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피겨스케이팅 사대륙 선수권 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남자 싱글 부문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임주헌(수리고)이 기술점(TES) 75.70점, 구성점(PCS) 65.43점으로 141.13점을 받으며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획득한 70.27점을 합산, 총점 211.40점을 기록했다.
전날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씻어내는 경기였다. 임주헌은 첫 점프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착지하지 못하자 바로 다음 점프인 트리플 악셀에 더블 토루프를 붙이고, 트리플 럿츠-더블 악셀-더블 악셀 시퀀스에 이어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의 고난도 점프를 연달아 성공했다. 트리플 플립에 엣지 불분명(!) 판정을 받았지만, 모든 점프의 회전수가 깔끔했다. 관중의 환호를 끌어낸 코레오그래픽 시퀀스에서는 1.07점의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코레오그래픽 시퀀스의 옆돌기를 최후반부로 재배치하여 더 큰 환호를 유도했다고.
모든 것을 쏟아 낸 임주헌. 프리 스케이팅 후 땀이 비 오듯 흠뻑 젖은 얼굴로 믹스드존에 들어선 임주헌은 “오늘, 후회는 없는데…”라며 운을 뗐다.
“웜업 때까지는 악셀이 잘 돼서, 긴장도 조금 풀리고 좀 자신 있게 들어갔어요. 막상 서보니까, 긴장이 조금 되니까 첫 번째 악셀을 너무 많이 생각하면서 들어가면서 실수하니까…. 원래는 다음 점프들이 크게 긴장 안 하고 들어갔는데, 이번에 조금 더 긴장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실수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첫번째 시니어 선수권 대회에 대한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금번 대회가 자신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아직 레벨 차이가 확 느껴진다”라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시니어 레벨의 챔피언십은 처음이니까, 더욱더 많이 노력하고 그리고 연습도 더 많이 해서 더 시니어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2주 뒤 개막할 전국 동계 체육 대회를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한다는 임주헌. 그의 발목은 아직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오른쪽 발목에 핀이 양 사이드로 박혀 있다. 발목이 네 번 부러졌다는 임주헌은 동계 체육 대회 이후 바깥쪽에 박힌 핀을 제거하는 수술을 거치고, 3주동안 재활의 시간을 갖는다. 발목 보호를 위해 안쪽은 그대로 두자는 것이 의사의 소견이었다고. 쿼드러플 점프 점프 역시 발목 보호를 위해 미뤄두고 있는 상황.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주헌은 온전히 한 사이클을 소화하며, 주니어 그랑프리 금메달과 시니어 챌린저 대회 금메달, 주니어 그랑프리 진출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지금까지 부상으로 많은 국제 대회를 참가하지 임주헌에게는 어느때보다 소중한 시간이었을 터. 이번 시즌에 대한 총평을 질문했다.
“진정한 시즌을 이제 보냈죠. 좋은 결과도 있었고 조금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도 있었는데, 근데 첫 시즌에 좋은 결과를 모두 다 얻으려고 하면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리고 나쁜 결과가 있어야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게 있어서. 첫 시즌, 남들보다 많이 적지만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았습니다.”
경기장 밖에서는 유쾌한 성격으로 타국 선수들과도 어울리는 임주헌. 이번 대회 후에는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 1위에 오른 일본의 카기야마 유마와 함께 어울릴 예정이라고. 다음 시즌 “시니어답게, 성숙한 모습을 보이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는 임주헌에게, 부상의 아픔이 없는 새로운 사이클이 함께하길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