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창극단이 대표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초연 10주년을 맞아 오는 9월 5일부터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기념 공연을 올린다. 이 작품은 지난 2014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창극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전통 장르의 한계를 확장한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초연 때보다 한층 깊어진 연출과 음악, 무대미술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창극의 새로운 지평을 연 파격적 작품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창극이라는 전통 장르에 현대적 감각과 대담한 상상력을 접목시켜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2014년 초연 당시, 창극 최초로 ‘18금’ 소재를 다루며 파격적인 설정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작품은 통상 창극 공연보다 훨씬 긴 공연 기간을 소화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이후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같은 해 ‘차범석희곡상’ 뮤지컬 극본 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에서 창극 최초로 공식 초청받는 등 국내외 무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총 8년간 국내외 16개 도시에서 공연되었으며, 누적 관객수 4만 7천여 명을 기록하며 한국 창극계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전통 판소리 ‘변강쇠타령’에 현대적 해석을 더하다
원작 판소리 ‘변강쇠타령’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전통 서사에서 한 걸음 나아가 ‘옹녀’를 중심 인물로 삼아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기존 판소리에서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 옹녀를 주인공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현대적 시각으로 그려냈다.
극 중 옹녀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강인하면서도 당찬 여성으로 그려지며, 그녀가 펼치는 이야기 속에 무겁고 어두운 전통 설화 속에도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와 함께 다양한 장승 캐릭터들은 작품에 유머와 활력을 불어넣으며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작품 전반에 깔린 해학과 속도감 있는 전개, 재치 넘치는 대사는 관객과의 소통을 활발하게 이끌어내며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고선웅 연출과 한승석 음악감독의 완벽한 호흡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부터 함께한 고선웅 연출가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라,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고선웅 연출은 ‘창극의 대중화’를 목표로 작품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으며 극적 긴장감과 재미를 극대화한다.
음악감독 한승석은 전통 국악기를 바탕으로 생황, 철현금, 대아쟁 등 다채로운 악기를 추가해 음악의 폭과 깊이를 확장했다. 특히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작 음악은 작품의 감정선을 풍부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한승석 감독은 “전통음악의 정수를 살리면서도 현대 관객에게도 공감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구 배우들의 만남과 새로운 캐스팅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초연부터 옹녀 역을 맡아온 이소연 배우와 변강쇠 역의 최호성 배우가 이번 공연에도 출연해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또한 이번 시즌에는 김우정과 유태평양 배우가 새로운 커플 캐릭터로 합류해 작품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장승 역에는 중견 배우 우지용이 새롭게 캐스팅되었으며, 전통 음악계의 거목 윤충일 명창도 무대에 올라 신구 조화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장승 캐릭터들의 의상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제작해, 한층 다채롭고 유쾌한 시각적 효과를 기대하게 만든다.
10주년 맞이 다채로운 기념 행사
국립창극단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1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관객 참여 프로그램과 특별 이벤트도 마련했다. 공연 전후로는 연출, 배우들과의 토크 콘서트, 창극 이해를 돕는 해설 프로그램, 전통 악기 체험 부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되어 관객과 작품 간 소통의 장을 넓힌다.
특히 10주년 기념 공연인 만큼 창극을 처음 접하는 관객부터 오랜 팬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로운 구성과 풍성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국립창극단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창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극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이정표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단순한 재공연을 넘어, 전통 판소리와 창극이 현대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작품이다. 특히 여성 주인공 옹녀를 전면에 내세운 점은 전통 장르의 틀을 깨고 다양성과 현대성을 강화하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국립창극단의 이번 10주년 기념 공연은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극의 가능성과 발전 방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며, 향후 한국 창극의 활로를 모색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