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문 : 좀 전에 다미로 감독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셨다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부탁받은 것만이 이유는 아니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적으로 어떤 매력을 느끼시고 이번 작품에 참여하셨는지 사실 그게 또 좀 궁금해요.
유 : 특별한 부탁을 받고 온 건 맞고. 사실 해외여행은 해외여행인데 이 기간에 작품을 다 거절했어요. 사실 그게 저한테 가장 큰 거였어요. 여행 간다며 공연하고 있냐 이러면 또 서운하잖아요. 연락받고 제일 먼저 한 건 거절했던 제작사로 전화해가지고 오해하지 마라. 부탁을 받아서 이건 헬프로 들어간 거기 때문에 절대 오해하지 마라. 그렇게 말했죠.
결과론적으로는 대본이 좋지 않았으면 안 했을 수도 있겠죠. 그렇죠. 근데 형한테 딱 처음 받았을 때 되게 재밌다. 그리고 여태까지 내가 생각했던 박열과는 되게 다르네. 이 사랑 이야기가 꼭 잘 지켜지면서 작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고 했어요. 사실 원래 그 연락을 받았을 때도 ‘그래도 잘 찾아봐. 내가 맨 뒤에 있을 테니까. 그래도 찾지 못하면 내가 갈게.’라고, 첫 번째 과정이 있었어요. 그리고 한 2주가 지나고 형 입장에서 좋은 배우들은 많이 있는데 내 생각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배우를 찾자고 하니까 너무 쉽지가 않은 것 같네. ‘알겠어. 근데 대신 한 번 찬스 써.’ 물론 마음에는 찬스 더 써도 되는데 근데 이제 마음에는 그정 도로 급한 거니까. 알겠어. 내가 할게라고 해서 이제 하게 된 겁니다. 물론 저도 형 때문에 이 계통을 다시 할 큰 원동력을 받았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22년 2개월’만의 청년 박열이 되게 뭉클하게 다가왔어요. 우리는 그를 호랑이로 알고 있고. 그래서 마지막 재판 때는 정말 호랑이처럼 하려고 노력은 많이 하는데 사실 그에게도 그도 23살 얼마나 어려요.
문 : 맞아요. 겨우 대학교 4학년 정도인데.
유 : 그래서 베나 아모리스 때 지금도 막 약간 울컥하는데 참 멋있는 것 같아요. 가네코가. 그래서 그런 사랑 이야기가 있었나라는 생각을 해보니까 물론 다른 인물들이 또 있겠지만 박열 이야기에서 이런 사랑 이야기는 없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문 : 확실히 ’22년 2개월’ 만의 장점 중에 하나가 그런 로맨틱함도 있는 것 같아요. 박열이 사랑하는 가네코 후미코를 지키기 위해 처음에는 자기 혼자 한 행동이라고 하는데 결국 가네코가 행동과 설득에 넘어가서 같이 이제 수감 생활에 들어가요. 배우님께서 실제로 박열이었다면 가네코의 선택을 받아들였을 것 같으신지 아니면 역으로 끝까지 가네코를 설득했을지도 궁금해요.
유 :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진짜 생각을 진짜 많이 돌려봤거든요. 단순히 목숨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그때는 너무 주변에서 많이 죽어 나갔으니까요. 근데 박열의 의지는 어땠을까? 제가 박열 선생님이 본인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가네코를 너무 사랑하지만 그녀는 일본 사람이고. 관동대학살도 정확히 6,661명이 집계는- 되는데 일본에 알려지기로는 ‘3명이 죽었다.’ 이런 식으로 오보가 되니까 걱정도 많았을 거예요.
