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캐나다 몬트리올 벨 센터에서 진행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의 여자 싱글 부문에서 김채연(수리고)가 최종 동메달을 획득했다. 대한민국의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중 세계 선수권 메달을 획득한 것은 김연아, 이해인에 이어 김채연이 세 번째다.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컴비네이션 점프의 후속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으며 아쉽게 6위를 기록했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계획한 모든 요소를 잘 마무리했다. 김채연은 트리플 플립 컴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살코 점프를 제외한 모든 점프에서 가산점을 받으며 이번 시즌 최고점인 136.68점을 획득했다. 김채연은 최종 203.59점으로 3위를 기록하며 포디움에 올랐다.
김채연은 기자 회견에서 “오늘 메달을 딸지 전혀 생각하지 못해서 정말 새롭고 기쁜 경험”이라며 “쇼트 프로그램에서 6등을 해서 조금은 편하게 타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스 링크에) 들어가니까 좀 떨렸다. 그래도 메달을 딸 수 있게 되어서 놀랐고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정말 기쁘다.”라고 미소 지었다.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후 울컥했던 모습에 대해서는 “계속 연습이 잘되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에 유독 (연습이) 안 돼서 많이 걱정했었다.”라며 “클린을 하고 ‘해냈다’라는 기분도 들고, 이번 시즌 가장 잘하고 싶었던 큰 경기에서 클린하게 되어서 조금 많이 기뻐서 그랬다.”라고 답했다.
김채연은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에는 총점이 180점과 200점을 오가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반에 부상으로 인해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메달 생각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만 보여주자’라고 다짐했다는 김채연은 시즌 후반에 있던 사대륙 선수권 대회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연달아 메달을 획득하며 이번 시즌의 좋은 결실을 보았다. 김채연은 이번 시즌에 대해 “부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그래도 마지막 대회까지 잘 마친 것 같다.”라며 “이번 시즌 새로운 경험들을 많이 했던 값진 시즌이었던 것 같다”라고 총평했다.
전년도 세계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이해인과 베이징 올림피언 유영은 최종 6위와 12위를 기록했다.
이해인은 캐나다에서 만든 쇼트 프로그램 ‘세이렌’을 캐나다에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심기일전하며 첫날 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프리 스케이팅 초반 점프에서 흔들리며 첫 3개의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다. 트리플 럿츠 컴비네이션 점프에서는 첫 럿츠 점프에서 3회전에 실패했지만, 후속 점프를 잘 붙이며 경기를 끝까지 잘 이어나가려고 노력했다. 이해인은 아쉽게 메달 획득을 하지 못했지만, 쇼트 프로그램의 스몰 메달과 함께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믹스존에서 이해인은 “쇼트에서 생각도 못 하게 3등을 해서 기쁘긴 했는데, (프리 스케이팅) 마지막 순서여서 많이 떨렸던 것 같아요.”라며 “‘하면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던 이해인은 “이 대회를 굉장히 기다려 왔고 준비도 그만큼 열심히 했는데,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아서 마음이 좀 아파요.”라고 말했다.
어려움이 많았던 이번 시즌에 대해서는 “이번 시즌 참 힘들었으니까 다음 시즌은 더 나아지겠지 하면서 연습해야 할 것 같다.”라며 “다음 시즌에는 조금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유영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으나, 프리 스케이팅에서 세 번의 실수가 나오며 12위에 만족해야 했다.
믹스존에서 유영은 “처음 3개 점프는 다 괜찮았는데, 트리플 룹 (점프)부터 발목에 힘이 안 들어가면서 실수가 나온 것 같다.”라며 “그 이후로 생각이 많아져서 뒷부분이 뭉개졌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유영은 “연습 때보다 (결과가) 잘 안 나온 것 같아서 아쉽기는 한데, 세계 선수권 무대에 설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라며 “아쉬운 만큼 더 열심히 준비해서 다음 시즌에는 아쉬움 없이 경기할 수 있도록 더 준비할 것 같다”라고 단단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유영은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시즌 후반 국내 대회들을 잘 치러내며 국가대표 복귀와 세계 선수권 출전권 획득을 동시에 이뤄냈다. 이번 시즌에 대해 유영은 “시즌 초반에 조금 힘들고 지쳤지만, 그래도 끝까지 버틴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라며 “물론 오늘의 결과는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너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발목이 좋지 않았지만 회복할 시간이 없었던 유영은 “대회가 끝났으니 잘 관리하고, 충분한 회복 후에 다시 훈련할 것 같다”라며 시즌 오프 계획을 전했다.
피겨스케이팅은 세계 선수권 대회를 끝으로 2023/2024 국제 경기의 막을 내린다.
이번 시즌,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 여러 대회의 기자 회견에서는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뛰어난 저력에 대한 질문이 계속 됐다. 김연아로 시작된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저력은 그 뒤를 잇는 많은 후배들의 노력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 두 번째 시니어 시즌에서 세계 선수권 메달을 획득한 김채연의 빛나는 결과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 본인의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모든 대한민국 스케이터들에게도 응원의 말을 전하며 다음 시즌에도 멋진 모습을 빛낼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