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나자 마자 두 사람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2월 4일 오후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진행 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피겨스케이팅 사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프리댄스 경기에 참가한 임해나-예콴은 리듬댄스에서의 부진을 털어내고 113.87로 시즌 베스트이자 본인들의 개인 기록을 갱신하며 최종 7위에 올랐다. 이는 2002년 양태화-이천군 조와 2018년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이 기록한 것과 타이기록으로 한국 아이스 댄스 역사상 두번째 기록이다. 외신기자들은 이 시니어 1년차 선수들에게 “좋은 팀이다.”, “멋진 디바다.”라며 감탄을 쏟아냈다.
좋은 성과에 만족한 것인지 믹스드존으로 들어서는 임해나와 예콴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밝았다. 경기 소감에 대해 물어보자 두 사람 모두 “만족해요”라며, 두 사람이 선보인 연기와 파트너십에 특히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콴은 “훈련 때보다 더 잘한 것 같아요. 연기 스토리텔링도 그렇고 오늘 우리가 한 경기에 대해 매우 만족합니다.”라고 말했다.
예콴의 말처럼 이번 프리댄스는 특히 두 사람의 연기가 돋보이는 경기였다. 80년대 음악이라는 이번 시즌 주제에 맞춰 프린스의 음악들로 구성된 발랄하고 경쾌한 리듬댄스의 프로그램 달리 서정적인 프리댄스 <쉘브르의 우산>은 두 사람의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프로그램. 프리프로그램에 대한 코멘트를 부탁하자 임해나가 먼저 대답했다. “부드러운 러브 스토리나 연약한 캐릭터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이 프로그램을 했을 때 어려움이 있었어요.”라는 임해나의 대답에 “항상 음악에 강한 임팩트를 주는 강한 캐릭터를 했었죠.”라고 예가 수긍했다. 두 사람의 완벽한 연기를 보면 상상이 가지 않는 대답이다. “항상 드라마를 해왔지만 좀 더 강한 방식으로 해왔었기에 이번에도 여전히 강하고 드라마틱하지만 좀 더 부드러우면서 교감 되는 (connected) 방식으로 해봤어요. 초반 몇 개의 대회에서 그렇게 연기하는 게 정말 어려웠지만, 이제는 캐릭터에 몰입해서 빙판에서 그런 연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어요.”라는 예콴의 대답에 임해나가 덧붙여 대답했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이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고민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배우고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잘 연결(connect)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파트너도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게 도울 수 있을지 같은 거요.”
더불어 프리댄스 의상에는 두 사람이 파트너라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한 작은(?) 표식도 숨겨 두었다고. 프리 의상에 대한 코멘트에서 임해나는 “정말 심플한 드레스, 로우넥/로우백 드레스를 원했어요. 음악과 노래를 위해서 가볍고 긴 드레스를 택했죠. 그리고 너무 밝은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라즈베리 컬러를 택한 것은 마리-프랑스였어요. 그리고 회색 리본을 허리에 했는데, 예의 의상과 맞췄어요. 같은 프로그램을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요.” 그리고 예콴의 행커 치프에는 임해나의 라즈베리 컬러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번 경기로 프리댄스에서 퍼스널 베스트를 갱신한 두사람. 퍼스널 베스트를 갱신할 줄 알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임해나는 “그런 생각은 많이 안 했는데, 오늘 경기하면서 끝나기 전에 ‘어 이거 퍼스널 베스트야’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며 다음과 덧붙였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중 제일 잘한 퍼포먼스였던 것 같아서요. 이번에 퍼스널 베스트 갱신해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며 웃는 모습에 두 사람의 자부심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퍼스널 베스트를 갱신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사람만의 특별한 루틴도 작은 도움이 되었다. 경기 전 복도를 함께 걸으며 손을 잡고 포옹을 하는 것 그것이었다. 이것이 루틴인지 질문하자 예콴이 대답했다. “루틴이에요. 훈련 전에 혼자서 몸을 풀고, 그 후에 함께 연결된 동작 연습을 해요. 포옹은 호흡을 더 잘 맞추는데 도움이 되고, 경기 전에는 특히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요.” 그러나 포옹은 새로 생긴 루틴이라고 한다. 임해나의 대답이다. “확실히 함께 걸으면 호흡이 더 잘 맞고, 함께 심호흡을 하면 긴장이 덜 하는 것 같아요. 포옹은 새로운 루틴이죠. 대회 나가기 전에 훈련할 때 예가 안아도 되냐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임해나의 말이 예콴이 자신이 좀 긴장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그동안은 긴장하면 스스로 안에 들어갔다는 임해나, 이 루틴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저는 긴장하면 제 안으로 들어가는 게 더 익숙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있을 때 긴장을 덜 느끼게 해준다는 걸 알아서 많이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두 사람의 단단한 파트너십의 원천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다음 대회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이다. 현재 몬트리올에 거주하고 있는 두 사람이기에 더욱더 의미가 있는 대회라고. 세계 선수권에 대한 기대감을 물어보자 예콴이 대답했다. “저희는 몬트리올에서 살고 있고 거기서 훈련하기 때문에 몬트리올에서 열릴 이번 세계선수권이 매우 특별해요. 세계선수권을 위해 스토리 적인 부분, 기술적인 부분을 다듬고 계속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임해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리고 물론 프리 댄스를 하고 싶어요. 프리댄스를 선보이고 싶기 때문에 프리 진출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에요.”라는 임해나. 두 사람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던 리듬 댄스의 인터뷰 때와 똑같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요. 특히 저희 가족들이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를 보러 오시면 정말 흥분될 것 같아요. 저희가 프로그램에 쏟은 노력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첫번째 시니어 챔피언십인 이번 대회를 잊지 못할 것 같다는 두 사람. 특히 중국계 캐나다인인 예콴에게는 잊지못할 기억이 되었다고. “중국에서 스케이트를 타 본적이 없어서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리고 첫 시니어 챔피언십에서 관객들에게 전해야 할 이야기를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대답한 예콴과, “정말 마음으로 스케이터 타고, 캐릭터와 이야기를 잘 보여드려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한 임해나. 두 사람에게 첫번째 시니어 챔피언십이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된 것은 두사람의 노력과 열정 덕분이 아닐까.
이제 막 시니어 1년차를 마무리 하는 임해나와 예콴. 주니어와 시니어의 격차가 큰 아이스댄스 종목이지만 두 사람은 담담하게, 때로는 훌륭하게, 눈부신 선배들과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두 사람이 펼칠 연기와 스토리가 또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안겨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두 사람이 목전에 둔 첫번째 목표, 세계선수권에서 자신들의 프리댄스를 선보이는 것에 성공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그리고 이미 우리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긴 두 사람이 전 세계의 피겨 팬들에게 ‘깊은 인상’과 함께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