사실 박열이 하고 싶은 건 천왕을 죽인 다음에 정부를 부정하고 모두가 행복해진 평등을 외신에서 이렇게 딱 지켜봐 주길 바랐는데 사실 천왕 한 명 죽인다고 해방이 되지는 않을 거잖아요. 이목을 끌고 싶었던 것 같아요. 천왕을 죽이면서 정부를 부정한다 평등을 주장하고 오히려 세계에서도 약간 국제연맹이나 이런 것들이 이제 그때 막 부상을 할 때니까 한국으로 이목을 돌리는 그런 걸 원했을 것 같은데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던 거죠.
물론 그전에 너무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도 많았겠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가네코 입장에서는 우리 하나인데 다른 이야기를 하는 박열이 이해가 안 되겠죠. 그래서 두 번째로 사랑하는 여자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 당연히 베이스에 깔려 있는 거고. 그런 상황에서 제가 만약에 박열이였으면 끝까지 부정했을 것 같아요. 물론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내가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부정했을 때 더 좋다고 느끼는 게 박열한테 있지 않았었나. 근데 가네코 입장에서는 같이 했을 때 의미 있는 게 많았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입장 차이가 좀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봐요.
문 : 유승현 배우의 박열이었다면 가네코를 지켜주고. 그를 통해 나의 사상과 의지를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유 : 그랬을 때 둘이 더 빛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문 : 박열로서는요.
유 : 네, 왜냐하면 저도 제가 있어야 가네코도 있는 거니까. 사실 가네코도 분명히 또 다른 ‘니가 어쩌면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면’ 이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거든요. ‘너도 너만의 언어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니가 하고 싶은 걸 해’에 이제 깊은 서브 텍스트가 있는 거예요.
문 : 그래서인지 저는 ‘나는 개로소이다’ 마지막에 ‘나는 나비로소이다’라고 말하는 게, 그 ‘나비’가 가네코를 의미하는 것 같았어요.
유 : 맞아요
문 : 결국은 그 장면에서 두 사람이 다시 하나가 된 게 아닐까 (싶었어요). 마지막 리프라이즈에서는.
유 : 맞아요. 박열이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가네코가 자유로 떠났을 때 오히려, ‘틀렸다’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각자 이렇게 있을 때 의미가 있어’라고 설득하던 박열이 결국에 그 가네코의 그 모습을 보고 마지막까지 박문자로서 이렇게 죽어가는 모습을, 혹은 자유로 떠난 모습을 보고 결국에는 이제 인정을 하게 되는 거죠. ‘니가 어쩌면 더 정답에 맞을 수도 있겠다.’ 그때는 정말 하나가 되어 싸우는 거죠.
문 : 그래서인지 마지막 재판장신이 너무 와닿았어요. 저희가 또 묵념 얘기가 다시 나오는데 관객 입장에서도 그 묵념이 굉장히 뭉클했는데 직접 하실 때는 어떤 느낌이실지 궁금해요.
유 : 저는 묵념할 때 그냥 속으로 항상 똑같이 생각해요. 그냥 박열 선생님이나 이제 유가족들. 혹은 이제 가네코 선생님, 박문자 선생님이 저희의 이 이야기가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열심히 했으니까 서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사실 가장 커요. 지금은. 왜냐하면 그분들이 딱 봤을 때 나는 저렇지 않았는데 할 수도 있으니까. 근데 존중하는 마음은 똑같기 때문에 이 작품을 혹시 하늘에서 보신다면 서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문 : 그리고 사실 유승현 배우에게 마지막 질문이 뮤지컬계 자타 공인 다미로 감독님의 뮤즈세요(웃음) 이제 자타 공인이 되셨어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런 평가와 호칭에.
