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연극 ‘두 교황’의 막이 올랐다. 이 작품은 동명의 넷플릭스 영화로 더 유명하지만, 사실은 희곡이 원작이며 연극이 영화보다 먼저 제작됐다. 몽포커스 에디터K와 에디터P는 영화와 연극을 직접 관람하고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 나눠본다.
‘두 교황’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실제 존재했던 사건과 특정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에디터P: 개인적으로 매우 재밌는 작품이었지만, 교황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에 카톨릭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중간중간 있을 것 같아요.
에디터K: 맞아요. 특히 다른 것보다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하려는 부분에 대한 이해가 어려울 것 같네요. 배경이 되는 시기에 일어났던 카톨릭 사제 성추문 사건 등에 대해 모르면 조금 답답할 것 같네요. 물론 해당 사건은 친절하게 대사로 여러 번 언급되기는 하는데, 정확한 내막을 모르면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동인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울 거에요.
에디터P: 디테일하게 전부 알 필요까지는 없고, 아주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위키나 지식 백과 등등을 가볍게 한번 만 읽어봐도 극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에디터K: 맞아요. 한편으로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하기 때문에 정확한 배경을 몰라도 지금 극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진 사퇴로 세계를 뒤흔든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만큼, 어떤 배경에서 베네딕토 16세가 사임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극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하기 전까지 카톨릭교에는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 2010년에는 카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 폭로되었고, 2011년~2012년에는 아동 성추행을 저지른 성직자가 대거 파면된다. 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교황청 내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이 때 최측근이었던 집사가 연루되어 교황의 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이 연극은 바로 이 시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은 92회 아카데미, 영국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등 주요 영화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수작이다. 영화를 먼저 관람했기에, 연극을 보면서 많은 부분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에디터P: 영화와 스토리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주교가 은퇴하고 싶어 교황을 만나고,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서로 가지고 있는 진보/보수적 가치관때문에 충돌하며 첨예한 대화를 나누죠. 특히 두 교황이 만난 이후의 연극과 영화의 대사는 거의 같았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연극이 더 친절한 느낌이에요.
에디터K: 맞아요. 연극에는 두 사람이 만나기 전에, 둘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죠. 예를 들면 베네딕토 16세는 독일인이라 생기는 특징, 그의 학자적인 풍모, 고리타분한 성격 등을 간접적으로 전달해요.
에디터P: 영화에서는 따로 설명이 따로 없었죠?
에디터K: 네. 간접적으로 중간중간 보이기는 하는데, 연극처럼 친절하게 판을 깔아주는 느낌은 아니 에요. 전달하는 방식도 저는 너무 좋았어요. 두 교황 모두 수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의 정보를 풀어주거든요. 그 연출 방법이 마음에 들었어요.
에디터P: 제가 카톨릭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수녀 등 여자들이 주요 의사 결정권이 없다는 부분이 정말 별로에요. 교리상 남자만 사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구요.
에디터K: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수녀가 거의 등장하지 않죠. 배경으로는 보일지 몰라도 캐릭터로서 등장하지는 않아요. 비록 두 교황의 스토리를 풀기 위함이었지만, 연극에서는 수녀를 이용한게 좋았어요.
에디터P: 특히 소피아 수녀는 본인의 과거 이야기도 하잖아요. 단순 이야기를 풀어주는 도구로만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교황청 인간발전부 차관에 수녀가 발탁되었다는 기사를 봤어요. 두 교황에 등장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일이죠. 현재 진행의 상황들도 간접적으로 반영 되는거 같아서 좋았어요.
연극에서는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는 두 명의 수녀가 등장한다. 이런 캐릭터의 사용은 현재 교황청의 열린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긍정적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한 이래 카톨릭 교회에서 여성이 더 중요한 의사결정 직책 및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으며, 실제로 얼마전 교황청 관료조직 및 핵심 부서 고위직에 여성을 임명했다.
영화와 연극에서는 두 교황의 대립을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실제 인물에 약간의 변형과 과장을 더한다.
에디터K: 연극과 영화 모두 기존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를 보수적 사고관을 가진 사람으로, 새로 교황이 되는 프란치스코를 진보적 사고관을 가지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두 사람을 대립 시킴으로서 진보와 보수를 대립시키고, 결국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달 하죠.
