거운 경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