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의 남자 싱글 부문 쇼트 프로그램에서 서민규(15, 경신고)가 1위에 올랐다. 전날 여자 싱글 부문에서 신지아(15, 세화여고)가 쇼트 프로그램 1위에 올라,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챔피언십에서 남녀 동반 스몰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함께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남자 싱글 이재근(16, 수리고)도 쇼트 프로그램 12위를 기록했다.
서민규는 기술 점수(TES) 44.33점, 구성 점수(PCS) 36.25점으로 총점 80.58점을 받아,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80점대를 돌파했다. 시즌 최고점은 물론, 개인 최고점까지 갱신했다. 경기 직후 손을 번쩍 들며 입장한 믹스드 존에서 서민규는 쇼트 프로그램 수행에 대해 “웜업 때 트리플 악셀 성공을 한 번 밖에 못했는데, 대회 때 자신감 가지고 성공하니까 더 기분이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주니어 그랑프리보다는 훨씬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아서 재밌는 것 같아요. 시즌 초에는 쇼트(프로그램)를 더블 악셀로 했는데, 주니어 월드라는 큰 무대이기 때문에 트리플 악셀이 있어야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훈련에 집중한 것 같아요.”
쇼트 프로그램 1위이기 때문에 2일 진행되는 프리 스케이팅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것. 입상이나 더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가 있냐는 외국 기자의 질문에 대해 서민규는 “쇼트 프로그램처럼 침착하게 하나씩 수행하면서, 내 것에만 신경 쓸 것 같아요. 물론 시상대에 오르면 좋겠지만, 그래도 제가 할 거를 다 한다면 만족해요. 등수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고 답했다.
서민규가 지난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터키 대회에서 세운 개인 종합 최고점은 이번 시즌 세계 주니어 남자 선수 중 가장 높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가지고도, 아쉽게 왕중왕전인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은 목전에서 지켜봐야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점에 대한 감상을 들을 수 있었다.
“제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이랑 유스 올림픽을 아쉽게 못 나가게 돼서, 더 열심히 연습해서 주니어 월드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연습했습니다. 오늘 쇼트에서 연습한 걸 다 보여줄 수 있어서, 그리고 퍼스널 베스트를 세울 수 있어서 정말 좋은 날입니다.”
이어 다가올 프리 스케이팅에 대해 “다른 선수들도 오늘 되게 잘 해서 점수가 비슷하지만, 그래도 프리 프로그램에는 제가 클린 경기를 하고,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줘서, 제가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이재근 역시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첫 선을 보였다. 연습 때 실수가 잘 나오지 않던 트리플 악셀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으며 넘어졌지만, 모든 비점프 요소에서 최고 레벨을 받으며 70점을 돌파했다. 기술 점수(TES) 38.17점, 구성 점수(PCS) 32.98점으로 총점 70.15점을 기록, 개인 최고점까지 경신했다. 오랜만에 나온 국제 대회에서 얻은 좋은 성과였지만, 믹스드존에 들어선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너무 아쉽고,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잘 안하는 실수라 너무 아쉽습니다. 그래도 다른 거(요소들을) 잘 마쳐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열심히, 하나 하나씩 연습했고,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트리플 악셀을)성공시키고 싶습니다.”
이재근은 불과 엿새 전 전국 동계체육대회를 소화하고, 다음 날 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힘들었는데 그래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습했다”고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앞선 대회와 같이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두 번의 트리플 악셀을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더 크고, 재밌는 대회’라는 서민규와 ‘새롭고 즐거운 무대’라는 이재근. 두 선수의 최종 순위는 오는 2일 오후 프리 스케이팅으로 결정된다. 큰 무대에 위축되지 않고 즐기는 두 선수에게 최고의 결과가 함께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