유 : 사실 배우로서 누군가의 뮤즈고. 누가 ‘이 작품을 쓸 때 이 배우가 떠올라’라고 말을 한다면 너무 영광이죠. 근데 꼭 이거는 근데 물론 형이랑 개인적으로 친분도 있지만, 형 작품 쓸 때마다 생각이 난다는 건 아마 형 작품을 많이 해서도 있겠지만 형의 작품의 언어를 그만큼 내가 열심히 했고 그리고 관객분들 되게 좋게 봐주시는구나라고. 저는 개념을 그렇게 받아들여서 개인적으로는 되게 감사해요. 앞으로도 물론 (그래요). 형이랑 우리가 지금의 건강한 사이가 된 거는 ‘형이 날 불러주지 않아도, 내가 형 작품을 서로 하지 않아도 서로 서운해하지 말자. 언제 어디서든 서로 찾을 수 있는 배우와 작곡가, 감독이 되지 않을까.’가 원래 첫 번째 약속이었어요. 근데 지금 사실 이렇게 길게 올 줄도 몰랐고 그때는 사실 지금 하루하루 하기가 바빴던 시절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 너무 감사하죠. 사실. 앞으로 몇 작품을 더 할지 모르겠지만 매번 작품 할 때마다 좀 그래도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최선을 다하는 노력은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쁘게 봐주시는 데 감사한 마음이 큰 것 같아요.
’22년 2개월’의 백미가 된 영상, 관객들에게 더 잘 전달하고자 직접 의견을 내며 수정을 거듭해
문 : ’22년 2개월’의 특징 중에 하나가 무대가 굉장히 아름다워요. 근데 이 무대가 굉장히 높은데, 또 2층을 쓰는 장면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혹시 이거에 관련돼서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다 : 일단 자전거를 꼭 한번 얘기해야 되지 않을까(웃음)
문 : 자전거, 저는 보면서 좀 무섭던데 거기서 타는 거 괜찮으세요?
유 : 원래는 무대에서 실제로 타려고 했는데.
다 : 원래는 타는 게 목표였어요
유 : 이게 이제 창작자와 배우의 차이예요. 영화였으면 무조건 다 쓸 거예요. 그렇죠 왜냐면 공간도 계속되고 컷도 바꿀 수 있고. 한데 무대는 사이즈도 잘 안 나오고 그리고 또 너무 2층 3층 있다 보니까 앞에 무대도 너무 또 짧더라고요. 뒤에 가네코도 태워야 되는데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는 뱉어내야 하는 단점들이 너무 많은 거죠. 그래서 결국에는 고정을 해서 영상을 돌리는 쪽으로 갔는데, 무섭지는 않고 그런 게 좀 아쉽죠. 왜 영화에서 보면 미장센처럼 지나가면서, 하고 싶은 말이 되게 많은데 뒤에 가네코가 앉아 있고 가네코도 되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말은 못 하고). 그런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는데 무대에 서기에는 좀 애매하고 앞으로 나오기에는 좀 너무 멋이 좀 떨어지고 뒤로 가서 결국 하긴 하는데 사실 저는 지금도 그게 좀 아쉬워요.
다 : 수정해야죠. 재연하게 되면 많이 수정을 할 건데 가장 먼저 수정해야 될 부분이 그 부분인 것 같고 그러니까 아까 말했던 그 미장센이 사실은 지금 좀 덜 표현됐어요. 그래서 ‘서로에게 무슨 말을 꺼내려다가 못 꺼내고’ 이게 지금 표현이 좀 잘 안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유 : 한마디로 클로즈업 샷이 들어와야 하는데 너무 먼 거죠.
다 : 말 하는 대신 열심히 페달을 밟는 박열의 모습이 잘 표현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애초부터 ’22년 2개월’은 제가 무대 전환을 굉장히 구상을 두고 쓴 작품이에요. 전환이 생명이다. 이 작품은 어떻게 매끄럽게 연결돼야 할까. 사실 저희가 주로 이제 소극장 작품들을 많이 했으니까 중퇴장을 최대한 신경 안 쓰고 써도 상관이 없었던 작품들과는 달리 애초부터 아예 중극장 모드를 잡아놓고, 턴테이블하고 막이 내려오고 올라갔다는 거를 최대한 활용을 하면서 크게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일단은 무조건 크게. 왜냐하면 관동대지진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배우들한테도 연습실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조금 크게 표현해 달라. 그리고 뭔가 막 디테일한 것들은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은 무조건 장전환이다. 그리고 무대에서 구현되지 못한 것들이 분명히 많이 있어요. 사실은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뭐 저희가 무대 장치적인 요소들 때문도 있어서. 재연 때는 충분히 많이 보완이 될 것 같아요. 첫공 올라가고 스태프들하고 엄청 얘기했어요. 이 부분 이렇게 고치고 이렇게 고치고. 하다 보니까 분명히 재연들은 더 탄탄해서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요.
