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도쿄체육관에서 2023 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의 화려한 축제가 시작되었다.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팀 트로피는 말 그대로 국가 대항전. 해당 시즌 ISU 주관 그랑프리 시리즈와 선수권 대회에서 얻은 누적 국가 스탠딩 포인트가 높은 상위 6개국만이 초청되는 경기로, 한국은 이번에 4위애 올라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는 싱글 스케이터들의 경기뿐만 아니라 아이스 댄스와 페어 스케이팅 경기도 함께 진행된다.
두 사람이 팀을 맞춰 연기하는 아이스 댄스는 빙판 위의 사교댄스라고 불린다. 아이스 댄스는 싱글 스케이팅과 달리 점프를 뛰지 않는다. 대신 매해 공통 과제와 댄스 장르가 주어지고 이에 따라 적합한 스케이팅을 수행한다. 점프는 없지만 고난도의 리프트와 스텝 등의 기술 요소를 ‘빙판 위의 춤’이라는 목적 아래 파트너와 조화롭게 소화해야 한다.
이렇듯 아이스댄스는 싱글 스케이팅이나 페어 스케이팅과 달리 아시아의 장벽이 높은 종목이다. 임해나-예콴 조는 높은 서방의 벽을 뚫고 지난 3월 아시아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런 임해나-예콴 조가 이번에는 한국 아이스댄스 최초로 팀 이벤트에 참가 했다. 이번 대회는 두 사람의 시니어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이번 팀 트로피에 참가한 4개의 종목 중 가장 먼저 모든 경기를 마친 임해나-예콴은 6위를 기록했다. 스텝과 트위즐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이었지만, 댄스 스핀과 리프트는 모두 레벨4를 받아 성공적인 시니어 데뷔전을 치렀다.
“대회에 출전하기 전에 많이 긴장했어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한 임해나는 “한국팀의 싱글 남/녀 선수들이 모두 다 잘해서, 우리 때문에 한국 팀 순위가 떨어지면 아쉬울 거 같아 긴장을 좀 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다들 우리를 응원해 주셔서 너무 재미있게 대회하고 시니어 데뷔를 잘 치른 것 같다”라고 첫 시니어 대회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예콴은 “많은 팬들이 있는 대회이고, 팀 코리아 선수들이 모두 응원해줘서 정말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임해나는 “많은 사람 앞에서 스케이팅하는 것이 정말 신난다”라며 발랄한 웃음을 지었다.
주니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임해나-예콴이지만, 이번 참가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매 시즌 주니어와 시니어에 다른 과제를 부여하는 아이스댄스의 특성 상, 한 시즌에 두 레벨을 함께 소화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예콴 역시 이번 대회 참가에 앞서 “가장 큰 어려움은 새로운 리듬댄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에야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 뿐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며 의젓함을 보였다.
어려움을 딛고 준비한 새 리듬 댄스. 고작 한 달 준비한 프로그램이지만, 임해나-예콴은 69.96점으로 개인 최고점에 필적하는 점수를 받았다. 잘 짜여진 좋은 프로그램임을 공인받은 셈. 이런 프로그램이기에 임해나-예콴에게 더 사용할 계획이 있을지 질문했다. “이번에 새로 만든 리듬 댄스를 갈라 프로그램으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연기하기에 너무 즐거운 프로그램이어서, 한 번만 사용하고 싶지 않다.”라며 강남 스타일 이후의 새 갈라 프로그램의 등장을 선언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까지 긴 시즌을 보낸 두 사람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오프 시즌에 돌입한다. 비시즌 계획에 대해서 두 사람은 “이번 시즌 프로그램들을 정말 좋아했고, 이번 대회에서 프리 프로그램을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지만, 다음 시즌에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 같다.”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다음 시즌 주제인 ’80년대’에 대한 준비를 “아주 조금 시작하긴 했는데,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생각 중”이라고.
한국 아이스 댄스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임해나-예콴. 이미 주니어에서 많은 것들을 보여준 두 사람이지만, 시니어에서는 또 어떠한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줄지 다음 시즌이 더욱더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