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건달들’. ‘싱잉 인 더 레인’. ‘지킬 앤 하이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이 뮤지컬들의 공통점은 TV를 통해 공연 실황을 송출했던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아가씨와 건달들’이나 ‘싱잉 인 더 레인’의 경우 심심찮게 TV 주말 방송으로 볼 수 있었다. 물론 라이선스 관념이 지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에 가능했던 90년대의 일이지만, 이 시기를 호령했던 1세대 뮤지컬 스타들(남경주, 최정원, 임상아 등)의 인기가 가장 뜨거웠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이와 달리 2000년대에 올라온 ‘지킬 앤 하이드’나 ‘돈 주앙 ‘등은 정식으로 협의를 통해 방송된 것이었다. 물론 공연 시간에 비해 짧은 방송 시간 탓에 노래가 몇 곡 빠졌지만 스토리라인을 모두 알 수 있던 풀버전 방송이었다.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조승우의 ‘지금 이 순간’ 영상이 이 때 TV방송으로 공개된 영상이다.
그러나 이 시기도 잠시. 언제부터인가 TV를 통한 공연 실황은 점점 줄었고 2010년대에는 많은 팬들의 염원이 동그랗고 반짝이는 것(DVD, OST)이었다.
그리고 매주 온라인을 통해 최소 한 작품 이상의 공연실황 영상을 볼 수 있는 요즘. 과연 공연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공연 실황은 얼마정도 친숙해졌을까? 공연 문화를 사랑하는 몽포커스의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앙케이트를 통해 알아보았다.
유무료든 괜찮아 VS 잘 안봐요의 팽팽한(?) 줄다리기
공연실황 중계를 보냐는 첫번째 질문에는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공연 실황을 본다고 대답했다.그 중 전체 응답의 절반에 가까운 260명이 유무료에 상관 없이 공연실황을 본다고 응답했다.
물론 몽포커스의 팔로워의 대부분이 공연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 수 있으나, 그만큼 공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연실황도 함께 즐기고 있다는 반증이니 제법 고무적인 응답률이다.
공연실황을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또 보고 싶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게 최고의 장점
공연실황을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또 보고 싶던 공연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그 다음으로는 장소에 상관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예상외로 저렴한 비용은 크게 호응을 받지 못했다.
해당 응답을 통해 대부분의 관객들은 공연실황을 공연과 별개로 여기지 않고 공연의 연장선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연을 본 다음 그 공연에 대한 경험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매개체로써 공연실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연실황을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연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는 데는 아직 부족해. 정보를 찾기도 어려워
공연실황을 보지 않는 이유에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한 것은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공연의 경우 직접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면서 즐길 수 있는 현장감이 매력인데, 영상으로는 그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응답이다.
그 다음으로는 중계일정을 잘 모르겠다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아무래도 현재 공연실황이 단발성 이벤트인 만큼 무대 공연에 비해 홍보기간이 짧고 화제성이 적어 잘 전파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점 같았다.
위와 같이 공연실황 소식을 알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문화포커스에서는 매주 월요일 몽포커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주의 중계일정을 전달하고 있다.
2018년, ‘네이버TV 공연Live’를 통해 국내 뮤지컬의 실황이 시작된 이후, 공연 실황 라이브는 코로나 시기를 맞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네이버는 2021년 1월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 ‘네이버 공연 라이브’ 진행 건수가 600여회, 누적 시청 횟수는 1500만회로 2019년보다 진행 건수는 7.5배, 시청 횟수는 12.5배 늘었다고 밝혔다. 그중 관객이 가장 많은 장르는 뮤지컬이었다.
‘후원 라이브’로는 총 67개 공연이 진행됐고, 7만여명의 관객이 비대면 공연을 후원했다. 후원 라이브는 일정한 금액을 후원한 이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리고 2022년. 공연을 스트리밍하는 전문 사이트 ‘스테이지x’와 매일 공연 실황을 글로벌 스트리밍을 진행하는 ‘메타씨어터’ 등 공연 전문 스트리밍 업체들이 생겨났고, 인터파크와 티켓링크 등 대표적인 티켓 예매사이트들도 이 공연 스트리밍 서비스에 합류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비해, 공연실황 서비스에 아직은 많은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시작한 고속성장이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 때다.
좋은 공연을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공연실황의 큰 장점이지만, 그 외의 장점이 부족하다면 다시 공연장을 찾기 쉬워진 요즘, 관객들의 흥미는 점점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공연과 다른 공연실황만의 장점을 찾고, 개발해 보는 것은 어떨까. 퇴근 뒤, 공연장에 가지 못하는 날. 공연실황을 함께하며 즐길 수 있는 저녁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