문 : 재연이 꼭 올라오면 좋겠네요. 관동대지진을 말씀 주셨는데, 정말 그 장면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객석에 앉아 있는데 진동이 막 다 느껴지더라고요.
유 : 4D, 4D(웃음)
문 : 그렇죠. 4D. 원래 뮤지컬은 4D긴 하지만(유 : 5D) 이게 어떻게 만들어 낸 건지 궁금해요. 우퍼 스피커를 사용하신 건지.
다 : 객석 밑에 고가의 엄청난 우퍼를 심어놨어요. 관동대지진이 일어남과 동시에 음악하고 앙상블들이 저희가 5명이 다 나와서,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떤 한계를 극복해 보자. 무대 막도 확 열리면서 뭔가 좀 시원시원하게 표현을 해보자에 중점적으로 맞춰놨고 그다음에 가장 중요했던 영상. 고동욱 디자이너한테 거의 몇 개월 전부터 무조건 이거는 1막 끝에 관동대지진을 잘 표현해 줘. 나머지는 내가 어떻게 해볼게 했어요. 부가적으로 그 밑에 또 깔려 있는 MR이 또 엄청나게 스케일로 크게 깔려 있어요. 미리 녹음해 둔 한 30명에 달하는 합창이 밑에 또 깔려 있고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느끼기에 진동과 영상과, 그리고 미리 깔려 있는 MR의 규모가 대극장 사운드가 나오고, 거기에 압도될 수 있기를 바랬어요. 그게 단순하게 보는 재미로 어떻게 이렇게 좀 재밌구나가 아니라. 그때 사람들이 공포를 느꼈겠구나를 같이 체험해 볼 수 있기를 원했었어요.
문 : 그래서 그런지 저는 영상도 되게 좋았던 부분이 원래 후미코랑 만날 때라든가 도쿄의 녹음이 아름다운 평화로운 모습이 뒤에 있다가, 그게 불타고 무너지는 게 보이니까 거기서 오는 영상과 무대의 조화가 정말 좋았어요.
다 : 고생 많았습니다. 영상.
문 : 그러실 것 같아요
다 : 계속 막이 움직이니까 이거를 따라서 매핑을 해야 되니 또 수정하고. 저희 테크 리허설할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었요. 고동욱 디자이너가. 진짜 고생 많이 했어요.
문 : 그래서 그런지 첫 리허설 때가 되게 궁금해요. 배우분들은 영상을 처음 보셨을 때 어떠셨나요?
유 : 영상 딱 보자마자 이뻐가지고 영상 되게 잘하신다. 누구야? 그랬어요. 극장에 와서 바뀐 장면들도 되게 많거든요. 그런 커버링을 너무 잘해주셨어요. 순간순간 갑자기 이거 지금 이런 영상 혹시 소스 있어? 하면 그걸 다음 날 와서 바로 해주거나.
다 : 밤샜다는 소리죠.(웃음)
유 : 되게 많이 있어요. 생각보다.
문 : 영상에서 이제 등장 인물들이 얘기를 할 때 뒤에 자료 화면처럼 이제 옛날 자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보면 이제 재판 당시에는 그때 당시에 나오던 신문 기사들이 막 이렇게 나열된다든가 관동대지진 때는 당시 피해 상황에서 보고서 같은 게 막 지나가고요.
