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 익숙한 명작, 그리고 무대를 향한 귀환… 올 여름 영국 공연계가 뜨겁다

(Photos: c/o Buchanan PR; by Marc Brenner; c/o Story House PR)
보통 8월은 본격적인 가을 신작 시즌을 앞두고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시기다. 하지만 런던은 예외다. 한낮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도심 곳곳의 공연장은 여전히 붐빈다. 익숙한 작품들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되살아나고, 신예 작가들의 목소리는 웨스트엔드 한가운데서 울려 퍼진다. 무대 위에 다시 불이 켜지는 순간, 관객의 심장도 함께 뛴다. 런던 공연계의 여름 말미, 다섯 편의 주요 공연을 소개한다.

사이먼 헤일, 샘 스미스를 지휘하다
영화 The Artist의 무대화 작업에 참여 중인 작곡가이자 편곡가 사이먼 헤일(Simon Hale)이 오는 8월 2일, BBC 프롬스(BBC Proms) 무대에서 팝스타 샘 스미스를 지휘한다. 샘 스미스의 올해 유일한 영국 공연이자, 로열 알버트 홀에서 열리는 초대형 음악 행사다.
토니상 수상자인 헤일은 “프롬스는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 축제”라며 “샘 스미스는 극장을 무척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경계가 흐려지는 가운데, 팝 아이콘 X 오케스트라라는 조합이 어떤 울림을 줄지 기대를 모은다.

‘코러스 라인’, 새 시대의 춤을 말하다
브로드웨이 고전 A Chorus Line이 다시 런던에 돌아온다. 연출은 니콜라이 포스터(Nikolai Foster). 그는 코로나19 이후 극장의 회복을 기원하며 이 작품을 2021년 레스터 커브 극장에서 재공연한 바 있다. 당시 반응에 힘입어, 이번에는 사들러스 웰즈 극장에서 정식 상연된다 (8월 2일 개막).
‘잭’ 역에는 1999년 토니상 후보 아담 쿠퍼(Adam Cooper), ‘캐시’ 역에는 칼리 머세디스 다이어(Carly Mercedes Dyer)가 출연하며, 안무는 Matilda의 엘렌 케인이 새롭게 맡아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다. 포스터는 “고전은 계속 진화해야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오즈의 마법사’, 가족극으로 귀환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가 런던 중심가에 상륙한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추가 곡을 작곡한 2011년 웨스트엔드 버전을 기반으로, 전국 투어를 마치고 8월 15일부터 길리언 린 극장(Gillian Lynne Theatre)에서 총 38회 공연 예정이다.
‘도로시’ 역을 맡은 배우는 아비바 털리(Aviva Tulley). “가족들이 ‘북 오브 몰몬’ 말고 좀 더 친근한 작품을 보게 되어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연출은 앞서 코러스 라인을 맡은 니콜라이 포스터. 가족 단위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오클라호마!’, 필 던스터 출연 화제
오클라호마!가 단 이틀간 런던 웨스트엔드 대표 극장 중 하나인 드루리 레인 극장(Theatre Royal Drury Lane)에 무대에 오른다 (8월 19~20일). 이 작품은 1947년 런던 초연 이후 70년 넘게 사랑받아온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대표작이다.
연출·안무는 현재 Hello, Dolly!로 대박 흥행 중인 빌 디머(Bill Deamer). 출연진에는 드라마 Ted Lasso의 필 던스터(Phil Dunster)와 뮤지컬 배우 지지 스트랄렌(Zizi Strallen), 그리고 조안나 라이딩이 이름을 올렸다. 전통과 스타파워의 조합이 기대를 모은다.

‘Shifters’, 흑인 여성 작가의 웨스트엔드 진출
2021년 Lava로 주목받은 벤딕트 롬브(Benedict Lombe)가 쓴 연극 Shifters가 런던 부시 극장에서의 호평을 발판 삼아 8월 21일 웨스트엔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장소는 듀크 오브 요크 극장(Duke of York’s Theatre), 주연은 토신 콜(Tosin Cole)과 헤더 아기에퐁(Heather Agyepong).
두 인물 간의 서정적이고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2인극으로, 극작가는 “흑인 여성 창작자로서 웨스트엔드에서 나의 서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제작은 Merrily We Roll Along을 제작한 소니아 프리드먼 팀이 맡는다.
거대한 뮤지컬부터 섬세한 2인극까지, 런던 공연계는 현재 숨 돌릴 틈 없이 바쁘다. 늦여름이 결코 ‘비수기’가 아님을 증명하며, 연극과 뮤지컬은 다시 한 번 도심의 심장을 뛰게 한다. 기술과 스타, 젠더와 다양성,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이 무대 위에서, 다음 시즌의 물결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