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대륙처럼만 하자고 생각했어요.” 세계선수권 은메달 획득한 이해인(17·세화여고) 입국 인터뷰
한국 피겨에 있어 김연아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전무후무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김연아 이후로 최초라는 수식어를 벌써 두 개나 획득한 이해인(17·세화여고). 지난 사대륙선수권 금메달에 이어, 이번에는 올림픽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일컬어지는 세계선수권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시상대에 올랐다.
3월 2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해인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많은 취재진의 뜨거운 열기에도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10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해인은 “이번 시즌 통틀어서 세계선수권 대회를 가장 나가고 싶어 했다. 종합선수권 때 잘해서 세계선수권에 나오게 돼서 너무 좋았다.”며 “그것도 이제 재석이 오빠랑 시형이 오빠가 응원하러 와줘서 조금 더 많이 힘이 됐던 것 같다.”고.
입국장에 취재진이 많이 모인 것에 대해서는 어떤 기분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되게 많이 오셨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이 올 거라고 예상했냐는 질문에는 “아니에요. 그냥 인터뷰한다고 말은 들어서 오시긴 오시겠구나 했는데 이렇게 많이 오실 줄은 몰랐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번 시즌을 놀라운 성적으로 마무리한 이해인이기에, 다음 시즌 준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다음 시즌에 트리플 악셀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해인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질문이 이어지자 이해인은 “아직 본격적으로 트리플 악셀을 넣어서 연습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직은 없다.”면서도 “이번 시즌에 아쉽게도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연습 때 이제 많이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 시즌에는 프리 프로그램에서 한 개라도 넣을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시즌을 넘어 올림픽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베이징 올림픽에 아쉽게 출전하지 못했던 이해인 그래서 다음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더 클 것 같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 그렇다.”라고 대답하면서도 “(올림픽은) 이제 나중에 일이고 지금은 다음 시즌, 그다음 시즌이 아니더라도 중요한 대회가 많다.”며 “올림픽이 아닌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똑 부러지는 대답을 했다. 혹시 베이징 올림픽에 못 나간 아쉬움이 동기 부여가 되었냐는 질문도 있었다. 이 질문에 이해인은 “아쉬워서 동기부여가 됐다기보다는, 못 나간 건 못 나간 거고 이번 시즌에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거 많이 많이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나 큰 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해인의 강심장 면모가 도드라지는 답변도 이어졌다. “사이타마 링크장에 관중분들이 되게 많았었는데 뭔가 많은 분들 앞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기뻤던 것 같다.”고 말한 이해인. 쇼트에서 2위를 했기에 프리에서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날 이제 아침 연습할 때는 그렇게까지 사람이 없었는데 대회를 시작하고서 여자 프리스케이팅이 시작했을 때 사람이 엄청 많았다.”며, “그래서 사람이 너무 많네, 약간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사람 많은 데에서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게 너무 행복하다고 느꼈다. 새삼스럽게 많이 떨렸는데 이름 호명되고 나서는 별로 안 떨렸던 것 같다.”라고 말한 이해인. 문화포커스와의 출국 인터뷰에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큰 경기장이라 좋다.”며 시원하게 웃었던 미소가 떠오르는 대답이었다.
그런 이해인도 프리 경기에 앞서서는 작게 읊조리며 마인드 컨트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어떤 말이었는지 알고 싶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이번에 프리 연기하기 전에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4대륙 때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뭔가 시작하기 전에 4대륙처럼만 하자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 경기 이후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레모니가 인상적이었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이번에 재석(경재석)이 오빠랑 시형(이시형)이 오빠가 일본까지 와서 응원해줬다. 진짜 하루 종일 링크장에 있느라 너무 피곤했을 텐데 응원해줘서 너무 고맙고 덕분에 많이 힘이 됐다.”며 “클린을 하고 나서 오빠들이 박수를 크게 쳐주고 소리를 질러주는 게 너무 반가워서 가리켰던 것 같다.”며 말해 팀 코리아의 끈끈한 우정을 엿볼 수 있는 대답이었다.
팀 코리아를 하나로 만들어준 진천합숙 훈련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진천 합숙 이후 성적이 상승하기도 했던 이해인이기에 나온 질문. 이 질문에 이해인은 “합숙 훈련은 그때가 처음이어서 도움이 될까 도움이 안 될까 보다는, 거기 환경에 빨리 적응해서 훈련을 어떻게 해야 뭔가 다음 시즌에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며 “매일같이 붙어 있으니까 언니 오빠들이랑도 친해지고 친구들이랑 동생이랑도 많이 친해져서 그게 되게 좋았던 것 같았다.”며 소감을 밝힌 이해인.
시즌 초반의 이해인의 성적표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2023 빙상연맹 회장배 랭킹 대회 이전까지는 단 한번의 대회에서만 포디움에 올랐다. 하지만 회장배 이후 눈부시게 성장한 이해인은 어느새 사대륙 챔피언이 되어, 세계선수권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연아 이후 최초’라는 수식어가 이해인을 무겁게 짓누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해인이라면 또 밝은 미소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시즌 초반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낸 것처럼. ‘4대륙처럼’, 아니 ‘이해인처럼’. 그녀가 쓸 새로운 기록과 경기를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