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오후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유일무이한 페어 팀 조혜진·스티븐 애드콕이 화려한 데뷔를 마쳤다.
13일 막을 올린 ISU 피겨스케이팅 팀 트로피는 격년 주기로 개최되며, 해당 시즌 ISU 주관 그랑프리 시리즈와 선수권 대회에서 얻은 누적 국가 스탠딩 포인트가 높은 상위 6개국만이 초청되는 경기이다. 2022/2023 시즌 한국은 높은 국제 성적으로 4위에 올라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는 싱글 스케이터들의 경기뿐만 아니라 아이스 댄스와 페어 스케이팅 경기도 함께 진행된다.
조혜진·스티븐 애드콕은 국가대항전으로 국제 무대에 첫발을 디뎠다. 작년 6월 처음 결성한 이 팀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다. 특히 조혜진은 페어를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슈퍼루키’이다. 조혜진은 결성 계기에 대해 “싱글 스케이터로서 스티븐이 있는 훈련지로 옮겼다. 그리고 처음으로 합을 맞춰봤는데, 그때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회상했다.
특히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조혜진이 “가장 자신 있다”고 밝힌 쓰로우 삼회전 살코를 포함하여 완벽한 ‘클린’ 연기를 펼쳤다. 조혜진·스티븐 애드콕은 목표로 하던 무결점 경기에 60.55점을 받았다. 해당 점수는 2022/2023 시즌 상위 24위에 해당하는 높은 점수다.
반면 15일 진행된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몇 가지 실수를 범하며 102.27점을 받았다. 프리 스케이팅 후 믹스드존에서 애드콕은 가장 안정적인 기술로 리프트를 꼽았다. “오늘은 예상대로 안 됐지만, 라소(Lasso) 리프트가 가장 자신 있다.”고 밝히며, “이번 시즌은 짧았다. 다음 시즌은 프로그램을 하나만 교체해서 전부 소화하고 싶고, 이를 위해 두 번째 쓰로우 트리플 연습에 가장 중점을 둘 것이다. 그것 외에는 팀으로서 프로그램의 난도를 높이는 기본적인 스케이팅에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다음 시즌에 대한 설계를 드러냈다.
조혜진·스티븐 애드콕의 첫 성적이 더욱 고무적인 이유는 높은 기술점에 있다. 합을 맞춘 지 겨우 10개월,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세계적인 탑 팀들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기술을 선보였다. 올해 시니어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에 출전 참가 자격이었던 쇼트 프로그램 기술점 29점, 프리 스케이팅 기술점 46점을 훌쩍 넘었다. 이 점수를 넘지 못해 여러 해 좌절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을 고려하면, 첫술에 이미 배부른 셈이다.
부상이 이어진다는 애드콕의 건강 상태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고 긍정한 그는 이어 ”11월쯤,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허리 아래쪽에 아직도 문제가 있어서, 우리가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업다운이 있는데,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괜찮지 않다. 그 점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팀 코리아’의 최연소와 최연장자로 이루어진 조혜진·스티븐 애드콕 팀. 이 팀의 참가만으로도 국가 포인트에 14점을 적립하여 팀 코리아 최종 준우승에 기여했다. 남녀싱글 및 아이스댄스만 참가했을 경우, 대한민국의 점수는 4위이다.
역대 최초로 참가한 이번 국가대항전과 조혜진·스티븐 애드콕은 ‘개척’이라는 공통 키워드가 있다. 성공한 모든 대륙의 역사에는 개척자의 여정이 있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팀 코리아라는 배가, 두 사람이 함께한 완전체로 순항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