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새 막이 열리고 있다. 다시 차준환이다.
차준환(21, 고려대)이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로 메달 획득의 청신호를 밝혔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쇼트프로그램에서 메달 가시권에 오른 것은 역대 최초이다.
23일 저녁 일본 도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21, 고려대)이 쇼트 프로그램에서 99.64점을 받으며 3위에 올랐다. 이는 차준환 개인에게도 최고 등수이자,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에도 기념비적인 족적이다. 차준환이 오늘 세운 기록은 종전에 자신이 세운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 최고 기록인 8위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이다.
장기인 쿼드러플 살코로 프로그램을 시작한 차준환은 이 점프로만 4.02점이라는 가산점을 받았다. 이어진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후반 트리플 악셀 점프 깔끔하게 착지하며 모든 요소에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기술 점수(TES) 55.04점, 구성 점수(PCS) 44.60점으로 합계 99.64점을 받았다. 1년 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운 개인 최고점까지 갈아 치웠다.
한국 남자 선수로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차준환을 밝게 웃는 모습으로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났다. “오늘 경기에서 만족할 수 있을 만한 경기를 펼친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다. 또 이번 시즌에서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적으로 조금씩 계속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어떻게 보면 시즌 중 가장 큰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연습했던 걸 다 보여드릴 수 있는 경기를 펼친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쇼트프로그램 100점 돌파에 대한 아쉬움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차준환은 “지난 시즌부터 계속 아쉽게도 99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받았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며 선수로서 욕심을 드러내는 한편, “그렇지만 무엇보다 제가 연습했던 것들을 오늘 마침내 다 보여드릴 수 있었고, 또 저 또한 즐길 수 있는 경기를 했다. 점수나 순위보다는 저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며 의연하게 웃었다.
“이번 시즌 참 우여곡절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꾸준하게 열심히 연습하려고 했고, 마침내 그 결과가 이번 경기에서 나타난 것 같아서 다행이다.”며 밝게 웃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시즌의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시즌에 대해 자평했다.
올해로 4학년이 된 대학 생활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코로나 때 딱 입학하게 되어서….”라며 멋쩍게 웃은 차준환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케이팅,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계속 같이하고 싶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마찬가지로 그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원하는 경기를 하고 싶다는 차준환. 딛는 곳마다 새로이 남는 차준환의 발자취는 25일 저녁 프리스케이팅으로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