에디터P: 교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연극을 보고 나서 다시 한번 두 교황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어요. 극과 다른 부분이 많더라구요. 예를 들면, 교황 프란치스코는 권위주의를 타파하는 듯 많은 진보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카톨릭 교리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보수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에디터K: 맞아요.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이야기도 좀 다른 부분이 많죠. 극에서는 카톨릭 사제에 대한 성추문 사건과 하나님에 목소리를 더 듣지 못한 것이 사임의 가장 큰 이유가 된 것 같은 뉘앙스를 보이는데, 실제로는 교황청 내의 기성 세력과의 싸움에서 졌기 때문에 떠난거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비이탈리아계 교황으로 굉장히 부침이 많았거든요. 교황이 되고 나서 해가 갈수록 사람이 피폐해져서 그 사진들이 유명했던 기억이 나요.
에디터P: 맞아요, 실제 사람과 사건은 더 복잡하고 복합적일 수밖에 없죠. 실화 바탕으로 했지만 실존 교황과는 좀 거리가 있어요.
에디터K: 이 연극과 영화가 잘 만든 부분이 많지만 특히 잘한 것은 캐릭터의 압축 같아요. 두 교황을 좀 더 단순화해서 오히려 갈등을 더 뚜렷하게 했죠. 두 교황을 진보/보수로 나누어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였죠.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와 연극에 나오는 두 교황은 재창조된 인물이다. 그리고 그 재창조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실제보다 생략되고 과장된다. 이 작품은 그런 재창조를 현명하게 완성한다. 두 교황의 고유해 보이는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양극단에 세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캐릭터 간의 갈등을 고도화 한다. 그 갈등의 끝은 화합이며 새로운 창조라는 것이 관객에 울림을 준다.
영화 ‘두 교황’은 넷플릭스를 통해 손쉽게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포커스는 연극 ‘두 교황’ 추천하고 싶다. 우리는 왜 ‘두 교황’을 무대에서 만나야 하는 걸까?
에디터P: 원로 배우들의 연기가 교황의 위엄을 더 전달하는 것 같아요.
에디터K: 교황이라는 존재를 연기하는게 굉장히 어려운데, 대배우들이 와서 좋았어요.
에디터P: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중간에 크게 외치는 장면, 그리고 무대와 객석에 내려앉은 정적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에디터K: 비슷한 장면이 영화에도 있었지만, 연극이 더 몰입되었던 것 같아요. 교황이 외치는 그 장소 그 공간에 나도 같이 있는 기분이었거든요.
에디터P: 영상매체가 결코 전달할 수 없는 현장감이라는게 연극에는 존재하죠. 끝나고 나서 느끼는 여운도 더 큰 것 같아요.
에디터K: 맞아요. 영화에서 두 교황에 대한 과거 씬이 더 자세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흑백으로 보이는 과거 장면보다, 현재의 교황/주교와 과거의 교황/주교가 한 무대에서 같은 제스처와 대사를 연기하는 무대식 언어가 더 여운이 컸던 거 같아요.
에디터P: 배우들 마다 약간씩 다른 감상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무대의 큰 장점이죠. 저는 신구, 정동환 배우로 관람했는데, 다른 세 배우도 너무 보고 싶어져요.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배우의 아우라와 연기가 만들어내는 공기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더 큰 여운을 전달하기 마련이다. 현장에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몇번의 클릭으로 집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있음에도 무대가 있는 객석 의자로 향한다.
에디터K: 신구 배우의 핸드 싱크가 장난 아니더라구요. 영화의 안소니 홉킨스는 원래 피아노 전공자라 직접 피아노를 쳤지만, 신구 배우는 그게 아님에도 절묘하게 잘 쳐서 계속 진짜 치나 고민이 될 정도였어요.
에디터P: 요새는 기타 핸드 싱크를 보면서도 ‘앗’ 할 때가 있었는데, 피아노 핸드 싱크를 너무 잘하셔서 정말 놀랐어요.
여담으로 관람이 끝난 후 에디터K와 에디터P는 신구 배우의 피아노 핸드 싱크에 대해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이런 자잘한 재미도 무대 관극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프레임 밖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무대를 통해 우리는 즐길 수 있다.
연극 ‘두 교황’은 한전아트센터에서 10월 23일까지 공연된다. 영화와 다른 현장감과 원로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를 보고 싶다면 꼭 한번 관람하기를 추천한다.