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개최된 2023 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이하 팀 트로피)는 한마디로 축제의 장이었다. 팀 트로피는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대회로, 해당 시즌 동안 ISU 공인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한 상위 6팀이 출전하는 국가대항전. 팀 트로피에 참가하는 나라는 남녀 싱글 선수 4명과, 아이스 댄스, 페어까지 총 8명의 선수를 내보내며, 쇼트(리듬)와 프리경기에서 순위별로 포인트를 획득해 마지막 날 최종 합산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이번 팀 트로피에 최연소 팀으로 첫 출전해 주최국인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회 중에는 재치 넘치는 응원전으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 성적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해인(세화여고, 18). 이해인은 세계선수권 2연속 챔피언인 사카모토 카오리를 제치고 쇼트와 프리 프로그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총 24포인트를 획득해 팀의 은메달에 가장 큰 공헌을 했다.
4월 17일, 갈라쇼까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해인은, 대회 내내 그녀를 상징했던 노란 병아리처럼 발랄한 모습이었다.
쇼트와 프리 프로그램에서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해인은 “솔직히 말해서 부담이 아예 안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제 팀으로 잘해야 되는 거다 보니까 조금 더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시즌 초반에 입었던) 예전 의상으로 경기를 했는데, 그 의상들로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어 더 악착같이 해서 그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대답 했다.
세계선수권 은메달과 이번 은메달 중 어떤 것이 더 좋으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세계선수권)그때는 혼자서 땄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팀 코리아 멤버들과 함께 단상에 올라가고 같이 껴안고 좋아하고 그래서 좀 더 뜻깊었었다.”며 “내가 응원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이번에 마음껏 응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해 좌중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대회 후 갈라쇼 때 생일을 맞았던 이해인에게 선수들이 서프라이즈를 해주었던 것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서프라이즈 사실을 몰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정말 아예 모르고 있었다.”고 대답한 이해인은 “이제 만약에 해 주시더라도 갈라쇼 다 끝나고 피날레 다 끝나고 아마 사진 찍고 끝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내 갈라 경기 바로 끝나고 이렇게 해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연기가 끝나고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래가 나오더라. 그래서 뭐지 이랬는데 준환이 오빠가 케이크 들고 오길래 너무 놀랐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축하해 주셔서 내 인생에서 정말 행복했던 생일이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서프라이즈 직후에 밝은 얼굴로 더블악셀을 5번 연속 뛰었던 것도 “뭔가 음악은 계속 나오고 있고 박수는 계속 쳐주시고 계시고 그러니까 뭔가라도 해드려야겠다 해서 뛰었다.”라고. 서프라이즈가 얼마나 기뻤는지 알 수 있었던 대답이었다.
팀 트로피의 꽃인 응원전에서 특히 빛났던 이해인의 열정적인 응원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큰 소리로 응원을 하는 모습에 팬들은 ‘삐약삐약 거린다.’라고 귀여워하기도 했던 상황.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 이해인은 “일단 응원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는 너무나 큰 행복이고 재미이기 때문에 어느 대회든 간에 제 경기 앞에든 뒤에든 다 가서 응원을 한다.”며 “이번에는 키스앤크라이존까지 가서 재밌는 것도 하고 춤도 추고 역할도 하고 그래서 좀 더 재미있는 응원이 됐었던 것 같다. 다 같이 더 친해지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말해 팀 트로피를 함께하며 더욱 끈끈해진 팀 코리아의 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다양했던 팀 코리아의 응원 컨셉 중 제일 즐거웠던 퍼포먼스로는 자신을 응원하던 병아리 컨셉을 뽑은 이해인. “일단 내가 맡은 캐릭터가 병아리였는데 경기 딱 끝나고 키스앤크라이 석에 갔을 때 다들 되게 노랑노랑하게 귀엽게 입은 거 보고 너무 재밌어서 좀 빵 터졌던 기억이 난다.”며 “각자 캐릭터를 맡아서 응원해 주고 키스앤크라이석에서도 재밌는 춤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해서 되게 재밌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다음으로는 앞으로의,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올 이해인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특히나 이번 워밍업에서 랜딩하기도 해서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트리플 악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이해인은 “월드 챔피언십 때 연습 때라도 한번 시도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때는 아쉽게 못 해서 이번에 시즌 마지막이니까 해보자 해서 시도를 했는데 랜딩을 했다. 몇 달 동안 못 했는데도 그렇게 랜딩을 해서 너무 기뻤고 다음 시즌에 뛸 수 있도록 많이 연습하고 선생님과 잘 상의해서 다음 시즌을 위해서 좀 더 열심히 준비해야 될 것 같다.”고 가능성을 열어두어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마지막으로 길었던 시즌을 다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해인은 “비록 시즌 초반에는 별로 좋지 않은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려서 보시는 분들도 마음이 아프시고 저도 조금 속상하고 그랬었다. 그래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언제나 끝까지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했었고, 4대륙 선수권과 세계선수권 때 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하며 “내가 이 자리에 온 것도 내가 열심히 해서 온 것도 있겠지만, 옆에 많이 도와주신 분들이 있으셨고 저를 되게 아껴주시고 되게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여기 올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다. 이번 시즌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많은 좋은 추억들도 있었고 경험도 많이 쌓여갔던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는 나름 되게 뜻깊고 너무 고마웠던 시즌 같다.”고 팬들에 대한 감사와 시즌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좋은 성적을 낸 것도 모자라, 아쉬운 기억이 남았던 의상들을 다시 입고 최고의 성적을 낸 이해인. 이제 겨우 18살인 그녀가 보여주는 투지와 의지는 그 어떤 스케이터들보다도 단단하고 강하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해인이 이번 시즌을 최고의 시즌으로 마무리한 것처럼, 다음 시즌은 시작부터 최고의 시즌으로 남길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