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일본 도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피겨 요정 이해인(17, 세화여고)이 쇼트 프로그램에서 73.62점을 받으며 2위에 올랐다.
불과 한 달 전 미국 콜로라도에서 사대륙선수권을 석권한 이해인은 세계선수권에서도 새로운 파란을 일으켰다. 더블 악셀로 포문을 연 이해인은 1.04점이라는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그랑프리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카오리 사카모토의 더블 악셀을 보고 ‘더블 악셀도 저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연습을 시작했다.”며 웃은 이해인은 이어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마지막 트리플 플립 점프 역시 깔끔하게 성공하며 새로운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기술 점수(TES) 39.51점, 구성 점수(PCS) 34.11점으로 합계 73.12점을 받아 개인 최고점까지 경신했다.
“그랑프리가 끝나고 컨디션이 잘 맞지 않아서 잘 보여드리지 못했다.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세계선수권과 사대륙선수권에 출전하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훈련했다. 정말 노력해서 이곳에 왔기 때문에, 더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드려 기쁘다.”고 밝게 웃었다.
이해인은 쇼트 프로그램의 스토리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폭풍과 싸우는 이야기이다. 스텝 시퀀스 중에는 폭풍과 겨루고, 컴비네이션 스핀 이후 마지막에는 내가 이긴다.” 이어진 질문에서 “사대륙선수권 이후 많은 사람이 ‘기분이 어떻냐?’, ‘부담되지 않느냐’며 물었다. 하지만 이런 부담이 좋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뜻인 것 같다.”며 패기를 드러냈다.
출국 때 했던 큰 경기장이 더 좋다는 말이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솔직히 말하면, 사대륙선수권 때는 사람이 이렇게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며 주변을 놀라게 한 이해인은 “이번에는 사람이 많아 좀 더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좋다. 많이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강심장의 면모를 보였다.
첫 세계선수권에 나선 김채연(16, 수리고)은 64.06점으로 12위에 올랐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실수가 자주 나오지 않는 점프”라 밝힐 만큼 높은 성공률을 보이던 첫 점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에서 중심을 잃어 후속 점프를 잇지 못했다.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지만, 프로그램 최후반부 트리플 플립에 연결 점프를 시도하는 체력과 담대함을 보였다. 기술 점수(TES) 34.61점, 구성 점수(PCS) 29.45점으로 합계 64.06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김채연은 “첫 시니어 세계선수권이라 많이 떨려서 클린을 못 했던 것 같아 조금 아쉽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신 팬 분들, 여러 나라에서 오신 팬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조금 덜 속상하다. 프리스케이팅은 오늘보다 덜 떨고, 준비했던 대로 클린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쇼트 프로그램 연기에 대해 “액션 영화다 보니, 조금 파워풀하게 하려고 한다. 점프를 뛰고 클린을 해도 음악 중간에는 많이 안 웃으려고 하는 편이다.”며 수줍게 웃었다.
“피겨 장군” 김예림은 17위에 올랐다. 기술 점수(TES) 28.43점, 구성 점수(PCS) 32.59점에 넘어짐으로 인한 감점 1점으로 합계 60.02점을 받았다. 장기로 꼽히던 트리플 러츠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지만, 후반 트리플 플립에 더블 토루프를 연결하며 노련함을 보였다.
김예림은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큰 점수의 점프를 실수해서 많은 손실이 있었다. 굉장히 아쉽고 속상하다”며 운을 뗐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한국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과정도 좋았다. 자신감이 있었는데,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는 한편, “열심히 준비했던 것, 다 잘 보여드리겠다”며 프리스케이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2023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는 세계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국제 대회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여자 싱글 김예림(19, 단국대), 이해인(17, 세화여고), 김채연(16, 수리고)가 출전했다. 남자 싱글에는 피겨 왕자 차준환(21, 고려대)가 출전한다. 최종 순위는 오는 24일 오후 프리 스케이팅으로 결정된다.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이 세계선수권에서 입상한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쇼트 프로그램 스몰 메달로 부담을 느끼기보다, 꼭 오고 싶어서 열심히 했으니 즐겁게 하겠다는 이해인. ‘파란’ 이해인과 세계라는 폭풍의 싸움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