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뮤지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신작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아직 무대에 오르지도 않았지만, 제목과 포스터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작품들이다. 역사, 판타지, 사회적 메시지, 팝문화까지 각기 다른 색채로 무장한 신작들은 영국 곳곳의 극장가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지금부터, 곧 만나볼 수 있는 주요 신작 뮤지컬 8편을 미리 만나보자.
1. Anne Boleyn the Musical – 튜더 시대의 또 다른 시작

이미 Six를 통해 앤 불린의 사후 이야기를 경쾌하게 접했던 관객이라면, 이번에는 그보다 앞선 시기로 시선을 돌릴 시간이다. Anne Boleyn the Musical은 16세기 그녀의 어린 시절과 잉글랜드 궁정 입성 이전의 삶을 다룬다. 플랑드르와 프랑스 궁정에서의 경험, 가문과의 이별, 그리고 점차 권력의 중심으로 진입해가는 여정이 섬세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공연 장소는 더욱 특별하다. 앤 불린의 유년 시절 거처였던 켄트의 헤버 캐슬(Hever Castle)이 여름 한철 극장으로 탈바꿈해, 이 역사적 공간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 야외에서 펼쳐질 공연은 여름밤의 공기와 어우러져 한층 몰입도를 높일 것이다. 8월 한 달간 펼쳐질 이 특별한 무대는, 역사와 공연 예술이 절묘하게 만나는 순간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2. Club NVRLND – “피터팬 세대”를 위한 클럽 뮤지컬

Jack Holden이 쓰고 연출하는 Club NVRLND는 말 그대로 ‘피터팬 세대’를 위한 어른들의 동화다. 결혼 전 마지막 밤, 웬디는 피터와 함께 전설적인 클럽 NVRLND를 찾는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이 작품은 2000년대를 대표하는 팝 아이콘들의 히트곡으로 채워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케이티 페리 등 익숙한 음악을 배경으로, 몰입형(immersive) 공연 형식을 통해 관객이 클럽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뉴욕의 Cats – The Jellicle Ball이 관객 참여형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던 만큼, Club NVRLND 역시 그 뒤를 잇는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이다. 7월 30일부터 8월 24일까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된다.
3. Coven – 마녀재판을 둘러싼 여성들의 목소리

Rebecca Brewer와 Daisy Chute가 공동 집필한 Coven은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마녀재판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아홉 살 소녀 Jennet은 자신의 가족이 마녀라고 고발하고, 그로부터 21년 후 본인이 수감되며 극적인 반전을 맞는다. 감옥 속 다른 여성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녀는 잊혀졌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10월 31일, 할로윈 당일에 초연되는 이 뮤지컬은 그 자체로 기획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12월까지 킬른 극장(Kiln Theatre)에서 상연되며, 페미니즘적 시선과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무대 위에 펼쳐낼 예정이다. 강렬한 메시지와 감정선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사회적 이슈를 예술로 풀어낸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4. Hot Mess – 지구와 인간의 로맨틱 코미디

2023년 42 Balloons로 창의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팀이 다시 뭉쳤다. Danielle Steers와 Tobias Turley가 주연을 맡은 Hot Mess는 기후 위기를 ‘지구(Earth)’와 ‘인류(Humanity)’ 사이의 연애로 변주한 신선한 로맨틱 코미디다. 사랑의 시작과 위기, 그리고 관계 회복의 과정을 통해 기후 변화 문제를 은유적으로 풀어낸다.
코미디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가 적절히 섞인 이 작품은 뻔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유쾌하게 비틀며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올 여름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첫 선을 보인다.
5. The Illusionist – Webber와 Lloyd, 두 거장의 만남

Andrew Lloyd Webber의 차기작 The Illusionist는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제국을 배경으로, 한 마술사가 사회 질서를 뒤흔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은 Steven Millhauser의 단편 소설이며, 이미 2006년 에드워드 노튼 주연의 영화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 뮤지컬화에서 가장 기대되는 요소는 Webber와 Jamie Lloyd라는 두 창작자의 협업이다. Cats, Phantom of the Opera, Evita 등을 통해 장르를 초월한 감성을 선보였던 Webber와, 혁신적인 연출로 웨스트엔드를 장악한 Lloyd가 만나 어떤 마법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직 공연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팬들의 기대치는 하늘을 찌른다.
6. One Day – 에든버러에서 다시 만나는 그 날

David Nicholls의 베스트셀러 소설 One Day는 이미 영화와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 1988년 졸업식 날, 에든버러에서 처음 만난 엠마와 덱스터.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매년 같은 날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20년간의 사랑과 삶을 그려낸다.
뮤지컬 버전은 에든버러의 로열 라이시엄 극장에서 2026년 2월 26일부터 4월 5일까지 공연된다. 극장 전 예술감독인 David Greig가 각색을 맡고, Johnnyswim의 Abner와 Amanda Ramirez가 작곡을, Freya Catrin Smith가 추가 소재를 제공했다. 연출은 Max Webster가 맡는다. 섬세한 감성과 세련된 음악이 어우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7. Pride – 진짜 이야기가 다시 무대 위로

실화 바탕의 감동 영화 Pride가 무대화된다. 1984년, 영국 광산 파업 당시, 레즈비언과 게이 운동가들이 탄압받는 광부들을 돕기 위해 연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 원작의 감독 Matthew Warchus와 작가 Stephen Beresford가 다시 손을 잡아, 무대 위에 진정성 있는 감동을 되살린다.
공연은 내셔널 씨어터(London)와 셔먼 씨어터(Cardiff)에서 각각 진행될 예정이며, 정확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원작 팬들이 많아 기대가 높은 가운데, LGBTQ+ 커뮤니티와 노동 운동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다시금 조명될 것으로 보인다.
8. Weird – & Juliet을 잇는 또 하나의 셰익스피어 패러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또 다른 형태로 재해석된다. Weird는 이야기의 중심을 세 명의 마녀로 옮겨, 그들의 시선에서 ‘스코틀랜드 왕’의 비극을 바라본다. Nick Butcher, Kerri Watt, Fraser Watt가 공동 창작한 이 작품은 팝 음악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로큰롤 셰익스피어 뮤지컬로, & Juliet을 잇는 또 하나의 패러디 성공작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6년 1월 28일부터 31일까지 뉴캐슬 씨어터 로열에서 공연되며,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예정이다.
2025년은 다양한 소재와 실험 정신이 살아 있는 뮤지컬 신작들이 대거 등장하는 해가 될 것이다. 역사 속 인물에서부터 동화, 사회문제, 감성 멜로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이 작품들은 공연계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릴 준비를 마쳤다. 지금부터 티켓 오픈 알림을 설정해두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