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뮤지컬 배우 데뷔 24년 차에 접어든 배우 신영숙이 데뷔 20주년 ‘감사’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23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단독 콘서트 ‘친절한 영숙씨’를 준비 중인 신영숙 배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앙상블로 시작해 뮤지컬 톱배우가 된 신영숙, ‘친절한 영숙씨’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다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손탁’ 역으로 데뷔해 2008년 뮤지컬 ‘캣츠’에서 ‘그리자벨라’역을 통해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배우 신영숙은 이후 ‘모차르트!’에서 ‘황금별’을 완벽 소화하며 ‘황금별 여사’라는 애칭을 얻었고 ‘맘마미아!’, ‘레베카’, ‘팬텀’, ‘웃는 남자’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해에는 샘컴퍼니에서 제작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 파이어’,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주연을 맡으며 최근 샘컴퍼니와 전속 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소속사를 만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번 콘서트를 기획하게 되었다는 신영숙. 2600석 규모의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뮤지컬 배우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된 그녀는 “최근에 연극 ‘파우스트’를 보러 갔었거든요. 그 때 매진된 객석을 쳐다보면서 설레기도 하고 ‘과연 내 콘서트도 이렇게 와주실까’하는 싱숭생숭한 마음도 들었는데 감사하게도 오픈 하자마자 잘 되서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라며 단독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콘서트는 신영숙이 20대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유희성 연출과 장소영 음악감독, 권도경 음향 감독,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 박준 영상 감독 등 최고의 제작진들이 함께 해 이목이 집중된다.
‘친절한 금자씨’처럼 신영숙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무대에서는 부르기 어려운 남자 넘버도 준비
‘친절한 영숙씨’는 티켓 오픈과 동시에 인터파크 뮤지컬 일간 랭킹 1위를 기록하며 신영숙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러한 인기에 대한 소감을 묻자 신영숙은 조마조마한 마음에 직접 티켓팅에 참전했었다는 에피소드를 밝혔다. “빛의 속도로 빠져나가는 좌석을 보니까 감격스럽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나를 이렇게 기대하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라면서 “그 날 다섯 시간 동안 연습을 했어요. 완벽한 공연으로 준비해 보답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치지 않고 연습을 했어요”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친절한 영숙씨’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패러디한 컨셉으로 궁금증을 유발한다. “평행 우주에서의 신영숙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발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에 대해 신영숙은 “샘컴퍼니가 뮤지컬 말고도 영화 쪽으로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다보니까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제 이름이 ‘영숙’이잖아요. 이름이 조금 아날로그적이다보니 굉장히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라는 영화 자체가 이중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번 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제 목표와 맥락이 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저를 잘 모르시고 ‘레베카’ 같은 작품만 보셨던 분들은 제가 되게 어둡고 세고 무겁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저는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거든요. 위트도 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친절한 영숙씨’로 준비해봤습니다”라고 밝혔다.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도 영감을 얻었다는 그녀는 오세혁 작가의 도움으로 재치 발랄한 대본이 완성되었다며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신영숙은 기존에 출연했던 작품의 넘버 외에도 남자 배우들이 부르는 넘버들도 준비 중이라며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가사들이 많아서 심정적으로 잘 맞는 부분이 있어요”라며 “특히 ‘장부가’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너무 많다 보니까 눈물이 자꾸 나요. 제가 ‘장부가’를 무엇을 입고 부를 것인가 그런 걸 한 번 상상해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이색적인 관전포인트를 밝히기도.
“제가 4년 전에 ‘감사’ 콘서트를 할 때 ‘혼자 하는 레베카’라는 영상을 만든 적이 있어요. 병맛으로 제가 ‘막심’도 하고 ‘나’도 하고 막 그렇게 만들었던 영상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핫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영상을 준비했어요”라며 운을 뗀 신영숙은 이번에도 현실을 고증한 직장인 컨셉의 영상을 준비 중이라고 살짝 스포 했다.
오랜 경력과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에 기복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신영숙의 특별한 관리 비법은 ‘튼튼한 발성’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컨디션 안 좋은 것 없이 해냈다는 것 자체에 ‘성대야, 고맙다’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라며 호흡을 기반으로 한 발성이 건강한 목 관리의 비법인 것 같다고 밝혔다. “시간이 가도 목이 더 상하지가 않고 오히려 테크닉이 조금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라며 사회적인 경험과 스킬에 호흡이 그대로 받쳐주니 노래 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다고 자신의 성대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아팠던 기억들도 연기의 내공으로 바꾸는 초긍정 마인드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깊어지는 연기 보여줄 것“
신영숙은 24년이라는 시간동안 뮤지컬의 길을 걸어온 베테랑 배우지만 아직도 무대를 서기 전에 굉장히 많이 떠는 편이라고 한다. 더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서 책임감도 커지고 자신의 공연을 기대하고 오는 관객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에 더 긴장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런 부담감과 긴장감을 잘 이겨내면서 잘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간이 빠르게 흐르긴 했지만 뮤지컬을 한 나에게 고마워요”라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4년 동안 뮤지컬 인생을 걸어오면서 슬럼프는 없었을까. 신영숙은 슬럼프가 크게 있는 성격이 아니라며 힘든 일이 있어도 잘 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거를 무대에서 써먹을 경험들로 바꾸려고 하고 ‘나중에 써먹어야 되겠네’, ‘감정적으로 써먹어야 되겠네’, ‘이거 기억해야 되겠네’ 이런 생각이 들고 요즘에도 공연할 때 옛날에 아팠던 기억들을 꺼내서 많이 써먹어요. 시간이 지나서 경험이 많이 쌓일 수록 연기가 깊어지는 게 그런 부분에서도 오는 것 같아요”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엑스칼리버’, ‘웃는 남자’, ‘미세스 다웃 파이어’,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이어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무대에 서고 있는 신영숙은 현재 공연 중인 ‘맘마미아!’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나이를 좀 먹었잖아요. 나이를 먹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도나’를 하면서 정서적으로 훨씬 더 밀착됐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라며 “지방에 갈 때마다 거의 매진에 가깝게 관객 분들이 보러와 주시고 너무 행복해 하시니까 공연을 하고 나서도 하나도 힘이 안 들어요. 오히려 공연 전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는데 공연을 하고 나면은 에너지를 받으니까 5분 뒤에 또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이 나요”라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앙상블로 시작해 주연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쌓아온 신영숙은 후배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되는 바. 후배들에게도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황금별’ 속 가사처럼 “성벽을 이기고 날아올라”라는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10주년을 맞이한 ‘레베카’에 또 다시 댄버스 부인 역으로 돌아오게 된 신영숙은 “저의 댄버스를 기다려주신 분들이 많아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신댄’의 내공과 깊이와 책임감과 그 모든 걸 녹여내서 10주년다운 댄버스를 보여드릴 예정이예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신영숙=뮤지컬’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뮤지컬을 너무 사랑한다는 배우 신영숙. 마지막으로 무대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지만 콘서트에서는 ‘신영숙’으로 만나는 것이 재밌다는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주기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 콘서트를 보러 오신 관객 분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귀호강하면서 마음껏 웃고 만족하면서 돌아가시는 것이 목표예요”라며 관객 분들이 만족할 만한 완벽한 공연을 준비 중이라고 기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