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오후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피겨스케이팅 사대륙 선수권 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여자 싱글 부문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국가대표 김채연은 기술점(TES) 69.73점, 구성점(PCS) 66.18점, 넘어짐 감점 1점으로 134.91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획득한 69.77점을 합산, 총점 204.68점을 기록하며 은메달을 획득했다.
시상식까지 모두 마무리된 2일의 늦은 저녁, 김채연을 만났다. “많이 떨렸어요.”라며 수줍게 웃은 김채연은 “지난 사대륙 선수권 대회 때 실수가 있어 포디움에 아쉽게 못 들었어서 이번에는 후회 남지 않게 클린하고 싶었어요. 클린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포디움에 들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김채연은 시니어 무대에서 ‘뉴 페이스’에 가깝다. 2022/2023 시즌 초반의 주니어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후반부 사대륙선수권-세계선수권에서 연달아 높은 순위로 파격적인 시니어 신고식을 올렸다. 그 성과로 2023/2024 시즌 초청된 첫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채연은 ISU 주관 신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매 시즌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그지만, 사대륙선수권 대회는 숙원과도 같았다. 지난 2023년 대회에서는 쇼트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수행해 3위에 올랐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의 실수로 4위에 올랐기 때문. 김채연은 아쉬움을 털고 1년 뒤, 시니어 챔피언십 대회 단상에 처음 올랐다. ‘할 것만 하자’라고 생각했다는 김채연이지만, 긴장감은 역시 높았다.
“이번 시즌에 긴장을 해서 아쉬운 결과들이 좀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긴장을 안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들어가기 직전에 코치 선생님들이 정신 차리라고 해주셔서 그나마 좀 정신 차리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기 전에 허리 부상도 좀 있었고 많이 힘들긴 했어요. 아직 허리가 안 좋아서 레이백 스핀을 뺐어요. 그리고 여기 와서 살코 점프에서 계속 실수가 있어서 불안하긴 했는데, (경기 때) 실수해서 조금 아쉽긴 했던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각각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프리 스케이팅에서의 실수를 꼽았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1.18점, 프리 스케이팅에서 1.60점의 높은 가산점을 기록한 이 점프에 대해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경기 모두 3회전-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뛰어서 좋았어요. 점프 회전수 부족이 되지 않는 게 목표였는데 (회전수 부족 판정을) 잡히지 않은 것 같아서 좋은 것 같아요.” 이어 “아쉬운 것은 프리 경기에서의 살코 점프와 스텝이요.”라고 밝혔다.
2022/2023 시즌 놀라운 안정성으로 ‘클린 여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채연이지만, 이번 시즌 들어 약간의 기복을 겪고 있다. 앞서 언급한 허리 부상을 포함해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부침이 있었을 터. 이 어려움을 스스로 컨트롤하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는지, 그리고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번 시즌에 아무래도 부상이 많아서 저번 시즌보다 연습도 많이 못한 것 같아요. 계속 부상 중이긴 한데, 그래도 지난 시즌에는 (경기에) 들어가서 정신을 딱 잡고 할 걸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번 시즌에는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점프 자세 같은 것을 뛰기 직전에 더 많이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갓 경기를 마친 김채연이지만, 벌써 다음 경기에 대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3월에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ISU 시니어 세계선수권이다. 시즌 중 가장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에 대해 “부상 치료하고,더 열심히 해서 세계선수권 때는 꼭 클린을 했으면 좋겠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피겨스케이팅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지만, 얼음 밖에서는 맑게 웃는 김채연. 경기 후 팀 메이트 위서영, 일본의 와타나베 린카와 포옹하며 소회를 나눴다. 그녀의 밝은 미소가 3월에 다시 활짝 피어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