유 : 왜냐하면 맨 마지막 재판신이나 이런 거 다 원래 한문이었는데 이건 무조건 한글 아니면 관객들은 모른다. 그래서 이 영상을 다 바꾼 거거든요.
다 : 또 밤샜다는 소리지(웃음)
유 : ‘나는 개로소이다.’ 시 나오는 것도 그렇고. 우리 맨 마지막에 할 때 독립군 이름 나오는 것도 그렇고 제가 연출님한테 얘기해가지고 이거 추가 안 하면 관객들이 점프 때문에 못 따라온다. 원래는 남아 있는 게 다 일본말로 남아 있는 것들이 되게 많아요. 근데 우리는 한국 사람이 보는 거니까. 그래서 디자이너님이….
다 : 한컷 수정하는데 한 2~30분 걸려요. 매핑도 해야되니까 사이즈도 다르고. 고생 진짜 많았어요.
문 : 그 덕분에 ’22년 2개월’만의 특징적인 영상과 무대가 나온 것 같아요.
다 : 정말 놀란 건 그 고증한 거예요. 다 그게 실제 있던 걸 스캔 떠서 다시 자기가 그래픽 작업을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거의 제가 봤을 때 거의 한 달 반은 죽어 지내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제가 얼마 전에 고기도 사주고.
문 : 한 번 만으로 안 될 것 같은 느낌인데, 두 분이 같이 사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웃음)
다 : 에이, 다 이렇게 했으니까 칭찬받고 그러는 거죠(웃음)
숭고함, 그리고 신념의 중요함을 전하는 ’22년 2개월’이 되길
문 : 이제 저희가 준비한 마지막 질문들이에요. 공통 질문입니다. 두 분께서 각각 대답해 주시면 되는데 ’22년 2개월’이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유 : 아까 초반에도 얘기했는데 그냥 저는 개인적으로는 지금 관객분들이 지금 되게 잘 살아내고 계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잊고 살고 있는 게 있는지. 한번 이런 숭고한 마음들을 생각해 보실 수 있다면 ’22년 2개월’이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 전쟁 통에서도 그 사상 통해서도, 그래서 그 둘의 사랑이 저는 더 아름답다고 보거든요. 우리가 역으로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은 되게 이 작품만의 따뜻한 결의, 혹은 숭고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봐요. 초연 2주 남았습니다.
다 : 볼 수 없어요. 2주 후에는 수정 작업을 통해서 이 초연의 생생함이 (사라질 수도 있고)
유 : 제가 또 돌아올지도 모르는 거고
다 : 뭐야 약간 떡밥을 이렇게(웃음)
유 : 안 돌아올지도 모르는 거죠 그러니까(웃음)
다 : 유승현의 박열이 2주 안 남았다
유 : 5번 남았습니다.
다 : 이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유승현뿐만 아니라 양지원 이재환의 박열도요.
