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BOOP!>이 오는 7월 13일, 브로드웨이 브로드허스트 극장에서 마지막 무대를 올리며 정식 폐막한다. 이 작품은 지난 4월 5일 개막해 총 25회의 프리뷰 공연과 112회의 정규 공연을 기록하며 2024년 브로드웨이 시즌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아온 흑백 만화 캐릭터 ‘베티 붑(Betty Boop)’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고전 애니메이션 속 인물이 현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새롭게 숨을 불어넣으며 재탄생한 독특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작품은 슈퍼스타로 살아가는 만화 속 주인공 베티 붑이 평범한 하루를 꿈꾸며 시작된다. 그녀는 뜻밖의 계기로 뉴욕 시내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생생한 컬러와 음악, 그리고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현실 세계의 환상적 체험을 통해 베티는 스스로가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동시에 관객에게도 자신감을 건넨다. <BOOP!>은 화려한 외양과 재기 발랄한 유머 속에 진심 어린 메시지를 담아내며,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주인공 베티 붑 역은 신예 배우 재스민 에이미 로저스가 맡아 무대 위에서 빛을 발했다. 로저스는 어린 시절부터 수차례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발레와 재즈댄스를 꾸준히 수련하며 실력을 쌓았고, 마침내 베티 붑에 캐스팅되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녀는 이번 작품으로 2024년 토니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고,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클래식 캐릭터의 재해석에 완벽한 얼굴”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 역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베티의 조력자이자 수호자인 발렌티나 역은 토니상 수상자 페이스 프린스가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었고, 베티가 뉴욕에서 만나는 따뜻한 청년 드와인 역에는 호주 출신 브로드웨이 스타 에인슬리 멜햄이 참여했다. 에릭 버겐은 카리스마 넘치는 레이먼드 역으로, 스티븐 드로사는 유쾌한 조부 ‘그램피’로 등장하며 관객의 웃음을 책임졌다. 그 외에도 <아메리카 갓 탤런트> 출신의 안젤리카 헤일(트리샤 역), 아나스타시아 맥클레스키(캐롤 역), 오비 메릴리스(오스카 역) 등 각기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무대를 빛냈다. 특히 인형 예술가 필립 휴버는 베티의 반려견 퍼지(Pudgy)를 정교한 인형으로 구현해, 무대에 특별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데 일조했다.
<BOOP!>은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연출과 안무는 <킹키 부츠>, <헤어스프레이>, <라 케이지 오 폴> 등으로 브로드웨이 안팎에서 찬사를 받아온 토니상 수상 연출가 제리 미첼이 맡았다. 음악은 팝 발라드의 대가이자 그래미상을 무려 16회 수상한 작곡가 데이비드 포스터가 맡았으며, 가사는 <젤리스 라스트 잼>, <펀 홈> 등으로 토니상 후보에 오른 수전 버켄헤드가, 대본은 <더 드라우지 샤페론>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밥 마틴이 집필했다. 이처럼 팝과 브로드웨이 양쪽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작가진이 뭉쳐 탄생시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붑!>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무대 뒤를 책임진 스태프도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무대 디자인은 <헤어스프레이>, <쉬렉 더 뮤지컬> 등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록웰이, 의상은 <알라딘>의 그레그 반즈가, 조명은 필립 S. 로젠버그가 맡아, 작품의 비주얼을 빈틈없이 완성했다. 사운드는 브로드웨이 베테랑 가레스 오웬이, 영상 프로젝션은 핀 로스가, 헤어와 가발은 사바나 마지드가 담당했으며, 메이크업은 마이클 클리프턴이 담당했다. 여기에 환상 연출은 스카일러 폭스가, 인형 설계는 휴버 마리오네트 팀이 맡아 다채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다. 음악감독 다릴 워터스, 오케스트레이션의 더그 베스텔먼, 댄스 음악 편곡자 제인 마크, 그리고 음악 디렉션과 추가 편곡을 맡은 릭 폭스까지—브로드웨이 최정상급 제작진이 총출동했다.
<BOOP!>은 개막 직후부터 토니상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 음반은 지난 6월 6일 정식 발매되었다. 고전 애니메이션 속 단순한 섹시 심벌로 소비되던 베티 붑 캐릭터를 오늘날 여성 서사와 자아 인식이라는 맥락에서 재해석한 이 작품은, 2024년 브로드웨이 시즌에서 ABBA의 <맘마미아!> 리바이벌과 함께 가장 주목받은 신작 중 하나로 기록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