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피겨스케이팅 사대륙 선수권 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남자 싱글 부문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차영현(고려대)이 기술점(TES) 67.28점, 구성점(PCS) 65.43점, 넘어짐 감점 1점으로 131.71점을 받으며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획득한 72.43점을 합산, 총점 204.14점을 기록했다.
차영현은 지난 1월 깨끗하게 트리플 악셀 착지에 성공한 후, 프리 스케이팅에 두 번의 트리플 악셀을 구성한 상황. 이번 대회에서는 두 번의 시도 모두 중심을 크게 잃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두 번째 트리플 악셀에서는 넘어지는 실수를 범하며 기초점 감점(REP) 판정을 추가로 받았다. 차영현은 집중력을 발휘하여 이후 요소를 모두 깔끔하게 수행했고, 모든 점프에서 회전수를 인정받는 성과를 올렸다.
프리 스케이팅 후 믹스드존에 들어선 차영현은 “일단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소감을 밝혔다. “트리플 악셀에서 거의 넘어짐에 가까운 실수가 두 번 나왔습니다. 넘어짐에 가까운 실수가 나오면 체력적으로 많이 부담이 가거든요.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도 완전히 좋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큰 실수가 없었고, 다른 요소들도 차분하게 했던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만족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시즌 좀 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잘 다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며 자신의 경기를 총평했다.
앞서 오전에 진행된 연습에서는 리허설을 제외한 점검에서 점프가 원만하게 풀리지 않았다. 트리플 악셀에서 고전하던 차영현에게 경기 중 심적으로 부담이 되었을 지 묻자 “아니”라는 답변이 나왔다. “대회에 가까워져 있을 때는 최대한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저는 몸이 아침보다는 (오후에) 좀 더 깨어나는 편이어서 ‘아침보다는 컨디션이 좋을 것이다’라고 약간 자기 암시 아닌 암시를 걸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잘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회 하는 내내 자신감을 가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라며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을 공유했다.
차영현에게 사대륙선수권에 대한 특별한 추억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2015년 서울에서 열린 대회의 기억이었다. 당시 정빙과 인형 수거를 돕는 아이스 패쳐로 활동했던 차영현에게 이번 사대륙선수권은 동경하던 무대에 발을 디딘 것과 같았다고.
“제가 2015년에 서울 사대륙선수권에서 아이스 패치를 했었거든요. 그때 윤서진 선수, 권민솔 선수와 같이 아이스 패치 활동을 했었는데, 객석보다 더 가까운 데서 큰 선수들을 볼 수 있는 경험이었죠. 그래서 사대륙선수권이 저한테는 조금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와요. 거기에 9년 만에 선수로서 참가하게 돼서, ‘내가 그래도 꾸준히 노력했고, 그에 대한 어떤 결실이 조금은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이제 잘하는 선수들 많이 보니까 제 부족한 점이 더 부각되는 부분도 있고, 그런 부분에서 자극과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습니다.”
“제가 주어진 환경에서, 제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이나 시간적인 아쉬움은 제가 감수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가 져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불만스럽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차영현은 가업인 줄타기와 대학교 생활, 피겨스케이팅 훈련까지 모두 소화하는 바쁜 삶을 보내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는 근성 끝에, 꿈의 무대인 사대륙선수권까지 진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체력과 시간. 그 사이의 균형을 차영현은 놓치지 않았다. 꿈을 위해 달리던 차영현, 그의 첫 번째 사대륙선수권이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