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연극 ‘맥베스 레퀴엠’

에디터K의 한마디 |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한 사람의 배우를 선정해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담는 브랜드 기획공연, 정동극장의 ‘연극시리즈’가 이번 시즌 선택한 것은 1997년 데뷔 이후 뮤지컬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며 활약해온 류정한이었다.
뛰어난 가창력과 드라마틱한 연기, 그리고 탄탄한 필모까지. 라이센스와 창작을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한 류정한이지만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이 22년만인데다, 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각색한 작품이라고 하니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기우로 치부하듯이, ‘맥베스 레퀴엠’은 아주 단단히 준비를 했다. 1920년대로 시대 배경을 옮긴 것부터 그를 위한 밑그림이었다. 류정한이라는 배우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의상과 시대 배경, 그리고 탄력적인 재즈의 선율이 주는 매력으로. 그는 맥베스라는 고전이 주는 무게를 지탱하고 이끌어 나간다.
그 무게가 버겁지 않을까 싶을 때는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함께 그 무게를 함께 짊어진다. 뱅쿠오역의 정원조. 맥더프의 김도완. 던컨 역의 이상홍 등. 그 한명 한명이 주연으로도 손색이 없는 출연진들은 자신의 배역은 물론 ‘마녀’라는 불가사의한 존재가 되어 좌절하고 절망하는 맥베스의 곁을 맴돌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꽤 난이도 있는 넘버를 소화하는 정다예의 재즈 가창도 하나의 볼거리.
레이디 맥베스, 올리비아 역의 안유진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내보인다.
원작과는 다른 마지막 장면의 반전이 주는 충격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질 정도. 왜 이 공연의 제목이 ‘맥베스 레퀴엠’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만약 당신이 류정한이라는 배우를 알고 있다면, 이만큼 재밌는 연극이 또 있을까.
하지만 연극을 제법 보아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스타일리쉬한 연출은 재밌지만, 인간의 양심과 파멸, 그리고 욕망과 탐욕이 뒤엉키는 ‘맥베스’라기엔 충분하지 않은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 극장을 나서며 마주한 포스터의 대사를 조금 곱씹어 보게 되는 연극이었다.

이런분들께 추천합니다.
– 류정한 배우의 팬이라면 반드시
– 색다른 맥베스를 보고 싶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