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최종 오디션 ‘쇼앤텔(Show & Tell)’을 마친 후, 창작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번 자리는 작품의 해외 협력 에드 번사이드 연출, 톰 호지슨 안무 감독, 스티븐 에이모스 수퍼 바이저와 국내 협력 이재은 연출, 이정권 탭 코치, 신현지 발레 코치, 오민영 음악 감독 등 주요 트레이너들이 함께하며, 수년간 ‘빌리’를 키워낸 그들의 진심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가능성은 가르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걸 찾습니다.”
가장 먼저언급된 질문은 ‘빌리를 선발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였다. 이에 대해 창작진은 한결같이 “기술이 아니라 가능성”이라고 답했다. 에드 번사이드 연출은 “춤을 한 번도 춰보지 않았더라도, 감정과 열정을 몸으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라면 우리는 그 안에서 가능성을 봅니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감정은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노래 역시 마찬가지다.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아름답고 완벽한 음정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진심이 더 중요하다. 그는 “우리는 노래를 이야기의 도구로 생각합니다. 소리를 예쁘게 내는 것보다 캐릭터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정형화된 아이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아이”
이번 시즌 오디션에서는 이례적으로 전공자보다 ‘비전공자’가 두각을 나타냈다.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무대 경험이 많은 경력자들이 정형화된 연기나 춤 습관으로 인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 현장 트레이너들의 설명이다. “이전에는 부모님의 권유로 오디션에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본인이 하고 싶어서 지원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것만으로도 태도와 흡수력이 확연히 다릅니다.” (이재은 연출)
발레 역시 더 이상 ‘당연한 기본기’는 아니다. 이번 시즌 최종 후보자 중 클래식 발레 전공자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발레가 익숙하지 않음에도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수업을 소화해낸 아이들이 주목받았다. “발레 타이즈 입는 것도 처음엔 부끄러워하던 남자 아이들이 어느새 무대에서 자신감 있게 움직이게 됩니다. 저희만의 노하우로 그 아이들을 설득하고 이끌어낸 결과죠.” (신현지 발레 코치)






“훈련은 매일, 감정은 천천히 자랍니다”
‘빌리 스쿨’로 알려진 훈련 과정은 고되다. 아이들은 방과 후인 오후 3시부터 하루 평균 4~5시간씩 발레, 탭 댄스,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수업을 소화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동작과 음악이지만, 이들은 하나씩 익혀가며 무대 위의 ‘빌리’로 거듭난다. “이 트레이닝 과정은 작품 안에서 빌리가 성장해가는 여정과도 닮아 있어요.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고 정서적으로도 세심하게 다가갑니다.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춤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지 않도록 즐겁게 훈련하는 것이 저희 목표예요.” (신현지 발레 코치)











“이 작품은 매일 새롭고, 매번 배우게 됩니다”
오랜 시간 <빌리 엘리어트>와 함께 해온 창작진들이 이 작품을 “절대 놓을 수 없는 작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20년 넘게 함께 해온 해외 협력 애드 번사이드 연출은 “이 뮤지컬은 단 한 번도 지루한 적이 없다”며, “매일매일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매 시즌마다 새로운 걸 배운다”고 말했다. “만약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한 뮤지컬을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그게 <빌리 엘리어트>일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 과정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교감은 중독일 정도로 특별합니다.” 그는 한국팀과의 협업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저희가 요구하는 것이 때로는 무리일 수도 있지만, 항상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시는 한국 감독님들과 팀원들 덕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첫눈에 반한 작품, 다시 돌아오게 되는 이유”
이날 질의응답을 마무리하며 창작진은 ‘왜 이토록 오랜 시간 <빌리 엘리어트>를 놓지 못하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진심을 담아 답했다. “아무것도 없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그 순간을 보면, 우리가 했던 수천 번의 반복이 보상을 받는 느낌이에요. 매일 같은 말을 반복해도, 아이들은 매번 새롭게 받아들이고, 또 성장합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정권 탭 코치)
빌리와 마이클이 되어 무대에 서게 될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위해 수년간 인내와 헌신을 반복해 온 창작진들. 내년 4월, 이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빌리 엘리어트>는 단순한 공연 그 이상일 것이다. 가능성을 믿고, 성장의 서사를 응원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관객들에게 전해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