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과 13일, 강남 모나코 스페이스에서 프랑스 패션 협회와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 주최한 ‘모드 인 프랑스 서울’ 전시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에는 17개의 브랜드가 참여해 프랑스 패션의 정수를 선보였다.
의상부터 슈즈,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제품이 소개된 가운데, 동화 같은 스카프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브랜드 ‘MALFROY’가 눈에 띄었다. 어린왕자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한 섬세한 패턴을 담아낸 ‘MALFROY’의 대표 앙리 말프로이(Henri Malfroy)를 만나 그의 브랜드 철학과 한국을 향한 애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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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의 브랜드 대표, 한국을 향한 깊은 애정
프랑스에서 시작된 ‘MALFROY’는 창립자의 성을 그대로 딴 브랜드다. 9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앙리 말프로이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보다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시간, 그리고 이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더 좋았다”며 순수한 소년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에 발을 들인 그는 지난 25년간 매년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 유학 중이던 한국 디자이너들과의 인연이 이어지며 한국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됐다고. “한국은 아시아의 문화와 한국만의 색채를 조화롭게 가지고 있어 매우 매력적인 나라”라며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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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 든 어린왕자” – 어린왕자 출판 80주년 기념 컬렉션
‘MALFROY’의 스카프는 단순한 패턴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서도 ‘어린왕자’ 탄생 80주년을 기념한 특별 컬렉션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난 생텍쥐페리의 생애를 직접 지켜보며 자란 그는 “어린왕자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며 “최근 패션 트렌드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역사와 테마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린왕자’와의 협업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에서도 어린왕자는 매우 친숙한 이야기다. 소설은 물론, 가평의 ‘쁘띠 프랑스’ 테마 마을에도 어린왕자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뮤지컬로도 제작될 만큼 한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문화적으로 어린왕자와 한국이 맞닿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그는 “올해 프랑스에서는 ‘어린왕자’ 출간 80주년을 맞아 영화 제작을 비롯한 다양한 기념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며, ”나는 어린왕자보다 나이가 많다. 어쩌면 나는 ‘나이 든 어린왕자’일지도 모른다”고 말해 깊은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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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선보이는 새로운 컬렉션, 다음 테마는?
앙리 말프로이는 매해 개성 있는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다음 테마로 ‘해리포터’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해리포터’의 공식 라이선스를 얻기 위한 과정을 진행 중이며, “이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해리포터 디자인을 녹인 최초의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인터뷰 내내 브랜드에 대한 그의 열정과 꿈을 향한 태도는 ‘나이 든 어린왕자’가 아닌 ‘꿈 많은 어린왕자’ 그 자체였다. 마지막 인사로 “See you next year”를 남긴 그. 내년에도 새로운 컬렉션과 함께 다시 한국을 찾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