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화를 향해 달려가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화제작들
뮤지컬은 늘 극장의 조명을 받으며 생명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그 무대가 스크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극장에서의 몰입과 현장성이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영화화는 작품에 시간과 공간의 확장성, 그리고 새로운 관객층과의 만남을 허용한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뮤지컬 영화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발표된 영화화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고전부터 최신작까지 다양한 작품이 스크린을 향해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OTT가 주목하는 뮤지컬, 디즈니+와 아마존의 행보

디즈니+는 브로드웨이 히트작 〈제25회 푸트넘 카운티 스펠링 비〉와 〈원스 온 디스 아일랜드〉의 영화화를 준비 중이다. 디즈니의 화려한 영상미와 뮤지컬 특유의 유머·리듬감이 어떻게 어우러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한편, 아마존은 〈Fun Home〉을 주요 프로젝트로 올려놓았다. 제이크 질렌할이 직접 제작과 출연을 검토하며 다시 논의가 활발해진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가족의 정체성과 성장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OTT 플랫폼 간의 경쟁이 뮤지컬 영화화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 소환되는 브로드웨이의 고전

화제의 중심에는 고전 뮤지컬들의 귀환도 있다. 로브 마샬 감독이 연출을 맡는 〈아가씨와 건달들〉(Guys and Dolls), 그리고 팬데믹 직전까지 제작 논의가 이어진 〈지킬 앤 하이드〉가 대표적이다.

특히 〈아가씨와 건달들〉은 할리우드 스타 캐스팅 루머와 함께, 런던 브리지 씨어터의 리바이벌 흥행이 영화 제작을 가속화하는 ‘호재’가 되고 있다. 반면 〈지킬 앤 하이드〉는 발표 이후 구체적인 진전 소식이 끊겨, 팬들의 애타는 기다림만 남겨놓은 상태다.
차세대 뮤지컬 영화의 실험과 도전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 도전적 기획도 눈에 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Merrily We Roll Along〉을 무려 19년에 걸쳐 촬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배우 벤 플랫, 폴 메스칼, 비니 펠드스타인과 함께 실시간 인생 변화를 반영하겠다는 이 프로젝트는 뮤지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시도로 평가된다.

또한,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리자마자 영화화를 발표한 〈Shucked〉, 글로리아·에밀리오 에스테판 부부의 삶을 그린 〈On Your Feet!〉 등 비교적 최근의 뮤지컬도 영화 프로젝트로 연결되고 있다. 이는 뮤지컬 영화가 더 이상 ‘검증된 고전’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형 히트작에도 손길을 뻗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타와 거장의 이름이 불러오는 기대감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는 존 M.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인 더 하이츠〉와 〈위키드〉 영화화로 뮤지컬 팬들의 신뢰를 얻은 그의 참여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다.

그리고 〈Sunset Boulevard〉의 영화화 루머는 최근 니콜 셰르징어의 웨스트엔드 무대를 계기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오랫동안 글렌 클로즈가 염원해온 작품인 만큼, ‘노마 데스몬드’라는 아이코닉한 캐릭터를 누가 스크린에서 완벽히 소화할지가 최대 화두다.
무대와 스크린, 두 세계의 만남
뮤지컬 영화화의 흐름은 단순히 한 장르의 확장이 아니다. OTT와 영화 산업이 새로운 IP를 찾는 과정 속에서, 뮤지컬이 가진 탄탄한 서사와 음악적 힘은 가장 매력적인 원천 콘텐츠가 된다. 동시에 뮤지컬계는 영화화를 통해 작품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전 세계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기회를 얻는다.
〈레미제라블〉, 〈맘마 미아〉, 〈인 더 하이츠〉와 같은 성공 사례가 이미 증명했듯, 무대와 스크린은 서로의 가치를 확장시킬 수 있다. 다가올 수년간, 우리는 ‘관객석에서 박수 치던 작품’을 극장 스크린이나 OTT 화면에서 다시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뮤지컬 영화화는 이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느 작품이 ‘차세대 뮤지컬 영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그 여정 자체가 이미 관객들에게 또 다른 기대와 설렘을 선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