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도쿄체육관에서 2023 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의 화려한 축제가 시작되었다.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팀 트로피는 말 그대로 국가 대항전. 해당 시즌 ISU 주관 그랑프리 시리즈와 선수권 대회에서 얻은 누적 국가 스탠딩 포인트가 높은 상위 6개국만이 초청되는 경기로, 한국은 이번에 4위에 올라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는 싱글 스케이터들의 경기뿐만 아니라 아이스 댄스와 페어 스케이팅 경기도 함께 진행된다.
남/녀 각각 2명의 싱글 스케이터가 초대되는데, 세계랭킹 상위 순으로 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에서는 남자 싱글의 차준환, 이시형과 여자 싱글의 이해인, 김예림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김예림은 시즌 초반 좋은 모습으로 한국 팀이 이번 이벤트에 참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대회 둘째 날 열린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대회에서 김예림은 완벽한 클린 연기로, 전날의 아쉬움을 딛고 개인 최고점인 142.09점보다 높은 143.59점을 획득하며 길고 긴 시즌의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했다.
김예림은 프리 스케이팅에 대해 “정말 만족스럽고, 오늘 밤 행복하다.”라며 “이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자리인데 클린해서 너무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프리 스케이팅 연기 후에 보인 눈물에 대해서는 “세계 선수권이 끝난 이후로 조금 충격이 컸고 마음이 많이 안 좋았던 것 같다.”라며 세계 선수권 이후 힘들었던 심정을 조금 내비쳤다. “그래서 이번 시합을 즐기면서 즐겁게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 반면에, 다시 훈련으로 돌아갔을 때 마음이 쉽게 잡히지 않아 너무 힘든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다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증명하게 되어서 거기서 왔던 감동이 좀 컸던 것 같다.”라고 담담히 이야기 하는 김예림의 표정 속에서 힘든 시간을 딛고 아름다운 시즌 마침표를 찍은 그녀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유달리 길었던 22/23 시즌에 대해서는 “정말 길고 또 시합도 너무 많았는데, 그만큼 좋은 기억도 많아서 그것에 대해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시즌 후반에 최선을 다해서 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으나,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부분에서, 다음 시즌과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수 있을지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라며 시즌 후반의 아쉬움까지 스스로의 양분 삼아 다음을 위한 밑거름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를 마친 김예림은 “집에 가서 며칠 쉬고,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할 것 같다.”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캐나다 가서 새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라며 안무가에 대한 궁금증을 남겼다.
부상에 대해서는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치료에 전념할 시간이 없어서 더 좋아질 수 없었던 것 같고, 이제 시즌이 완전히 끝났으니까 한국에 돌아가서 당분간 치료에 전념할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처음으로 참여하는 팀 이벤트에 대해 질문하자 “축제 분위기로 다 같이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희가 오면서도 이번 시합은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팀 이벤트가 처음이기 때문에 좀 더 즐기고 응원상을 목표로 하자라면서 왔다.”고 대답했다. 그러는 한편으로 “첫날이기는 하지만, 어제 2위로 마무리하게 돼서 한국 선수들끼리도 놀랐다.”라며 “우리 스스로 과소평가했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제는 한국 선수들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고 항상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을 것 같다.”라며 한국 팀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였다.
“팀 코리아 선수들이랑 같이 팀전으로 참여하다 보니까 팀에서 주는 힘과 믿음과 에너지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라고 한국 팀에 대한 애정을 살포시 내비친 김예림은 “해인 선수도 그렇고 다른 남은 선수들도 제가 느낀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해서 응원할 생각입니다.”라며 열띤 응원을 예고했다.
늘 홀로 출전하던 김연아. 네 종목의 8명 선수가 모두 팀 코리아가 되어 하나의 응원을 하기까지 이후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어렸던 김예림은 어엿한 국가대표 맏언니가 되었다. 단단하게 자란 장군 김예림은 국가대표로서, 맏이로서 팀을 위해 싸운다.
내일 열리는 페어 스케이팅과 남자 싱글 스케이팅 결과에 따라 한국 팀의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조혜진과 스티븐 애드콕이 참가하는 페어 스케이팅 프리 경기는 토요일 오후 3시 15분에, 차준환과 이시형이 참여하는 남자 싱글 스케이팅 프리 경기는 토요일 오후 4시 50분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