문 : 뮤지컬의 가장 큰 개미지옥 같은 부분이 그거예요. 캐스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거(웃음) 그리고 다미로 감독님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다 : 저는 관객분들한테 약간 딱 그 한 문장으로 정의를 내리자면 당신의 신념은 틀리지 않았다를 이 공연을 보고 확인했으면 좋겠어요.남들 다 틀렸다고 해도 내가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었어도 그게 또 시간이 지나보면 깨닫는 데는 누군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임팩트 있고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의 사랑과 신념이, 혹은 나의 사랑과 신념이 의심스럽고 뭔가 불확실하다고 느꼈을 때. 과거에 저런 사람들이 무대에서 연기하는 걸 보고 때론 내 생각이 맞았을 수도 있겠다라고 깨닫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문 : 제가 프로그램 북에서 되게 재밌게 봤던 건데 22년 6개월 후에 나에게 하고 싶은 말 그 부분 재밌게 봤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와 좀 다르게 22년 2개월 후 배우 유승현이 다미로 감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유 : 아마 지금 생각하는 건 그래요. ‘그만둔다는 얘기하지 말고 계속 일해’. 왜냐하면 저는 저는 사실 지금보다 조금 렸을 때 어머니 연세가 60이 넘어가시면서 맨날 이런 얘기를 버릇처럼 했어요. ‘어머니 이제 아들도 열심히 하니까 그만 쉬세요.’ 근데 저희 어머니는 아직도 열심히 일하시거든요. 근데 이제서 깨달았어요. 우리 어머니가, 그러니까 그녀가 일을 하면서 자기가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는 거를 이제 깨달았거든요. 쉬는 것 좋지만 결국에 저는 인간이 태어나서 일과 쉼을 계속해야 된다고 저는 이제 좀 생각이 바뀌었어요, 작품은 지금처럼 많이 안 할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다미로만의 작품을 계속 탄생시켰으면 좋겠어요. 형은 맨날 은퇴한다는 얘기를 저한테 맨날 하거든요. 한 5년 7년 뒤에 은퇴하겠다. 자기는 저기 밑에 시골 내려가서 강아지만 데리고 살겠다 이런 얘기하는데 제가 그러면 항상 그러거든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 22년 2개월 뒤에도 그러고 있을 것 같아요. ‘조용히 해. 빨리 일이나 해. 음악이나 잘 만들어.’
문 : (웃음) 그러면 반대로 22년 2개월 후에 다미로 감독님이 유승현 배우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 : 저의 목표는 이제 7년 남았군요. 이제 작곡가로서 은퇴할 때는 50살에는 은퇴를 하자라고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라서, 저한테는 작품을 7작품에서 8작품 창작 초연을 만들 기회가 있는 거거든요. 1년에 한 편씩 한다고 쳤을 때 그러면 뭔가 의미 있는 작품들을 계속 족적을 남겨야겠다. 생각을 했던 거였으니까. 근데 승현이가 그때쯤 ’22년 2개월 뒤에도 계속 좋은 연기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은 연기를 하고 있으면서 지금처럼 그래서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 선후배들 잘 챙기고 그때 아마 후배가 더 많아졌을 거니까 어른으로서 후배들 더 많이 챙기고. 더 좋은 사람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얼마 전에 저한테 은퇴를 하고 저희 회사(낭만바리케이트)에 들어오고 싶다고 얘기를….(웃음)
유 :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은퇴가 아니고 이제 좀 더 나이 먹고 제가 좀 연출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쇼케이스 연출 하나 시켜달라 (했어요.) 언제까지나 계속 배우만 하는 것도 좋고, 사실 지금 연출 생각도 있고 도전하고 싶은 건 많아요. 나중에는 지금보다는 좀 계단을 내려와야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모르겠어요. 그냥 단순히 은퇴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연출, 혹은 제작 PD도 해보고 싶거든요. 좋은 소스를 헌국에 갖고 와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과정 같은 걸 너무 좋아해서. 그래서 창작을 그래서 더 많이 하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일도 언젠가 하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 얘기를 한 거지. 난 은퇴한다는 얘기는 안 하고
다 : 어쨌든 저한테는 그렇게 들렸어(웃음). 근데 그거는 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긴 해요. 왜냐하면 이렇게 만나서 저희가 제일 재미있는 부분들이 이제 작품 소스 개발하고 그 IP를 확보해가지고 작가 작곡과 매칭시키고 그다음에 개발하고. 그럼 재밌을 거니까. 배우가 보는 시선이 다를 때가 있거든요. 제가 볼 때랑 또 다른 게 있어요.
문 : 다음 작품 낭독회쯤에는 이제 유승현 배우님 연출이 들어가는 건가요.
유 : 다음이라기보다는 다다다음 정도. 왜냐면 이제 공부를 좀 해야 되니까.
문 : 근데 저번에 박한근 연출님 인터뷰했을 때 말씀하셨는데 오세혁 대표님이 그러셨대요. 너 그냥 잘하는데 공부하지 말고 우선 시작해 보라고.
