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란문화재단이 설립 10주년을 맞아 준비한 특별한 연극 프로젝트 ‘땅 밑에’가 오는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서울 우란2경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SF 작가 김보영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지하미로’라는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감각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새로운 차원의 몰입형 극장 경험
‘땅 밑에’는 기존의 무대 연극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객들은 헤드폰을 착용한 채, 극 중 인물들의 목소리와 사운드를 직접 귀로 듣고 따라가며 무대 위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방식은 ‘사운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몰입형 공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무대는 전통적인 ‘보는’ 공간에서 ‘경험하는’ 공간으로 전환되며, 관객 각자가 인물들과 함께 미로 같은 ‘나락’의 깊은 곳까지 탐험한다.
공연 연출을 맡은 사운드 아티스트 정혜수는 “3D 오디오와 앰비언트 음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관객들의 몰입감도 획기적으로 증가했다”며 “이번 작품은 그 기술을 극대화해, 청취를 통한 ‘공간적 경험’을 실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단순히 시청각을 넘어서, 관객의 신체적 감각까지 자극하는 체험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사운드 전문가들과의 협업
‘땅 밑에’의 사운드 디자인과 테크놀로지 부문에는 세계적인 사운드 아티스트인 Sham Chung Tat(샴 충 탓)과 Andreas Sommer(안드레아스 좀머)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머시브 오디오(immersive audio)를 극장 무대에 적용하는 독창적인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며, 이번 공연에 독특한 공간감과 현실감을 부여했다.
샴 충 탓은 “이머시브 오디오는 표준화된 기술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 창작자들이 새로운 방식을 계속 실험하는 영역”이라며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어떻게 관객 개개인의 움직임과 상호작용하며 최적의 음향 경험을 줄 수 있을지 고심했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좀머 역시 “여러 기술적 난관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동료 아티스트들과 긴밀한 협업이 이뤄져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연극과 소설, 사운드가 결합한 새로운 예술
이번 작품의 각색은 동아연극상 수상작 ‘키리에’의 장영 작가가 맡아 원작이 지닌 과학적 상상력을 연극이라는 매체에 적절히 녹여냈다. 또한 정지수 연출이 드라마터그로 참여해, 스토리텔링의 긴장감과 감정을 사운드와 무대 연출에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시각적 효과와 공간 연출은 정승준 공간 디자이너가 책임졌으며, 조명은 정유석 디자이너, 레이저 효과는 박선유 디자이너가 맡아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몽환적 분위기를 완성했다. 특히 레이저와 3D 사운드가 어우러진 무대는 관객들이 마치 ‘지하세계’에 직접 내려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객 참여와 체험 중심의 연극
‘땅 밑에’는 단순히 연극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 각자의 경험과 참여를 중요시한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헤드폰을 착용해, 극 중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주변 소리, 바람 소리, 발자국 소리까지 세밀하게 들을 수 있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들리는 사운드가 달라지기도 해, 매 공연마다 독특한 ‘나만의 이야기’를 체험하게 된다.
정혜수 연출은 “이런 방식은 관객이 수동적으로 작품을 소비하는 전통적 틀을 깨고, 극을 함께 만드는 공동 창작자가 되는 느낌을 준다”며 “이는 새로운 극장 예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란문화재단 10주년 프로젝트의 핵심
이번 ‘땅 밑에’ 공연은 우란문화재단이 기획한 10주년 기념 ‘우란공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우란문화재단은 지난 10년간 한국의 독립예술과 실험예술을 꾸준히 지원해왔으며, ‘우란공연’ 시리즈를 통해 예술적 혁신과 관객 경험의 확장을 추구하고 있다.
올해 시리즈의 첫 작품은 지난 6월에 선보인 실험극이었으며, 이후 10월에는 ‘프레드 MEET FRED’, 12월에는 ‘목소리 프로젝트 음악회’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다양한 장르와 형식의 실험적 예술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티켓 및 관람 정보
연극 ‘땅 밑에’의 티켓은 8월 7일부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공연 기간은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이며, 우란2경에서 진행된다. 자세한 일정과 예매 정보는 우란문화재단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객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최첨단 사운드 기술과 혁신적 무대 연출이 결합된 ‘새로운 연극’의 경계를 경험하며, 미지의 ‘지하세계’에서 펼쳐지는 신비롭고도 심오한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