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프로그램 148.57점, 개인 최고점 갱신. 이해인의 완벽한 시즌 마무리였다.
김연아 이후 최초로 세계선수권 메달을 획득한 이해인의 놀라운 성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4월 13일, 도쿄체육관에서 2023 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의 화려한 축제가 시작되었다.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팀 트로피는 말 그대로 국가 대항전. 해당 시즌 ISU 주관 그랑프리 시리즈와 선수권 대회에서 얻은 누적 국가 스탠딩 포인트가 높은 상위 6개국만이 초청되는 경기로, 한국은 이번에 4위애 올라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는 싱글 스케이터들의 경기뿐만 아니라 아이스 댄스와 페어 스케이팅 경기도 함께 진행된다.
남/녀 각각 2명의 싱글 스케이터가 초대되는데, 세계랭킹 상위 순으로 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에서는 남자 싱글의 차준환, 이시형과 여자 싱글의 이해인, 김예림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이해인은 시즌 후반에 두 개의 챔피언십을 연달아 격파하며 한국 팀이 이번 이벤트에 참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어제에 이어 완벽한 연기로 1위를 차지한 이해인은, 148.57점을 획득하며 개인 최고점을 갱신했다. 오늘의 스케이팅에 대해 “정말 많이 기쁘다”라고 말문을 연 이해인은 “오늘 실수 없이 수행해서 점수와 오늘 내 프로그램에 대해 만족한다.”라며 오늘의 경기를 회상했다. 쇼트 경기 후 인터뷰에서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시즌 초반 의상으로 프리 경기에 임하겠다’라고 이야기한 이해인은 “이 의상으로 만족스러운 경기를 한 적이 별로 없어서 이번에야말로 좋은 모습으로 뭔가 시즌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 시즌 마무리를 잘 끝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해인은 “팀에 좋은 점수를 가져다줘서 기쁘다”라며 한국 팀에 대한 애정을 엿보였다.
팀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소감에 관해 묻자 “(각자 경기를 해야 하니) 대회 때마다 따로따로인 기분이었는데, 이번에는 팀이 잘해야 하는 거니까 함께 응원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이해인이 답했다. “이번에 처음 나오게 되었는데 오빠들 언니들이 너무 잘 챙겨주고, 페어와 아댄 팀 선수들이랑도 너무 친해져서 좋은 것 같다.”라며 팀 막내로서 한껏 귀여움을 받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22/23 시즌이 막을 내린다. 비시즌을 맞이하는 계획을 물어보니, “쉼 없이 스케이팅할 거 같다. 1~2일 쉬고 다시 스케이트 할 것 같다.”라며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였다. ‘피겨스케이팅 사랑하니까!’라고 외치는 이해인의 모습을 보며 역시 세계 최고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청사진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쇼트 프로그램은 아직 고민 중이다. 프리 스케이팅은 주니어 시절이 떠오를 것”이라며 힌트를 살짝 내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해인은 일본 아이스쇼에 초청받아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이다. 아이스쇼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에 대해 질문하자 “아이스쇼는 갈라보다는 더 즐기는 분위기다.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Hype Boy)를 할 수 있으면 할 것 같고, 옛날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해서 선보일 것 같다.”라고.
이해인은 다가오는 16일 생일을 맞는다. 아직 17살. 고등학교 3학년의 어린 선수는 성숙한 마음으로, 세 번의 가장 큰 국제대회에서 ‘클린’ 행진을 이어갔다. 생일을 앞두고 받은 개인 최고점은 이해인이 스스로에게 주는 또 다른 선물이 되었다. 팀을 위해서도 누구보다 목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15일, 팀 메달이라는 최고의 생일선물이 안겨지길 응원해본다.
내일 열리는 페어 스케이팅과 남자 싱글 스케이팅 결과에 따라 한국 팀의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조혜진과 스티븐 애드콕이 참가하는 페어 스케이팅 프리 경기는 토요일 오후 3시 15분에, 차준환과 이시형이 참여하는 남자 싱글 스케이팅 프리 경기는 토요일 오후 4시 50분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