유 : 그럼 한 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문 : 그러면 다다다음이 아니라 다음인 걸로?
유 : 안 바쁘다면. 바쁠 수도 있어서…
문 : 이렇게 바빠지시나요.(웃음) 그럼 지금 궁금한 게, 이다음의 계획들은 어떻게 되시나요. 유승현 배우님은 이제 여행하시는?
유 : 저는 계속 여행이고 내년 3월쯤 복귀 예정인데 약간의 유동성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무대는 아마 11월 12월 한 4개월 정도 쉴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한 두 달 반 정도는 여행 다닐 생각입니다.
문 : 이제 다미로 감독님께서는 다미로 대표님으로 다시 돌아가시죠.
다 : 맞아요. 이제 3주 후에 리딩 발표가 있고 연말에 이제 ‘홀연했던 사나이’가 올라가고. 내년에 이제 신작 2개를 제작할 예정이고요. 그다음에 내년 말까지는 계속 공연이에요.
문 : 은퇴하시면 안 될 것 같은데요(웃음)
다 : 내년까지 좀 하고. 일단은 어쨌든 내년까지는 쭉 달려야 하는 입장이에요.
문 : 그러면 내년 작품에 또 유승현 배우님도 함께하시나요?
다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일단은 ’22년 2개월’을 봐야(웃음)
유 : 그런데 이 형 맨날 이러는데 얼마 전에 연락와서 ‘튀르키예 로마 어디에서 무슨 이야기가 되게 재미있대. 이야기가 있는데 이거 나중에 너 한번 읽어봐. 있지 이 소설도 있어'(해요. 저는) ‘이거 왜, 나랑 하고 싶어서?’ 막 이래요. 근데 사실 그게 내년에 포함이 안 돼 있거든요. 그럼 결국에 내후년 내후년 작품이라는 얘기인데 근데 이래 놓고서 무슨 자꾸 은퇴를 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
문 : 다미로 감독님이 고개를 못 드시는데요(웃음)
다 : 그거는 제가 한 7~8년 전부터 너무 재밌게 본 책이라.
유 : 그러니까 저도 이제 이런 걸 좋아하니까. 책을 읽고 거기 가서 이런 의미가 있고 이게 한국 사람들한테 왜 필요한 이야기인지 우리가 이제 그걸 파악을 해서 같이 매칭을 시키고. 그런 것들이라서. 저는 예전에는 캐스팅을 당하는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좋은 창작진들을 만나면 그런 게 재미있어요.
이런 이야기가 지금 한국에 왜 있어야 되고 왜 재미있을까. 이런 건 너무 재밌으니까.
문 : 두 분이 이제 배우랑 음악 감독이 아니고 제작자와 또 연출. 아니면 또 한 명의 제작자로 같이 만들 작품도 어떤 작품이 나올지 너무 기대가 되네요
유 : 이야기 만드는 건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문 : 아까도 계속 보니까 말씀을 하시는 내용 중에서 작품 얘기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이번 ’22년 2개월’도 잘 마무리되었으면 좋겠고.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 짓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다 : 수고하셨습니다.
유 : 수고하셨습니다.
어지러웠던 시대, 끔찍한 재난 속에서 희생양으로 남기보단 자신의 신념과 숭고한 정신을 관철시키고자 했던 ‘박열’과 ‘박문자’ 두 사람의 이야기. 어느새 익숙해진 이 이야기에서 두 사람이 남긴 업적에 머무르기보다 한발자국 더 들어가 젊은 청년으로서, 그리고 연인으로서의 사랑과 고뇌를 그린 뮤지컬 ’22년 2개월’.
비범하기만 했을 것 같은 두 사람에게 느끼게 되는 공감대에서, 오히려 그들의 숭고함을 느끼게 되는 이 뮤지컬은 2023년 11월 5일까지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에서 공연된다.
인터뷰 진행 | 이민정
사진 촬영 | 이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